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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파우나 로보틱스 인수…가정용 휴머노이드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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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파우나 로보틱스 인수…가정용 휴머노이드 시장 진출

5만 달러 '스프라우트' 개발사 직원 50명 흡수, 퍼스널 로보틱스 그룹 편입
2035년 380억 달러 시장 선점 나서…테슬라·현대차·메타와 정면 승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파우나 로보틱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파우나 로보틱스'. 사진=연합뉴스

가정용 로봇 시장을 두고 빅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기는 가운데, 아마존이 이달 들어 두 번째 로봇 스타트업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블룸버그와 CNBC는 지난 25일(현지시각) 아마존이 뉴욕 소재 스타트업 파우나 로보틱스(Fauna Robotics)를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대변인은 "파우나가 누구나 쓸 수 있는 안전하고 유능하며 재미있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비전에 공감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스타트업 흡수가 아니다. 아마존이 2024년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아이로봇(iRobot) 인수에 실패한 뒤, 이번 달에만 배달 로봇 스타트업 리브르(Rivr)에 이어 파우나 로보틱스를 잇달아 품에 안은 것이어서다.

로봇 사업 내부의 구조조정 진통 속에서도 가정용 휴머노이드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아마존의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하는 국면이다.

키 107㎝·몸무게 23㎏, 장난감 줍고 춤추는 '스프라우트'의 정체


파우나 로보틱스는 전 메타·구글 딥마인드 출신 공학자들이 2024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직원 50여 명이 뉴욕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스프라우트(Sprout)'는 올해 1월부터 연구개발 파트너사에 시범 공급을 시작했다.

스프라우트는 키 약 107㎝(3.5피트), 몸무게 23㎏(50파운드)으로, 테슬라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장용으로 내놓은 키 180㎝ 안팎의 산업용 로봇과는 설계 철학 자체가 다르다.

열 살짜리 아이와 비슷한 체구로 가정과 연구실 등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서 안전하게 쓰이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았다.
스프라우트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지는 못하지만 트위스트나 플로스 같은 춤을 추고, 장난감 블록이나 인형을 집어 들거나, 의자에서 일어나 혼자 걸어다닐 수 있다.

초기 고객사에는 디즈니와 뉴욕대,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등이 포함됐다. 현재 판매가격은 5만 달러(약 7500만 원)이며 개발자 플랫폼을 통해 외부 연구자들이 응용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기술 구성을 보면, 스프라우트는 엔비디아의 젯슨 AGX 오린(Jetson AGX Orin) 플랫폼 기반으로 구동되며, 모듈식 인공지능(AI) 아키텍처와 자체 지도 작성·위치 인식 기능을 내장했다.

배터리 한 번 충전으로 약 3시간 작동하며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호출어 '스프라우트'로 작동하는 음성 대화 기능도 지원한다. 파우나는 인수 전까지 클라이너 퍼킨스·콰이엇 캐피털·럭스 캐피털로부터 총 1660만 달러(약 249억 원)를 조달 했다.

아이로봇·블루제이의 실패, 아마존 가정용 로봇의 수난사


이번 인수를 제대로 읽으려면 아마존의 소비자 로봇 사업이 걸어온 굴곡진 길을 먼저 짚어야 한다.

아마존은 2021년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를 1600달러(약 240만 원)에 선보였지만 초대장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제한 판매 방식을 유지하며 시장 침투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에는 로봇 청소기 전문업체 아이로봇을 17억 달러(약 2조5600억 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이 반독점 우려를 제기하자 2024년 1월 합의를 파기하고 9400만 달러(약 1415억 원)의 위약금을 지불하며 물러났다.

창고 자동화 분야에서도 아찔한 굴곡이 있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여러 팔을 가진 천장 부착형 로봇 '블루제이(Blue Jay)'를 공개하며 혁신을 자랑했으나, 이달 들어 높은 생산비용과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로봇 부문 직원 100여 명이 잇달아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아마존은 주춤하지 않았다. 창고 로봇은 이미 100만 대 이상을 운용 중이며,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자본지출 목표를 2000억 달러(약 301조 원)로 제시하는 등 AI 인프라와 로봇 투자를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2050년 5000조 원 시장을 향한 빅테크 총력전


아마존이 파우나를 품에 안은 배경에는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50년까지 5조 달러(약 75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이는 현재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약 57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2030년에는 산업용 위주로 연간 25만 대 이상의 휴머노이드가 출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은 이미 달아올랐다. 테슬라는 '옵티머스(Optimus)'를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하며, 일론 머스크 CEO는 연간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생산라인을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산하 보스턴 다이내믹스, 피겨 에이아이(Figure AI),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 중국의 유니트리(Unitree) 등도 각자의 제품을 내세우며 맹추격 중이다. 메타·애플·알파벳(구글)도 이 분야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아마존이 파우나를 배치한 '퍼스널 로보틱스 그룹'은 물류·창고와는 별개 조직이다. 파우나의 공동창업자 롭 코크런(Rob Cochran)과 조시 메렐(Josh Merel)은 아마존에 합류하며, 회사 명칭은 '파우나, 아마존 컴퍼니(Fauna, an Amazon Company)'로 유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아마존이 알렉사(Alexa)로 쌓은 가정용 디바이스 경험과 전국 물류망을 발판 삼아 가정용 로봇 시장의 마지막 한 조각을 채우려는 포석으로 읽는 분위기다.

다만 아마존은 스프라우트를 일반 소비자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역시 가정용 휴머노이드의 대중 보급이 2030년대 중반 이후에나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 Morgan Stanley하고 있어, 시장 기대와 상용화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아마존의 다음 숙제로 남아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