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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전쟁, 경제에 도움 될까…군비 지출 확대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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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전쟁, 경제에 도움 될까…군비 지출 확대의 명암

지난 2일(현지시각) 공습을 당한 이란 수도 테헤란의 간디 호텔 병원 앞에서 한 남성이 이란 국기를 들고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일(현지시각) 공습을 당한 이란 수도 테헤란의 간디 호텔 병원 앞에서 한 남성이 이란 국기를 들고 서 있다. 사진=로이터

전쟁은 인명과 생계를 파괴하는 비극이지만 동시에 경제 구조를 변화시키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군사 지출 확대가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중동과 유럽 등에서 군사 긴장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은 무기 생산을 확대하고 안보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연료 가격 상승과 물류 병목, 공급 부족 등을 초래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제 구조를 군사 중심으로 크게 전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비 지출을 급격히 확대했으며 현재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7% 이상을 군사비로 지출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군사 중심 경제 전환이 제재와 전쟁 비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가 급격한 붕괴를 피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 유럽·미국 군사 지출 확대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 등에서도 안보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냉전 종식 이후 국방비를 크게 줄이며 복지와 공공투자에 집중했지만 최근 경제 성장률은 둔화됐다. 1980~1990년대 유럽 경제 성장률은 2~3%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약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들은 국방과 안보 지출을 GDP의 5%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 복지, 문화 분야 예산 삭감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군사 생산 확대가 기업 투자와 고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 자동차 산업의 경우 군수 산업이 해고된 노동자를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기술 혁신 촉진 효과도


군사 연구는 민간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대형 항공기, 인터넷, 위성 항법 시스템 등은 군사 연구 과정에서 개발된 대표적인 기술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드론 기술 등이 군사 계약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브뤼셀자유대학의 군트람 볼프 경제학 교수는 국방 지출 확대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방위 연구와 훈련에 대한 새로운 투자가 차세대 기업가를 길러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인플레이션·재정 부담 우려


다만 군사 지출 확대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무기 생산이 늘어나면 철강과 에너지 같은 원자재가 소비재 대신 군수품 생산에 사용돼 소비재 부족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또 정부가 군비를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차입을 할 경우 금리가 상승해 가계와 기업의 금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군수 산업이 다른 산업에서 인력을 빼앗을 경우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또 무기와 군사 장비는 민간 생산 설비와 달리 경제 생산성을 직접 높이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 전쟁 경제 효과는 예측 어려워


WSJ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전쟁과 군사 지출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일정한 패턴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대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으며 당시 실업률은 1940년 14.6%에서 1944년 1.2%까지 떨어졌다.

반면 소련은 군사 지출 부담과 비효율적인 경제 구조로 결국 붕괴했다.

WSJ는 “군사 지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역사적 교훈은 한 가지로 정리하기 어렵다”며 결과는 매우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