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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품업계 가격 인하 움직임 ‘제동’…이란戰 여파에 인플레 재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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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품업계 가격 인하 움직임 ‘제동’…이란戰 여파에 인플레 재확산 우려

지난해 9월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퀸스의 한 슈퍼마켓에서 판매 중인 하인즈 케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9월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퀸스의 한 슈퍼마켓에서 판매 중인 하인즈 케첩. 사진=로이터

글로벌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나서려던 움직임이 중동 전쟁 여파로 급제동이 걸리며 다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치약과 통조림, 아이스크림 등 생활필수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최근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2차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이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나서면서 에너지 가격과 포장재에 쓰이는 플라스틱 비용이 급등했다. 여기에 해협 통과 제한 조치로 비료 가격도 40% 이상 상승했다.

전쟁 이전까지 펩시코와 크래프트하인즈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소비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라몬 라과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스낵 가격을 최대 15% 낮추겠다고 밝혔고, 스티브 케이힐레인 크래프트하인즈 CEO도 가격이 소비자에게 부담이 됐다고 인정하며 인하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상황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은 식품업체와 유통업체의 가격 인상을 촉발했다.

◇ 유가 급등에 물류·포장 비용 동반 상승


전쟁 이후 국제 유가는 배럴당 72달러(약 10만8700원)에서 115달러(약 17만3600원)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운송비와 생산비, 포장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고 소비자 가처분소득도 감소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디젤 가격이 갤런당 5달러(약 7500원)를 넘어섰고 이는 지난달 말 대비 40% 이상 오른 수준이다. 트럭 운송업체들도 유류 할증료를 비슷한 폭으로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닐봉지와 병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 가격도 지난달 말 이후 50% 이상 상승했다. 화학제품 공급 차질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가격 인상 쉽지 않은 환경


다만 기업들이 가격 인상으로 비용을 전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반발이 커진 데다 구매력도 약화됐기 때문이다.

니크 모디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2026년에는 가격 인상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며 “많은 기업이 과거 가격 인상을 과도하게 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TD코웬은 원가 상승과 가격 전가 한계로 식품업체들의 수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배당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신선식품부터 가격 상승 가능성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비용 상승이 판촉 중심 전략을 추진해온 식품업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컨설팅업체 사이먼쿠처는 소매업체와의 계약 구조상 가격 인상 반영까지 최소 90일이 걸리는 만큼 물가 상승 효과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신선식품 가격이 가장 먼저 오르고 이후 운송비 부담이 큰 음료와 냉장식품 순으로 가격 상승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부채가 많은 기업일수록 마진 방어를 위해 조기에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은 소비 둔화 속에서도 기업들이 가격과 수요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