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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LNG 생명선 끊겼다… 카타르 가스전 폐쇄에 ‘에너지 대란’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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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LNG 생명선 끊겼다… 카타르 가스전 폐쇄에 ‘에너지 대란’ 현실화

이란 드론 공격으로 라스 라판 단지 가동 중단… 전 세계 LNG 공급 20% 증발
아시아 구매자들, 美 화물 확보 위해 유럽과 ‘쩐의 전쟁’… 한국·대만 직격탄
액화천연가스(LNG)선박.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액화천연가스(LNG)선박. 사진=로이터
아시아 에너지 안보의 핵심축인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이 마비되었다.

이란의 공습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생산 시설인 카타르 라스 라판(Ras Laffan) 단지가 폐쇄되면서 카타르 가스 의존도가 높은 한국·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유례없는 공급 절벽에 직면했다.

16일(현지 시각) 오일프라이스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가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함에 따라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가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정상 복구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아시아로 향하던 ‘가스길’ 봉쇄


이번 사태는 지난 3월 2일 이란의 드론 공격이 카타르의 라스 라판과 메사이이드 산업도시 시설을 타격하며 시작됐다.

카타르에너지는 시설 피해로 LNG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생산량의 90%를 아시아로 수출해 왔으나 이번 사태로 아시아행 물량이 완전히 차단됐다.

사드 알-카아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정상 가동까지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최소 4~6주 이상의 공급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 미국산 LNG 확보 전쟁…유럽과 아시아의 ‘우회’ 경쟁


카타르산 물량이 끊기자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걸프 연안에서 생산되는 현물(Spot) 화물을 확보하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주에만 최소 9척의 미국산 LNG 선박이 유럽행 경로를 틀어 아시아로 향했다. 아시아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생산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 가스 가격이 전쟁 전의 두 배인 MWh당 70유로까지 치솟으며 다시 유럽 쪽으로 가격 우위가 이동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구매자들이 더 비싼 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미국산 화물을 다시 유럽에 뺏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대만·태국 등은 4~5월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인도의 GAIL 등 일부 업체는 대체 화물 확보 시도에 연거푸 실패하며 심각한 수급 불안을 겪고 있다.

◇ 국가별 취약성 차이…대만 30% vs 한국 15% vs 일본 5%


중동발 LNG 의존도에 따라 아시아 국가별 위기 수준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전체 공급의 30%를 카타르에 의존하는 대만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한국은 카타르 의존도가 15% 수준이며, 일본은 5%에 불과하다. 특히 일본은 호주산 LNG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이 EU의 엄격한 메탄 배출 규제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과도한 구매를 주저하는 사이, 규제보다 물량 확보가 급한 아시아 국가들이 현물 시장의 미국산 가스를 빠르게 선점하고 있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 한국 에너지 시장에 주는 시사점


카타르발 LNG 쇼크는 한국의 산업 전반과 가계 경제에 장기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물 시장에서 비싼 값에 도입한 LNG는 결국 전기 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에너지 바우처 확대와 가격 안정화 기금 투입이 시급하다.

일본의 사례처럼 특정 지역(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호주·미국·동남아시아 등으로 공급처를 균형 있게 분산하는 전략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

가스 공급 불안이 길어지면 2022년처럼 화력발전(석탄) 비중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가스 발전 의존도를 줄이는 기민한 에너지 믹스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