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소비자 8만5000명 조사…일본 7개 브랜드 상위권 독점, 랜드로버 최하위
한국 진출 11개월 만에 8411대 판 BYD, 유럽 신뢰도 89점으로 유럽 브랜드 추월
한국 진출 11개월 만에 8411대 판 BYD, 유럽 신뢰도 89점으로 유럽 브랜드 추월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차는 싸구려'라는 시장의 통념이 유럽 최대 규모 소비자 신뢰도 조사에서 정면으로 도전받고 있다. 가격 경쟁력 하나만 앞세웠던 중국 전기차가 이제는 품질 신뢰도라는 두 번째 전선을 열어젖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인 소비자단체 소비자사용자기구(OCU)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유럽 전역 운전자 8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 브랜드 신뢰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단순 고장 건수를 넘어 고장의 심각도, 누적 주행거리, 차령(車齡)까지 종합 반영한 이 조사에서 비야디(BYD)가 첫 참가에 상위 10개 브랜드 안에 이름을 올렸다. OCU 조사 사상 중국 브랜드가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렉서스 1위·토요타 2위…일본차 아성 또 건재
렉서스가 종합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토요타, 스즈키, 스바루가 상위권을 독식했다. 혼다, 마쓰다, 미쓰비시도 10위권에 들어 일본 브랜드가 상위권을 쓸어담았다. 중국 브랜드 MG는 하위권에 머물렀고, 랜드로버는 이번 조사에서도 신뢰도 꼴찌 브랜드의 불명예를 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브랜드 강세의 배경으로 '토요타 생산 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을 꼽는다.
생산라인에서 결함이 발견되는 즉시 라인 전체를 멈추고 즉각 보완하는 이 방식이,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을 앞다퉈 탑재하는 경쟁사들의 소프트웨어 오류를 원천 차단하는 방어막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렉서스, 토요타, 마쓰다 차량이 정기 점검만으로 32만 킬로미터 이상을 달린다는 것도 이 설계 철학의 산물이라는 평가다.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가 지난해 12월 약 38만 대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별도 조사 결과도 같은 흐름을 가리켰다. 토요타·스바루·렉서스가 1~3위를 차지했고, 상위 10개 브랜드 중 7개가 일본 또는 한국 브랜드였다.
유럽 브랜드 중에서는 BMW가 가장 높은 5위를 기록했다. The Car Guide OCU 조사와 컨슈머리포트 조사 모두 일본 브랜드의 내구성이 수십 년째 변하지 않는 글로벌 기준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BYD 신뢰도 89점, 유럽 브랜드 다수 추월…수직계열화가 품질을 낳았다
이번 조사의 최대 이변은 BYD의 상위권 안착이다. BYD는 신뢰도 지수 100점 만점에 89점을 받아 조사 대상 유럽 제조사 다수를 앞질렀으며, 고객 만족도에서도 88점을 받았다. 주행 성능, 운전 감각, 편의 장비 등 전반에서 소비자 호평을 받은 결과다.
BYD 측은 이번 결과의 핵심 배경으로 수직계열화 생산 구조를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구동 시스템, 배터리, 전자 제어 소프트웨어 등 핵심 부품을 모두 자체 개발·생산해 부품 간 완성도를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플랫폼 3.0'과 배터리를 차체에 통합한 'CTB(Cell to Body)' 기술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도 BYD의 품질 신뢰도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독자 개발 블레이드 배터리를 주목한다. 이 배터리는 과열·과충전 같은 극한 조건에서도 화재에 강하며, 못으로 배터리를 관통해도 연기나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가 이 배터리를 채택했을 정도다.
한편 테슬라는 OCU 조사에서 순위가 크게 뛰어올랐다. 컨슈머리포트 조사에서도 테슬라는 17위에서 9위로 8계단을 끌어올리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는데, 모델3와 모델Y의 신뢰도 개선이 주된 동력이었다.
"BMW 7년 걸린 것을 1년 만에"…한국서도 품질 증명 시작
유럽 신뢰도 조사 결과는 한국 시장과도 직결된다. BYD가 국내에서도 품질 신뢰도를 빠르게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만 대를 돌파하는 데 BMW는 7년, 메르세데스-벤츠는 3년, 테슬라는 4년이 걸렸다. BYD코리아는 지난해 4월 승용차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해 2월까지 11개월간 누적 8411대를 기록하며 이 기록을 약 12개월 만에 달성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자동차 관련 학계에서는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건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전기차도 품질과 안전성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론칭 이후 지금까지 품질 이슈나 사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거점을 늘려 경험 기회를 확대하는 전략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에서 BYD가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로서 '역(逆)프리미엄' 영향을 극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자신 있게 주변에 소개할 수 있는지도 사실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무역 장벽에도 중국 전기차 업체가 2030년까지 내연차를 포함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3분의 1을 점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뢰도 지수 89점이라는 숫자가 상징하듯,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세력 판도 재편은 이제 가격 경쟁력을 넘어 품질 검증이라는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BYD가 일본 브랜드의 아성을 얼마나 빠르게 따라붙는지가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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