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이 총 쏠 때 중국은 ‘안방 설계도’를 바꾼다... 보이지 않는 게릴라전의 역습

글로벌이코노믹

미국이 총 쏠 때 중국은 ‘안방 설계도’를 바꾼다... 보이지 않는 게릴라전의 역습

전면전 대신 스며드는 회색지대 전술... 공급망과 표준을 장악해 미 주도 질서를 잠식하는 중국
동맹을 돈으로 계산하는 워싱턴의 빈틈... 안정적인 파트너라는 환상을 파는 베이징의 고단수 서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을 천연 자원 부문에서 국제적인 플레이어로 만들고자 한다.  사진은 실바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을 천연 자원 부문에서 국제적인 플레이어로 만들고자 한다. 사진은 실바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동의 사막에서 물리적 탄약을 쏟아붓고 있는 사이, 중국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글로벌 경제의 규칙을 새로 쓰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은 이제 정규군 간의 대결이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거대한 대게릴라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구축한 기존 질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대신, 제도와 규범의 틈새를 공략해 스스로가 대안적 질서의 정점임을 증명하려 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아틀란틱 카운슬이 3월 20일에 보도한 바에 의하면, 중국이 구사하는 회색지대 전술은 과거 마오쩌둥의 인민 전쟁 이론을 현대 글로벌 시장에 투영한 것과 같다. 이들은 핵심 광물과 중간재 공급망을 장악한 뒤, 이를 지렛대 삼아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마비시킨다.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중국은 공급망의 마디마디를 인질로 삼아 서방 국가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물리적 점령보다 훨씬 강력한 경제적 종속을 야기한다.

공급망 게릴라전과 보이지 않는 인질극


중국이 장악한 광물과 부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언제든 적의 숨통을 죌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전면적인 무력 충돌 없이도 상대 국가의 산업 생산을 마비시킬 수 있는 이 회색지대 전술 앞에 미국의 전통적 군사 안보 논리는 무력해진다. 중국은 상대가 공격을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경제적 혈관을 장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담론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베이징의 서사


중국은 미국의 세계 경찰 퇴장과 이란 전쟁을 자국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최적의 기회로 활용한다. 미국이 동맹국에 충성과 비용을 강요하며 혼란을 야기할 때, 중국은 자신들이야말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인 수호자라는 서사를 전파한다. 이러한 담론 권력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물론 일부 유럽 국가들에게까지 매력적으로 다가가며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를 내부에서부터 약화시키고 있다.

설계도를 바꾸는 자가 지배하는 새로운 제국


미국이 국제법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며 진영을 가를 때, 중국은 철저한 실용주의로 접근한다. 인프라 투자와 기술 공유를 명분으로 각국의 기술 표준을 중국식으로 동기화하고,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정보의 흐름마저 장악해 나간다. 미국이 적을 물리치는 데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아예 적이 살고 있는 집의 설계도를 바꿔버리는 셈이다. 이 체제 전복적 세력의 치밀함 앞에 미국의 전통적인 안보 논리는 무력해지고 있다.

총성 없는 패권 이동의 결말


결국 패권의 이동은 거창한 종전 협정문이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누구의 룰에 따라 움직이느냐에서 판가름 난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군사적 승리를 거둔다 해도, 그 과정에서 동맹국들의 신뢰를 잃고 공급망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준다면 그것은 명백한 패배다. 중국은 이미 총을 들지 않고도 이기는 법을 터득했다. 미국의 패권은 지금 전장이 아닌, 일상의 공급망과 표준화된 규칙 속에서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