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13달러 치솟던 브렌트유, 협상 시한 발표 직후 96달러로 급격 조정
호르무즈 통행료·배상금 요구에 실질 합의는 험로… 한국 에너지 비용 직격탄 우려
호르무즈 통행료·배상금 요구에 실질 합의는 험로… 한국 에너지 비용 직격탄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이란에 5일 시한 통보… "대화냐, 폭격이냐"
파이낸셜타임스(FT)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군사 보복 위협을 일시 중단하고 이란 측에 5일간의 협상 시한을 제시하는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란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종식할 마지막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히며,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이란 당국자들과 이미 접촉 중임을 공개했다.
이 발언은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안도감을 퍼뜨렸다. 유럽 증시의 주요 지표인 스톡스유럽600 지수는 장 초반 2% 넘게 밀렸다가 0.6%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에너지 시장에서의 반전은 더욱 가팔랐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미·이란 무력 충돌 과정에서 이란 정유시설 파괴 우려로 배럴당 113달러까지 치달았던 브렌트유는 단 하루 만에 96달러로 되돌아왔다. 시장이 공포를 걷어내는 속도였다.
그러나 트럼프식 협상 전술은 당근만이 아니었다. 그는 "협상이 성사되면 분쟁을 끝낼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군사 작전을 재개하겠다"는 압박 메시지를 병행했다. 유화와 위협을 오가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방식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이란 "협상은 없었다"… 갈리바프 의장, 가짜뉴스 정면 반박
미국의 대화 제스처에 이란 지도부는 냉담하게 반응했다. 이란 권력 핵심으로 부상한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X)를 통해 "미국과 어떠한 협상도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공개 부인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금융·석유 시장을 흔들고 이·미 연합군의 수렁 탈출을 모색하는 의도적인 허위정보"라고 규정했다.
이란의 강경한 태도 뒤에는 체제 존립의 위기감이 자리한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이란은 이번 분쟁을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종전 조건으로 ▲향후 공격 금지에 대한 국제적 안전 보장 ▲경제 제재 전면 해제 ▲우라늄 농축 권리 공식 인정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기반시설에 대한 배상금 지급 등을 내세우고 있다. 상호 간 요구 사항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최대 쟁점,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현실화로 물류비용 폭등 우려
전 세계 석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협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조건 가운데 하나로 미국과 이란의 해협 '공동 관리'를 제시했다. 이란은 이를 주권 침해로 간주하며 수용을 거부했다.
이란은 오히려 해협을 통과하는 외국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독자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한 유조선이 안전 통과를 위해 200만 달러(약 30억 원)를 지불한 사례가 확인됐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이란 전문가 발리 나스르는 FT에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권을 추가 공격을 억제하는 안보 수단이자, 전후 재건 비용을 충당할 수익원으로 이중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에너지 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며, 그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통행료가 정례화될 경우 국내 정유사와 석유화학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직접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통행료 부과가 공식 관행으로 굳어지면 수입 원유 단가에 배럴당 수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화 협상 뒤 대규모 병력 증강… "6만 대군 집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을 내밀면서도 이면에서는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일본에서 출발한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이 이번 주말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 해병대 제31해병기동부대(31MEU) 소속 약 2200명이 승선했다. 이와 별도로 캘리포니아를 출발한 복서함 등 함정 3척이 해병대 2200명을 포함한 총 4500명을 싣고 이동 중이다.
이들이 모두 합류하면 중동에 배치된 미군 병력은 현재 약 5만 명에서 6만 명 수준으로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이를 협상 결렬 시 즉각적인 지상 작전이나 대규모 공습으로 전환하기 위한 군사적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 투자자·기업 주의할 지점
우선, 에너지·공급망 리스크의 '상시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유가 급락은 트럼프 발언이 만들어 낸 일시적인 안도 효과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이슈는 구조적인 물류비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석유화학·철강 업종의 경우 비용 전가력이 확보됐는지 먼저 따져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과거 2019년 이란 핵위기 당시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선 다변화로 충격을 완충했던 경험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다음은 '5일 시한'이 부를 변동성 장세에 레버리지를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협상 시한으로 제시된 5일은 금융시장에 극심한 등락을 유발할 수 있는 기간이다. 트럼프 발언 한 마디에 지수가 수 퍼센트씩 흔들리는 국면에서, 증권가에서는 레버리지 상품보다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끝으로 방산주·재건주에 대해서도 기대감보다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점이다. 미군 증강은 방산 관련주에 우호적이다. 반면 실질적인 종전 합의가 가시화할 경우, 이란 재건 수요를 겨냥한 인프라·건설 관련주로 투자 관심이 옮겨갈 수 있다. 다만 이란이 요구하는 배상금 규모와 제재 해제 범위가 최종 합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협상 진전 내용을 확인하고 비중을 조절하는 신중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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