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호에 속아 항로 이탈하는 선박들... 호르무즈 해협이 ‘디지털 무덤’ 되는 이유
재밍을 넘어 스푸핑까지 확산... 해상 공급망 무력화하는 보이지 않는 적의 공습
재밍을 넘어 스푸핑까지 확산... 해상 공급망 무력화하는 보이지 않는 적의 공습
이미지 확대보기중동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현대 해양 안보의 근간인 GPS 시스템이 전쟁의 핵심 무기로 돌변했다. 전 세계 선박들이 위치 정보를 의존하는 위성 신호가 적대 세력의 전자 공격에 노출되면서, 선박들이 자신의 위치를 착각하거나 항로를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길을 잃는 문제를 넘어 전 세계 해상 안전과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재앙으로 번지고 있다.
호주의 글로벌 비영리 뉴스 네트워크인 더컨버세이션이 3월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과 흑해 등 주요 분쟁 해역에서 선박의 항법 시스템을 교란하는 전자전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GPS 신호를 단순히 차단하는 '재밍'을 넘어, 선박에 조작된 가짜 위치 정보를 주입해 실제 위치와 수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것처럼 속이는 '스푸핑' 공격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로를 훔치는 보이지 않는 손, 스푸핑의 습격
사이버 공격과 위성 통신 결합이 부른 보안의 허점
해운 산업이 디지털화되면서 인프라의 취약성은 더욱 커졌다. 최근 선박들이 스타링크 등 위성 인터넷 연결을 확대하면서 외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접점이 늘어난 것이 화근이다. GPS 교란과 사이버 공격이 결합할 경우, 선박의 조타 시스템이나 엔진 제어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물리적 무기 없이도 수만 톤급 화물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분쟁 해역을 지나는 선원들의 목숨 건 항해
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길목을 통과하는 선원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GPS가 신뢰를 잃으면서 선원들은 다시금 고전적인 육안 관측이나 레이더 의존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하지만 야간이나 기상 악화 시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해상 안전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태다. 전자전에 노출된 해역은 이제 선박들에게 거대한 '디지털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해운 인프라의 미래... 보이지 않는 전쟁에 대비하라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 전쟁을 통해 드러난 GPS 전자전의 위험이 향후 글로벌 해양 질서를 재편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위성 신호 하나에 의존하는 현재의 항법 체계는 국가 차원의 전자 공격 앞에서 무력하기 짝이 없다. 이에 따라 백업 시스템 구축과 사이버 안보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전파의 전쟁이 전 세계 바다를 뒤덮으면서 해운 산업은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