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부터 예술품까지 세상의 모든 실물 자산이 디지털 ‘조각’으로 쪼개져 24시간 거래되는 신세계가 열린다
중개인도 종이 서류도 필요 없는 이 거대한 자본의 이동은 우리가 알던 금융의 정의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중개인도 종이 서류도 필요 없는 이 거대한 자본의 이동은 우리가 알던 금융의 정의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이 블록체인(데이터를 분산 저장하여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만나 해체되고 있다. 과거에는 거액의 자산가들만 소유할 수 있었던 고가의 자산들이 이제는 디지털 코드로 변환되어 누구나 소액으로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도달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3월 19일 게재한 ‘실물 자산 토큰화와 월스트리트: 새로운 금융의 개척지’(Real World Asset Tokenization and Wall Street: The New Frontier of Finance)라는 제목의 아티클에서 전한 바에 의하면,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은 이미 ‘자산 토큰화’(RWA, Real World Asset, 부동산이나 금 같은 실물 자산을 디지털 증표로 변환하는 기술)를 차세대 자본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점찍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아날로그식 업무 구조를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하는 과정)을 이끄는 결정적인 방아쇠가 되고 있다.
모든 것을 쪼개서 파는 ‘분할 소유’의 혁명
자산 토큰화의 핵심은 ‘유동성’(자산을 필요한 시점에 즉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이 낮은 거대 자산을 잘게 쪼개는 데 있다. 수천억 원대의 빌딩이나 희귀한 미술품을 수만 개의 토큰으로 발행하면, 개인 투자자도 ‘커피 한 잔 값’으로 강남 빌딩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자본의 민주화를 불러오는 동시에, 잠자고 있던 거대한 실물 자산들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중개인이 사라진 ‘24시간 멈추지 않는 시장’
전통적인 금융 거래에는 은행, 증권사, 신탁사 등 수많은 중개인이 개입하며 막대한 수수료와 시간을 잡아먹는다. 하지만 토큰화된 자산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조건이 충족되면 제삼자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계약이 이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산된다. 서류 뭉치와 도장이 필요 없는 이 시스템은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시차 없이 365일 내내 자산을 사고파는 ‘초연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가 가상자산 기술에 ‘고개를 숙인’ 이유
과거 가상자산을 투기로 치부하던 월가의 거물들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나 블랙록 같은 거대 자산운용사들은 기존 금융망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산의 소유권 이전과 배당금 지급 등이 코드 한 줄로 자동 처리되는 구조는 ‘인적 오류’를 없애고 투명성을 극대화한다. 이제 월가에게 블록체인은 투기 수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기반 시설)가 되었다.
규제의 장벽을 넘는 ‘신뢰의 프로토콜’
새로운 자본 시장에서 ‘생존’하는 법
지능형 ‘알고리즘’(컴퓨터가 스스로 판단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과 디지털 자산이 결합된 미래의 금융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개인의 ‘포트폴리오’(투자 자산의 구성 목록)는 전 세계의 부동산, 예술품, 심지어 탄소 배출권까지 토큰 형태로 담기게 된다. 우리는 지금 ‘종이 화폐’의 시대가 저물고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본의 시대가 열리는 역사적 변곡점에 서 있다. 이 거대한 전환의 흐름을 타는 자만이 디지털 자본주의의 새로운 주인이 될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