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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리튬 원광’ 수출 전격 금지… 중국 배터리 공급망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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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리튬 원광’ 수출 전격 금지… 중국 배터리 공급망 ‘직격탄’

2027년 계획 앞당겨 즉각 시행… “리튬 약탈 막고 현지 정제 가공 거쳐야”
아프리카 산유국들 ‘자원 민족주의’ 확산… 중국의 글로벌 에너지 패권 흔들리나
리튬 샘플은 2025년 11월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8회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CIIE) 리오틴토 회사 부스에 전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리튬 샘플은 2025년 11월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8회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CIIE) 리오틴토 회사 부스에 전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프리카 최대의 리튬 생산국인 짐바브웨가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원광(Raw Lithium)의 수출을 예고 없이 전격 금지하면서 전 세계 배터리 공급망에 거대한 충격파가 일고 있다.

당초 2027년으로 예정됐던 금지 조치를 1년 이상 앞당겨 즉각 시행함에 따라, 짐바브웨산 광물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중국 배터리 업계는 유례없는 공급망 혼란에 직면했다.

15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에너지 전환 시대의 주도권을 쥐려는 자원 부국들의 '자원 민족주의'가 본격화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약탈적 채굴은 끝났다”… 짐바브웨의 기습적인 정책 전환


짐바브웨 정부의 이번 결정은 자국 자원을 단순히 원료 형태로 헐값에 넘기는 대신, 현지 제련 및 정제 시설을 유치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금지령 발표 직후, 짐바브웨 광산 현장에서는 수출 마감 시한 전에 최대한 많은 원광을 실어내기 위한 '채굴 광란'이 벌어졌다.

닉 망와나 짐바브웨 정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일부 행위자들이 경제적 미래를 약탈하려 한다"고 맹비난하며, "인접 국가에 대량의 리튬이 불법 비축되고 있다는 첩보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은 6억 명 이상이 전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에너지 수요가 3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당장의 투자 유치를 위해 원자재를 내줄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국 내 완제품 가치사슬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생존적 기로에 서 있다.

◇ 중국 배터리 생태계 ‘비상’… 공급망 중추가 흔들린다

중국은 전 세계 리튬 정제 및 배터리 제조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 원료인 스포듀민(Spodumene, 경암형 리튬 원광) 농축물은 주로 아프리카와 호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짐바브웨 리튬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게 이번 조치는 직접적인 공급 절벽을 의미한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아프리카 전역에서 80개 이상의 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으나, 현지 정부의 정책 급변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었다.

중국은 '글로벌 에너지 중력의 중심'이 되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자원을 선점하는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짐바브웨를 필두로 한 자원 보유국들이 "가공하지 않은 광물은 나갈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중국의 정제 능력 독점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 향후 전망: ‘상류 자원’ 보유국의 반격 시작


비평가들은 짐바브웨의 인프라 수준이 현지 가공을 감당하기엔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하지만, 이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판도 변화와 일치한다.

중류(정제·제조) 분야는 여전히 중국이 우위에 있지만, 원자재를 쥔 상류(자원 보유국) 국가들이 협상력을 높이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생산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테슬라,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배터리 제조사들은 리튬 공급처를 호주나 남미뿐만 아니라 북미 내 현지 생산으로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더욱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 한국 배터리 업계에 주는 시사점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역시 이번 사태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배터리 업계의 원료 조달 비용 상승은 결국 한국으로 수출되는 전구체 및 리튬 화합물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입 단가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을 거치지 않고 호주나 캐나다, 혹은 짐바브웨와 같은 신흥국과 직접 정제 시설 건설을 포함한 파트너십을 맺는 '업스트림(Upstream)' 투자가 생존의 열쇠가 될 것이다.

천연자원 수급이 불안정해질수록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의 경제성이 높아진다. 리사이클링 생태계 구축을 통한 자립도 향상이 시급하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