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핵심 인사 총망라 '플로르샤임 신발 클럽'… "안 신으면 무리에서 밀려날 것 같다"는 농담이 현실로
이미지 확대보기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각료와 여당 의원, 백악관 보좌진에게 미국 신발 브랜드 '플로르샤임(Florsheim)' 제품을 직접 구입해 하사하는 독특한 '신발 의식(shoe ritual)'을 굳혀가고 있다. WSJ은 이를 두고 "가장 뜨겁고 배타적인 MAGA 지위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신발이 엉망이군"… 집무실에서 시작된 의식
발단은 지난해 12월 집무실 회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앉은 채 두 사람의 발을 훑어보더니 JD 밴스 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을 내려다보더니 "마르코, JD, 두 사람 신발이 형편없군"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카탈로그를 꺼내 사이즈를 물었고(루비오 11.5, 밴스 13), 얼마 뒤 갈색 플로르샤임 상자가 각각의 자택으로 배달됐다. 당시 뉴욕타임스(NYT) 기자들이 백악관을 취재 중이었는데, 밴스 부통령이 다리를 들어 올려 신발을 직접 보여주는 해프닝까지 연출됐다.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 의식을 더욱 체계화했다. 대화 중 상대방의 발을 훑어본 뒤 즉석에서 사이즈를 추측하고, 보좌관에게 주문을 지시한다. 약 일주일 뒤 갈색 플로르샤임 상자가 백악관에 도착하면, 대통령은 직접 서명을 하거나 감사 메모를 동봉해 전달한다. 비용은 사비(私費)로 충당한다.
선물을 받은 인사는 이미 상당수다.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 외에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숀 더피 교통부 장관·스티븐 청 공보국장·제임스 블레어 부비서실장이 수혜자 명단에 포함됐다. 폭스뉴스 진행자 숀 해니티,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미디어 퍼스널리티 터커 칼슨도 같은 상자를 받았다. 각료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신발은 다들 받았느냐"고 확인하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백악관 내 한 여성 관계자는 WSJ에 "남자들이 다 그 신발을 신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두가 신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라 정말 우습다"고 했다.
134년 전통의 '아메리칸 클래식'… 왜 하필 이 브랜드인가
플로르샤임은 1892년 캐나다 출신 유대계 사업가 밀턴 S. 플로르샤임이 시카고에서 창업한 신발 브랜드다. 미군 군화 납품사로서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브랜드 기반을 다졌고,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즐겨 신은 '아메리칸 클래식'의 상징이기도 하다. 현재 주력 제품 가격은 한 켤레에 145달러(약 21만 원) 수준이다.
억만장자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오니(Brioni) 정장에 아낌없이 수천 달러를 투자하면서도 이 브랜드를 고집하는 것은, 평소 강조하는 '미국 제조업 부흥'과 '실용 우선주의' 기조를 발끝에서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지난해 말 하루 종일 근무를 마친 뒤 더 편안한 신발을 찾다가 플로르샤임의 실용성에 매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웨이코(Weyco) 그룹 CEO를 맡고 있는 5대손 토마스 플로르샤임 주니어는 WSJ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의 주문 사실을 알지 못한다"며 추가 언급을 피했다.
"신발 사이즈로 그 사람을 안다"… 친트럼프 언론계의 반응
밴스 부통령은 최근 케네디 센터 시상식 행사 연설에서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대통령은 '신발 사이즈만 봐도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유머로 소비되고 있지만, 실상은 백악관 내 복종의 서열을 공개 석상에서 재확인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한 각료는 익명을 요구하며 "루이비통 가방을 서랍에 숨기고 대통령이 선물한 신발 주머니를 들고 다닌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남성복 전문 평론가 데릭 가이는 "구두는 직접 발을 재야 제대로 맞는다"며,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사이즈를 추측해 선물하는 관행이 오히려 신체적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수입 의류 업계 관계자는 "플로르샤임은 이미 미국 백화점에서도 구하기 쉬운 중가 브랜드"라며 "대통령 이미지 효과로 글로벌 검색량이 급증하면서 아시아 유통망도 긴장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선물 정치'의 진화… 칠면조에서 구두로
전임 대통령들이 칠면조·열쇠고리·대통령 기념주화 등을 의례적으로 나눠줬다면, 트럼프 2기의 선물 문화는 한 단계 진화했다. MAGA 모자와 서명 사진에서 출발한 선물 리스트가 이제는 매일 신는 구두로 확장되면서, '보여지는 충성심'의 밀도가 더 높아졌다. 루비오·밴스·헤그세스 등이 공식 행사 때마다 같은 신발을 신고 등장하면 자연스러운 시각적 결속이 연출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 유통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대통령 브랜드 효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2023년 트럼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트럼프 스니커즈'를 판매해 논란을 빚은 것과는 결이 다르다. 이번에는 개인적 수익이 아닌 사비 지출이고, 수혜자 선택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특정 브랜드에 대한 대통령의 편향된 관심이 공직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발끝에서 읽히는 권력 지도
21만 원짜리 갈색 구두 한 켤레는 트럼프 2기 권력 네트워크의 실물 지도가 되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제 백악관 방문자의 발끝을 보면 그가 실세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집무실 한쪽에 각료 이름이 적힌 신발 상자가 쌓여 있는 장면은 이미 플로르샤임이 단순한 신발이 아닌 트럼프 행정부의 비공식 유니폼으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참모들의 발끝에서부터 구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신발 취향이 공직자들의 복장 선택을 사실상 제약하는 구조로 굳어질 경우, 이는 조직 문화적 다양성과 자율성을 잠식하는 전조일 수 있다. 신발 한 켤레가 워싱턴의 복종 문화와 미국식 충성 경쟁을 동시에 드러내는 프리즘이 된 셈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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