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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기름값, 얼마까지 오를까…호르무즈 봉쇄가 내 지갑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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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기름값, 얼마까지 오를까…호르무즈 봉쇄가 내 지갑을 흔든다

저유가 시대는 끝났다…호르무즈 봉쇄 600만 배럴 증발, 결국 서민 부담 커진다
하루 600만 배럴 공급 마비·쿠웨이트 "정상화에 수개월"…국제 에너지 시장 구조적 재편 가속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단순한 가격 급등을 넘어 공급망 자체의 구조적 붕괴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단순한 가격 급등을 넘어 공급망 자체의 구조적 붕괴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 다시 한번 경고음이 울렸다. 전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군사적 위협으로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80달러(242000)를 넘어섰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단순한 가격 급등을 넘어 공급망 자체의 구조적 붕괴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수개월이 더 필요"…복구 시계, 더디게 간다


24(현지시각) 배런스 보도를 보면, 쿠웨이트 국영 석유공사(KPC)의 셰이크 나와프 알 사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국제 에너지 컨퍼런스 '세라위크(CERAWeek)'에 화상으로 출연해 "전쟁으로 폐쇄된 유정들이 최대 생산 능력을 되찾으려면 쿠웨이트를 비롯한 걸프 산유국 전체에 수개월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중동에서 생산이 멈춘 원유는 하루 600만 배럴 이상으로 집계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육상 송유관을 통한 우회 수출에 나서고,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이 전략 비축유 방출 카드를 꺼냈지만 공급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 수석 분석가는 "현재 가동 중인 모든 우회 수단을 총동원해도 실종된 공급량의 5분의 1 수준밖에 대체하지 못한다""이 간극은 단기적으로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역으로 풀 수 없는 문제"…안보 해법만이 출구

에너지 업계 수장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공급 문제'가 아닌 '안보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의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EOCERAWeek 현장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재개방 없이는 어떤 대안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이 위기가 시장 논리 밖의 영역임을 단언했다.

짐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은 더 위험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이란은 고속정이나 소형 무장 차량 같은 비대칭 전력만으로도 해협 통제권을 장악할 수 있다""전쟁 종결 이후에도 해협 출입에 '통행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원유 수급은 이란의 의도에 따라 언제든 조여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게 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란의 해협 봉쇄 전략이 핵 협상 국면과 맞물릴 경우 협상 레버리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원유 도입처 다변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슬로베니아 배급제·일본 비축유 방출…충격파, 실물경제 강타


유가 급등의 충격은 이미 각국 내정을 흔들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슬로베니아는 연료 배급제를 전격 시행했고, 뉴질랜드는 가계의 연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세액 공제 지원을 결정했다.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직접 전략 비축유 방출을 지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현재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2.35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104.4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CEO를 비롯한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이탈한 물량의 규모를 감안하면, 미국과 유럽의 유가도 중동 현물가인 180달러에 수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현재 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실제 공급 충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유가 전망 잇달아 상향…"저유가 시대 공식 종료"


월가는 이번 사태를 유가의 구조적 레벨업(level-up)으로 읽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2027년 브렌트유 기준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80달러로 올려 잡으며, "분쟁 전 가격대로의 회귀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데이터 전문기업 엔베루스(Enverus)는 국제 유가가 2026년 연평균 95달러(141900), 2027년에는 100달러(1494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이 에너지 자급 체계를 재구축하고 전략 비축 물량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상시 공급 경색' 국면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의 시간은 지금부터가 진짜다


호르무즈 위기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유럽 에너지 대란에 이어, 특정 병목 지점 하나가 세계 경제 전체를 인질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다. 한국은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대체 항로 확보, 원전 확대를 통한 에너지 믹스 다변화, 전략 비축유 목표량 상향이라는 세 갈래 정책 과제가 동시에 속도를 요구하고 있다. 고유가가 일시적 충격이 아닌 장기 구조로 굳어지는 지금,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외교부나 산업부만의 의제가 아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