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한·중 해빙 3개월 만에 300명 집결…공급망·데이터 장벽 돌파 공동 전선
중국 올해 휴머노이드 2만 8000대 양산 vs 한국 현장 맞춤형 전략…'기술 비대칭 동맹' 향방은
중국 올해 휴머노이드 2만 8000대 양산 vs 한국 현장 맞춤형 전략…'기술 비대칭 동맹' 향방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으로 맞붙는 사이, 베이징 한복판에서 한국과 중국 로봇 기업들이 조용히 새판을 짜고 있다.
중국 전문 영문매체 차이나 글로벌 사우스 프로젝트(China Global South Project)는 지난 27일(현지시각) 한국과 중국 로봇 기업들이 베이징에서 열린 기술 포럼에 참가해 구현 AI(물리적 공간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피지컬 AI) 분야 공동 연구와 기술 표준 통합을 본격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 중관촌에서 열린 이번 '한·중 과학기술혁신 협력포럼'에는 양국의 피지컬 AI 관련 정책 전문가, 학자, 기업인, 투자자 등 300여 명이 집결해 피지컬 AI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국가 간 협력이 필수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총수와 주요 기업인 200여 명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한·중 경제 협력 복원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바 있다.
그로부터 석 달도 채 안 돼, 이번에는 로봇·AI 스타트업들이 베이징 중관촌에서 그 후속 작업을 이어받은 셈이다.
R&D는 한국 우세, 양산·시장은 중국 압도…'비대칭 구도'가 협력 부른다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는 두 가지였다. 공급망 분리(디커플링)가 만들어낸 부품 조달 제약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그리고 각국이 따로 쌓아온 로봇 훈련 데이터를 어떻게 표준화할 것인가다. 두 과제 모두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는 풀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 에이드올, 로비고스, 코넥티브, 에이아이웍스, 콜로세움코퍼레이션, 하이퍼놀로지, 이센이, 중국 측에서 우제둥리, 엔코스마트, 중커페이판로봇(항저우), 쓰촨휴머노이드로봇과학기술유한회사, 청두아가시지능과학기술유한공사가 참가해 산업 자동화, 스마트 물류, AI 협동로봇, 지능형 제조 솔루션 분야에서 기술 로드쇼를 펼쳤다.
협력 논의의 배경에는 뚜렷한 기술 비대칭 구조가 깔려 있다. 산업연구원이 전문가 설문조사와 표적 집단 면접(FGI)을 토대로 발표한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한국은 제품 개발 및 설계 등 연구·개발(R&D) 역량에서 중국보다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조달·생산·해외 시장 창출 부문에서는 모두 중국이 우위를 차지했다.
이 비대칭 구도가 협력의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보완의 근거로 작동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 부대 행사로 열린 '차이나 휴머노이드 컨퍼런스'에서도 이 같은 분업 구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유니트리 로보틱스는 핵심 부품의 90% 이상을 자체 개발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한국기업과는 AI 소프트웨어 및 산업별 특화 로봇 솔루션 분야에서 기술 동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청이 유니트리 솔루션 매니저는 "도시 환경의 90% 이상이 인간 신체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에서는 중국 정부가 2015년 이후 가치사슬별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며 한국도 로봇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현장 수요에 맞는 실증 보급 사업들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 올해 2만 8000대 양산 목표…한국은 'K-휴머노이드' 3대 연합체로 맞불
세계 로봇 시장의 규모가 협력의 절박함을 직접 설명한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을 2만 8000대로 전망했으며, 업계 일각에서는 10만 대 양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중국 애지봇·유니트리 등이 세계 출하량의 87%를 장악한 상황이다. 골드만삭스 그룹은 2035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1540억 달러(약 23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고, 중국 시장조사기관 GGII(고공산업연구원)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30년 200억 달러(약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1위 기업의 한국 시장 공략도 가파르게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세계 1위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애지봇은 최근 한국 사무소를 설립하고 주요 제품의 주문 구매가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8.5%로 2위를 기록한 유니트리는 올 초 이마트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사족보행 로봇 '고투'를 2주 만에 50여 대 판매하며 국내 시장을 정조준했다.
지난 4일 코엑스에서 열린 '차이나 휴머노이드 컨퍼런스'에는 약 1000명의 참관객과 100여 명의 미디어가 몰렸다. 애지봇, 유니트리, 푸리에, 레주, 화웨이를 비롯해 AI 연구진이 참석해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 동향과 기술 상용화 전략을 공유했다.
중국 전문가는 "중국에는 휴머노이드 완성기 업체가 약 160개, 핵심 부품 공급망 기업은 600개 이상이 존재한다"며 "로봇 관련 기업까지 포함하면 1만 개 이상이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물량 경쟁 대신 '제조 현장 밀착형 솔루션'으로 차별화 노선을 굳히고 있다. 산업통상부 주도의 'K-휴머노이드 연합'과 '제조 자동화혁신(AX) 얼라이언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 등 3대 연합체가 잇따라 출범했다.
현대차그룹,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두산로보틱스, 뉴로메카, 로보티즈 등 중소 로봇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제조 현장 상용화를 공동 목표로 세웠다.
정부 차원의 현장 점검도 병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일정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중국 상하이 장장과학성 '로봇밸리'를 찾아 피지컬 AI 산업 현장을 직접 점검했다.
산업용 로봇 기업 푸리예로보틱스와 ABB 로봇 연구개발센터를 잇따라 방문해 공동 연구개발 및 실증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배 부총리는 "한·중 양국은 과학기술과 첨단 산업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한·중 로봇 협력의 성패가 '정치의 온도'가 아닌 '기술의 깊이'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중국의 대규모 제조 역량과 한국의 정밀 설계·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맞물릴 경우 미국 주도의 세계 로봇 질서에 아시아발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협력이 깊어질수록 공급망 의존도 심화와 데이터 주권 문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 간 협력의 범위와 속도를 둘러싼 조율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