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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펜티엄’과 토요타 ‘사이언’, 왜 성공했지만 스스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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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펜티엄’과 토요타 ‘사이언’, 왜 성공했지만 스스로 무너졌나



인텔 펜티엄 로고. 사진=위키백과이미지 확대보기
인텔 펜티엄 로고. 사진=위키백과
토요타 사이언 로고. 사진=토요타이미지 확대보기
토요타 사이언 로고. 사진=토요타


토요타 사이언 로고. 사진=토요타

인텔과 토요타가 각각 대표 브랜드였던 ‘펜티엄’과 ‘사이언’을 잃은 것은 잘못된 전략 때문이 아니라 당시에는 타당해 보였던 결정들이 반복되면서 브랜드 정체성이 점차 흐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개별적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였던 판단들이 누적되면서 결과적으로 브랜드 의미를 약화시켰다는 뜻이다.

21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브랜드 컨설팅 기업 렉시콘 창업자인 데이비드 플레이섹은 “브랜드는 잘못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의미가 관리되지 않을 때 실패한다”고 분석했다.

◇펜티엄, ‘최고 성능’에서 ‘보통 제품’으로 전락

펜티엄은 1993년 출시 당시 기술 코드 중심이던 반도체 시장에서 소비자 인지도를 확보한 대표 브랜드였다.

인텔은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을 통해 보이지 않는 부품인 CPU를 소비자 선택 기준으로 끌어올렸고 매출은 1993년 88억달러(약 13조2000억원)에서 1996년 200억달러(약 29조8000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인텔은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펜티엄 브랜드를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했다. 펜티엄 프로, II, III, 4 등 여러 세대와 등급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면서 소비자는 브랜드가 의미하는 성능 기준을 더 이상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2006년 ‘코어’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펜티엄은 ‘최고 성능’이 아닌 ‘보급형’ 이미지로 재정의됐다. 이후 점차 존재감이 약화됐고 2023년에는 ‘인텔 프로세서’라는 일반 명칭으로 대체되며 사실상 브랜드 수명을 마쳤다.

◇사이언, 정체성 흐려지며 젊은 고객층 이탈

토요타가 2003년 선보인 사이언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별도 브랜드였다.

독특한 디자인과 단일 가격 정책 등 차별화 전략으로 초기에는 성공을 거뒀고 2006년 미국에서 연간 17만3000대 이상 판매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품 구성과 전략이 흔들렸다. 모델 추가와 변경이 반복되며 브랜드 일관성이 약해졌고 일부 차량은 다른 브랜드 차량을 단순히 재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표 모델인 xB도 2세대에서 디자인 개성이 약해지면서 판매가 급감했다. 동시에 주요 고객층도 고령화되면서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 결국 토요타는 2016년 사이언 브랜드를 종료하고 모델을 기존 라인업으로 통합했다.

◇공통 원인 “브랜드 의미 관리 실패”

두 사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펜티엄은 하위 제품 확장으로 의미가 희석됐고 사이언은 제품군이 산만하게 늘어나며 정체성이 흐려졌다.

플레이섹은 “제품 논리는 항상 타당해 보이지만 브랜드 논리와 충돌할 수 있다”며 “단기 매출을 위한 결정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브랜드는 새로 만드는 것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조직 내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흐리는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라리 사례…“의미를 지키는 것이 경쟁력”

대조적으로 페라리는 생산량을 제한해 희소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연간 약 1만대 수준으로 공급을 통제하며 브랜드 가치와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플레이섹은 “브랜드 의미는 무한하지 않다”며 “모든 결정은 그 의미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