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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AI 전력] AI 데이터센터 전력 전쟁, '수소'가 판 바꾼다…플러그파워의 마지막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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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AI 전력] AI 데이터센터 전력 전쟁, '수소'가 판 바꾼다…플러그파워의 마지막 승부수

블룸버그 단독 입수 → 미 최대 전력망 PJM에 250MW 공급 출사표, 트럼프 행정부도 '밀어'
Q4 사상 첫 흑자 전환 성공했지만…누적 적자 12조 원대, SK와의 합작도 사실상 결별
만성 적자로 시장의 외면을 받아온 플러그파워(Plug Power)가 사업 모델의 근본부터 뒤집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만성 적자로 시장의 외면을 받아온 플러그파워(Plug Power)가 사업 모델의 근본부터 뒤집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전 세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빨아들이는 전력이 국가 전력망을 흔들고 있다. 석탄도, 가스도 아닌 '수소'를 손에 쥔 한 미국 기업이 이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만성 적자로 시장의 외면을 받아온 플러그파워(Plug Power)가 사업 모델의 근본부터 뒤집는 승부수를 던졌다. 과연 AI가 수소 기업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플러그파워(PLUG) 주요 재무 지표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플러그파워(PLUG) 주요 재무 지표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블룸버그가 먼저 터뜨렸다…PJM 250MW 공급 계획의 전모


미국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가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 기구인 PJM 인터커넥션(PJM Interconnection)250메가와트(MW) 규모의 수소 발전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최근 블룸버그가 앤디 마시(Andy Marsh) 플러그파워 이사회 의장을 단독 인터뷰해 처음 보도한 내용으로, 이후 심플리 월스트리트 등 주요 매체가 잇따라 인용했다.

PJM은 미국 동부와 중서부 13개 주 및 워싱턴DC 전력망을 관리하는 북미 최대 규모의 도매 전력시장이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한 지역이기도 하다. AI 연산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이 지역의 전력 수요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트럼프 행정부까지 나서 PJM의 특별 용량 경매를 지원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이 경매에 직접 참여해 수소 발전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시 의장은 데이터센터 운영사, 유틸리티 기업과의 협의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계약은 최소 7년 이상의 장기 전력 구매 계약(PPA) 형태가 될 전망이다. 단기 거래로는 대규모 수소 발전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비를 파는 회사'에서 '전력 공급자'로…수익 구조의 근본적 전환


플러그파워의 이번 행보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사업 모델 전환이다. 지금까지는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기나 지게차용 연료전지를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계약 한 건으로 끝나는 일회성 거래 구조다. 반면 PJM 전력 공급은 7년 이상 지속되는 안정적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구조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를 '설비 제조사'에서 '전력 공급 사업자'로의 체질 전환으로 평가한다.

특히 '탄소 중립'을 경영 목표로 내건 빅테크 기업들에게 수소 발전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 태양광·풍력에 비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데이터센터는 단 1초도 전력이 끊겨서는 안 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발전이 AI 인프라의 '무탄소 백업 전원'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이는 플러그파워뿐 아니라 수소 산업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진단했다.

사상 첫 분기 흑자…그러나 누적 부채의 무게는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최근 재무 지표는 분명한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20254분기 매출 22520만 달러(3350억 원)에 총이익 550만 달러(82억 원)를 기록하며 최근 기억에서 처음으로 분기 기준 총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년 전인 20244분기 총이익률이 -122.5%였던 것과 비교하면 눈부신 역전이다. 연간 매출도 7990만 달러(1580억 원)로 전년 대비 12.9% 성장했으며, 연간 현금 소모도 26.5% 줄었다.

그러나 빛 뒤에 그림자도 짙다. 시장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창사 이후 쌓인 누적 결손금은 82억 달러(122600억 원)에 달하고, 연간 영업손실도 약 15억 달러(22400억 원) 규모다. 9160만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 지분 희석도 현재 진행형이다.

현금 확보를 위해 뉴욕 '프로젝트 게이트웨이(Project Gateway)' 부지를 스트림 데이터센터(Stream Data Centers)13250만 달러(1975억 원)에 매각한 것도 이 맥락이다. 플러그파워는 이를 포함해 총 27500만 달러(4120억 원) 규모의 자산 최적화 프로그램을 2026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에도 파장…SK플러그하이버스, 사실상 결별 수순


플러그파워의 사업 재편은 한국 시장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쳤다. SK이노베이션 E&S2022년 설립한 합작법인 'SK 플러그 하이버스(SK Plug Hyverse)'의 협력 관계가 사실상 해소 수순에 들어갔다. 플러그파워가 재무 위기 속에 합작사 지분 전량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당초 양사는 인천 청라 첨단산업단지에 약 1조 원을 투입해 연료전지·수전해 설비 기가팩토리를 짓기로 했지만,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결별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플러그파워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현금 확보, SK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파트너와의 사업 리스크 해소"로 해석한다. 실제로 SK는 이후 별도의 파트너를 통해 액화수소 인프라 확장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플러그파워의 미국 전략 전환이 한국 수소 산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대목이다.

경쟁자도 호시탐탐…기술력·실행력이 수주전 관건


경쟁도 만만치 않다. 연료전지 업계에서 플러그파워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블룸에너지(Bloom Energy)와 발라드파워(Ballard Power) 역시 AI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블룸에너지는 이미 빅테크와의 데이터센터 공급 협력을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신뢰성과 가동 시간(Uptime) 보장 능력이 궁극적인 수주전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 수소 발전은 아직 대규모 전력망 공급에서 검증된 사례가 드물다. PJM 경매에서 실제 낙찰을 받더라도, 수소 생산·운송·저장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별도의 과제다.

CEO 교체와 법적 리스크…크레스포의 어깨가 무겁다


올해 32일 새로 취임한 호세 루이스 크레스포(Jose Luis Crespo) 최고경영자(CEO)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2026년은 규율 있는 실행의 해"라고 선언하며 20264분기 조정 EBITDA 흑자, 2027년 말 영업이익 흑자, 2028년 말 완전 흑자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법적 리스크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대출 관련 공시 문제를 둘러싼 증권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PJM 전력 공급 계획에서도 자금 조달 방안이나 수익성 지표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오면, 시장의 불신은 다시 커질 수 있다.

월가에서는 "PJM 경매에서 실제 용량을 낙찰받느냐, 빅테크 기업과의 계약 조건이 얼마나 유리하냐"가 향후 플러그파워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주가는 약 2.32달러로 애널리스트 목표 주가 2.74달러를 약 18% 하회하고 있다.

플러그파워의 PJM 승부수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다. AI 열풍이 전력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지금, 수소 발전이 '꿈의 에너지'에서 '전력망의 실전 선수'로 검증받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20264분기 EBITDA 흑자와 PJM 낙찰 여부, 두 숫자가 플러그파워의 미래를 가를 이정표가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