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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호크·사드·패트리어트 총동원… 이란 공습 48시간에 8조2400억 원 증발, 미국 '무기 곳간' 바닥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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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호크·사드·패트리어트 총동원… 이란 공습 48시간에 8조2400억 원 증발, 미국 '무기 곳간' 바닥 드러냈다

개전 이틀 만에 정밀 유도탄 56억 달러 소모, 연간 국방예산 대비 충격적 속도
한국 배치 사드까지 중동으로 전용… 인도-태평양 방어 공백 현실화
미 국방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비용 추산 자료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개시 후 불과 이틀 만에 56억 달러(약 8조 2400억 원) 상당의 탄약을 소모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 국방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비용 추산 자료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개시 후 불과 이틀 만에 56억 달러(약 8조 2400억 원) 상당의 탄약을 소모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토마호크에서 레이저 유도 폭탄으로 전환, '비용의 전쟁'이 전술을 바꾸고 있다

"하루에 41200억 원." 이 숫자는 어떤 기업의 연간 매출도, 어떤 국가의 복지 예산도 아니다. 미군이 이란을 향해 단 하루 동안 쏟아부은 정밀 무기의 가격표다. 전쟁의 승패는 총구 앞에서 결정되지만, 21세기 현대전에서 '지갑의 깊이'는 또 다른 전선이 됐다.

주요 탄약별 단가 비교 (추정치).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탄약별 단가 비교 (추정치). 도표=글로벌이코노믹

개전 48시간, 56억 달러 소모… 숫자로 드러난 충격


미 국방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비용 추산 자료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개시 후 불과 이틀 만에 56억 달러(82400억 원) 상당의 탄약을 소모했다. 지난 9(현지시각) 배런스와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 수치는 미 행정부의 장기전 수행 역량과 군사 준비태세를 둘러싼 의회 내 우려를 크게 증폭시키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내 5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과정에서 2000발 이상의 탄약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칸시안(Mark Cancian) 선임고문은 "이번 공습에 투입된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 상당수가 발당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한 발의 가격은 약 200만 달러(29억 원), 첨단 방공 요격 미사일은 이를 크게 웃돌기도 한다.

"동부전선이 비어간다"… 사드·패트리어트 빠진 한국과 태평양


더 심각한 문제는 탄약 소모 속도가 아니라 그 여파가 전 세계 전략 배치에 미치는 파급력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군은 중동 방공망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일부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시스템을 중동으로 전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한반도와 서태평양에 심각한 방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방위산업 전문가 사이에서는 "주한미군의 사드 포대가 일시적으로라도 운용 공백에 놓인다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다층 방어망에 구멍이 뚫리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칸시안 CSIS 고문은 "사드와 패트리어트를 중동에 집중 투입할수록 인도-태평양과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감수해야 할 전략적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재고 고갈과 전력 분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중동 개입이 태평양 억지력에 미치는 신호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주 중으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국방 예산을 의회에 요청할 계획이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이 거세 진통이 예상된다.

'저가형 폭탄'으로의 전환… 전세를 바꿀 수 있을까


탄약 고갈과 천문학적 비용 압박에 직면한 미 국방부는 전술 수정을 공개 선언했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과 댄 케인(Dan Caine) 합참의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초기 정밀 유도 미사일 중심 공세에서 벗어나 재고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레이저 유도 폭탄 활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전환이 이뤄지면 공격 1회당 비용은 수백만 달러에서 10만 달러(14700만 원) 이하로 20분의 1 이상 줄어든다. 비용 효율의 극적인 개선이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섣부른 낙관을 경계한다.

이란은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은 정보·감시·정찰(ISR) 역량을 바탕으로, 미군과 이스라엘의 방공 레이더 및 지휘 통제 시설을 역으로 정밀 타격하며 예상보다 강한 저항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레이저 유도 폭탄은 토마호크에 비해 사거리가 짧아 투하 항공기가 이란 지대공 미사일의 사정권에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근본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싸게 싸우겠다'는 전술 전환이 오히려 공중 손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82400억 원을 쓰고 얻은 것과 잃은 것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대규모 공습을 통해 이란의 핵 시설과 주요 군사 거점 5000여 곳을 타격하며 단기적 억제력을 확보했다. 이란의 보복 공격 빈도가 개전 열흘 만에 다소 감소한 점은 미군이 주장하는 '작전 성과'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군사 안보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이번 분쟁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미국의 무기 제조 역량이 현대전의 소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구조적 취약점이다. 한국과 인도-태평양의 핵심 자산인 사드와 패트리어트까지 빼내 투입해야 할 만큼 미국의 무기 재고가 임계 수준에 이르렀다는 현실은, 중국과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이 있다.

이스라엘 역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독자적인 방공망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재확인하며 안보 의존도가 한층 심화됐다.

미국은 이란을 압박하는 데 일정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 대가로 '군사적 준비태세'라는 패권의 토대와 '동맹의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전쟁의 청구서는 전투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날아온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