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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건강 역전 현상… 65세 이상 절반, 나이 들수록 몸·뇌 더 좋아진다 [노화·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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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건강 역전 현상… 65세 이상 절반, 나이 들수록 몸·뇌 더 좋아진다 [노화·건강]

예일대 12년 추적 연구 "긍정적 노화 인식이 신체·인지 기능 향상 불러"
치매, 노화의 필연 아냐…판단력·지혜·행복감은 오히려 상승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몸이 망가진다는 통념은 이제 과학 앞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65세를 넘긴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신체와 뇌 기능이 더 좋아진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몸이 망가진다"는 통념은 이제 과학 앞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65세를 넘긴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신체와 뇌 기능이 더 좋아진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몸이 망가진다"는 통념은 이제 과학 앞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65세를 넘긴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신체와 뇌 기능이 더 좋아진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마음의 태도'가 몸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베카 레비(Becca Levy)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노인학(Geriatric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성인 참여자의 약 50%가 신체 기능(보행 속도)이나 인지기능, 또는 두 영역 모두에서 과거보다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수천 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추적 조사를 벌이며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325(현지시각) 보도했다.

76세에 "지금이 60대보다 더 강하다"…다이애나 나이어드의 증언


이번 연구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인물은 장거리 수영 선수 다이애나 나이어드(Diana Nyad). 그는 64세였던 12년 전, 상어 보호망 없이 쿠바에서 미국 플로리다까지 약 177km(110마일)를 홀로 헤엄쳐 건넜다. 젊은 시절 네 차례 도전에 모두 실패했던 이 기록을,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완성한 것이다.

나이어드는 최근 인터뷰에서 "64세 당시가 내 전성기라고 생각했지만, 76세가 된 지금은 그때보다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사례를 단순한 개인 기록이 아니라, 노년기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의 실증으로 평가한다.

"긍정이 운동을 낳고, 운동이 건강을 만든다"…눈덩이 효과의 선순환


레비 교수는 노화에 대한 마음가짐이 신체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한다. 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스스로를 가꾸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운동·사회 활동·봉사로 연결된다.

웨일 코넬 의대 마크 락스(Mark Lachs) 교수는 이를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로 설명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외출에 나서면 친구를 만나고, 약속 장소까지 걷는 과정에서 근력이 생기며, 대화를 통해 인지기능이 자극된다는 것이다. 선순환의 고리는 이렇게 굴러간다.

반면 "나이 들면 끝이다"라는 부정적 인식은 운동과 사회적 교류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어 노화를 오히려 가속하는 요인이 된다. 락스 교수는 "인식의 방향이 건강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치매는 노화의 필연이 아니다…지혜·판단력·행복감은 나이와 함께 오른다


노인을 '의존적이고 인지 능력이 쇠퇴한 존재'로 보는 고정관념은 여전히 강하다. 2024년 글로벌 조사에서 의료 종사자의 65%, 일반인의 80%"치매는 노화의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락스 교수는 "대다수 노인은 인지 장애 없이 독립적인 삶을 충분히 영위한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판단력, 지혜, 감성 지능(EQ), 전반적인 행복감은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들이 '평균치''쇠퇴'에만 초점을 맞춰온 탓에 노년기의 성장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간과해 왔다고 분석했다.

국내 노인의학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주목한다. 한 노년학 전문가는 "어르신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적절한 인식 전환만으로도 실제 기능 유지에 뚜렷한 차이가 생긴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건강한 노화가 의료비 절감과도 직결되는 만큼, 인식 개선을 위한 공공 캠페인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노화 인식 바꾸는 'ABC 방법론'…실천 가능한 3단계 접근법


레비 교수는 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ABC 방법론'을 제안한다. A(Awareness·인식)는 미디어나 광고에서 노화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메시지를 가려내는 연습을 한다. B(Blame·전환)는 노년기의 어려움이 '나이' 탓이 아니라 '연령차별(Ageism)'이라는 사회 구조의 문제임을 인식한다. C(Challenge·도전)는 자신과 사회에 뿌리박힌 부정적 노화 관념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데이비스 노년학대학원 폴 어빙(Paul Irving) 객원교수는 "노화는 우리 모두가 겪는 보편적 경험이자 축복"이라며 "청년의 창의성과 노년의 지혜가 결합한 세대 간 협력이 미래 사회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수명이 아닌 '태도'가 노년의 질을 결정한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초과)에 진입했다. 이 연구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어떤 마음으로 나이 들 것인가'가 개인의 건강 수준은 물론 국가 의료비 부담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노년을 쇠퇴의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성장이 시작되는 시기로 재정의하는 인식의 전환, 그 출발점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연구 결과가 제시하는 노년 건강을 위한 3가지 착안점


첫째, "내가 나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건강검진보다 우선이다.

이번 연구의 가장 강력한 함의는 노화의 속도를 결정하는 변수가 유전자나 병원 방문 횟수가 아니라 '자기 인식'이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노인을 부양 대상, 즉 비용으로 바라봐 왔다. 그러나 연구는 노인 스스로도 이 시선을 내면화할 때 실제로 몸이 더 빨리 늙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모 세대에게 "아직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본인 스스로 그렇게 믿는 것이 어떤 영양제보다 효과적인 노화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둘째, 치매 공포를 내려놓아야 뇌가 더 오래 건강하다.

한국인의 치매 불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치매 관련 의료비는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많은 중장년층이 사소한 건망증에도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확인한 것처럼, 치매는 노화의 '기본값'이 아니다. 오히려 치매를 두려워하는 과도한 불안감 자체가 사회적 고립과 활동 감소로 이어져 인지기능 저하를 앞당길 수 있다. 정기 검진은 유지하되, 노화를 공포가 아닌 과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셋째, 초고령사회 한국의 진짜 경쟁력은 '노인의 재정의'에 있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한국의 정책 담론은 여전히 노인을 '복지 수혜 대상'으로 규정하는 데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제시하는 방향은 다르다.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이 기능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이들은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자원이다. 시니어 재취업, 세대 간 멘토링, 노인 자원봉사 생태계 확대 등 '활동하는 노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책 전환이 저출생·고령화 시대 한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