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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스태그플레이션] 이란·호르무즈 봉쇄發 '유가 100달러 충격'… 미국 GDP 0.5%p 갉아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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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스태그플레이션] 이란·호르무즈 봉쇄發 '유가 100달러 충격'… 미국 GDP 0.5%p 갉아먹나

FT·시카고대 부스스쿨 공동 조사, 경제학자 68% "성장률 직격"…금리 인하 '올해 없다' 비관론 2배 폭증
물가 2% 목표 2028년 이후로 후퇴…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에 한국 경제도 긴장
경제학자들의 현재 경제 인식은 냉혹하다.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5달러까지 치솟은 가운데, 응답자의 68%가 유가 100달러 시대가 굳어지면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이 최소 0.25~0.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미지 확대보기
경제학자들의 현재 경제 인식은 냉혹하다.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5달러까지 치솟은 가운데, 응답자의 68%가 유가 100달러 시대가 굳어지면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이 최소 0.25~0.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기름값이 배럴당 100달러(148600)를 향해 치닫는 지금, 한국의 주유소 가격표는 물론 수출 기업의 원가 계산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 원유 수입국 5위인 한국에 미국 경제를 뒤흔드는 고유가 충격파는 남의 일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과 공동으로 18(현지시간) 발표한 경제학자 설문 결과는 냉혹하다.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5달러(141100)까지 치솟은 가운데, 응답자의 68%가 유가 100달러 시대가 굳어지면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이 최소 0.25~0.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꺾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초입을 알리는 경고다.
경제학자들이 진단한 '유가 100달러 시대' 주요 지표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경제학자들이 진단한 '유가 100달러 시대' 주요 지표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호르무즈 봉쇄가 불러온 '공급 쇼크'


이번 유가 급등의 진원지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이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해협을 봉쇄하면서, 에너지 공급망에 직접적인 균열이 생겼다. 제임스 해밀턴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 교수는 "봉쇄가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춰야 하는 매우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47명의 진단은 대체로 일치한다. 유가 100달러가 고착화하면 ▲소비 위축 ▲기업 생산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 고용시장에서 92000개의 일자리가 증발하고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상황과 맞물리면서, 고유가 충격은 더욱 예리하게 파고들고 있다.

"'2% 물가'는 먼 나라 이야기"… 인하 기대감에 찬물


물가 목표 달성 시점도 멀어졌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은 연준의 핵심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목표치 2% 아래로 내려오는 시점을 '2028년 상반기 이후'로 내다봤다. 불과 세 달 전인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비율이 50%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셈이다.

현재 미국의 헤드라인 PCE 인플레이션은 2.8%, 연준 목표치 2%2021년 초 이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다. 설문 응답자의 80% 이상은 유가 100달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연말까지 헤드라인 PCE가 추가로 0.25~0.5%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이 고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브랜다이스 대학 스티븐 체케티 교수는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 당분간 연준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 국면에서 연준의 유일한 선택지는 지켜보는 것이지만, 그 처지가 결코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의 낙관론, 시장은 '글쎄'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 우려와 거리를 두고 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7CNBC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더라도 미국 경제에 큰 혼란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이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름값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3.75%로 동결하고, 다음 인하 시점을 내년 봄 이후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올해 세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 전망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봉쇄 상황이 장기화 여부에 따라 글로벌 정유 마진이 추가로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배럴당 10~15달러 수준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 '에너지 직격탄' 피할 수 없다


한국은 이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유 도입량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은 유가 100달러 고착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 수입 비용 급증과 함께 석유화학·운송·제조업 전반에 걸쳐 원가 압력이 가중된다.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계도 연준과 함께 멈출 수밖에 없다. 가계 부채 부담이 큰 구조에서 '고금리 장기화'는 내수 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 당국의 대응 전략이 주목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의 덫, 연준은 외줄 타기


미국 경제는 성장이 꺾이면서 물가만 고공행진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덫 앞에 서 있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 불씨를 되살리고, 금리를 묶어두면 경기 냉각을 방치하는 딜레마다. FT·부스스쿨 공동 설문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이란發 고유가라는 대외 변수 하나가, 한 해를 설계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의 모든 시나리오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그 고통은 고스란히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전반으로 번진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