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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 CEO “유럽, AI 자립 집착하면 재앙”…규제 완화·속도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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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 CEO “유럽, AI 자립 집착하면 재앙”…규제 완화·속도전 촉구

롤란트 부슈 지멘스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롤란트 부슈 지멘스 CEO. 사진=로이터

유럽이 인공지능(AI) 기술 자립에 과도하게 집착할 경우 오히려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럽 기업들이 미국 빅테크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 속에서 기술 주권보다 활용 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롤란트 부슈 지멘스 최고경영자(CEO)가 유럽연합(EU)의 AI 정책 방향에 대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며 규제 완화와 기술 도입 가속을 촉구했다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멘스는 제조·에너지·인프라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독일 대표 산업기술 기업이다.

부슈 CEO는 유럽이 자체 AI 인프라 구축을 우선시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적극 활용해 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권 확보를 이유로 혁신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며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EU는 클라우드와 AI 등 핵심 기술에서 미국 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기술 주권 패키지’를 추진 중이다. 오는 5월 관련 정책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역내 AI 산업 육성과 인프라 구축이 주요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부슈 CEO는 과도한 규제와 신중한 접근이 오히려 유럽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시행된 AI 규제가 기업들의 기술 활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접근 방식 차이를 비교하며 “미국은 빠르게 흐르는 강처럼 기업들이 기술을 적극 수용하고 있지만, 유럽은 고여 있는 물과 같다”고 말했다. 부슈는 현재 규제 체계가 실제 위험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설계됐다고 평가했다.

또 기업 간 데이터 활용까지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기업 간 계약을 통한 데이터 공유까지 규제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지멘스는 자체 AI 기술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부슈 CEO는 약 10억 유로(약 1조5000억 원)를 투입해 가상 공장 관리자 등 산업용 AI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 우선순위는 미국과 중국에 두고 있으며 독일은 후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산업용 AI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기반 데이터가 풍부한 만큼 자동화와 디지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강점을 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업들이 규제 부담과 보안 우려로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유럽이 기술 주권과 규제 강화에 집중할수록 AI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부슈 CEO는 “AI 도입을 늦추는 것은 곧 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책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