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이화학·미쓰비시케미컬, 미국·아프리카 대체 조달 착수…중동산 비중 74% 구조적 취약성 노출
에틸렌 스프레드 마이너스 전환…원료비가 제품값 웃도는 역마진 쇼크 현실화
한·일 동시 쟁탈전 속 5월 이후 에틸렌 설비 가동 유지 불투명
에틸렌 스프레드 마이너스 전환…원료비가 제품값 웃도는 역마진 쇼크 현실화
한·일 동시 쟁탈전 속 5월 이후 에틸렌 설비 가동 유지 불투명
이미지 확대보기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현지시각) 일본 석유화학 업계가 중동 이외 지역에서 나프타 긴급 조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쓰이화학(三井化学)은 미국과 아프리카에서, 미쓰비시케미컬그룹(三菱ケミカルグループ)은 러시아를 제외한 제3국에서 현물 구매를 결정했다.
한국도 같은 날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이 국내에 처음 반입되며 극단적 수급 위기를 버티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동산 나프타 비중이 일본 74%, 한국 77%에 달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노출된 셈이다.
"4월은 버틴다, 5월 이후가 문제"…에틸렌 설비 가동의 임계점
일본의 나프타 수급 구조를 보면, 국내 수요의 40%는 자국에서 조달하고, 40% 이상은 중동에서, 나머지 약 20%는 그 밖의 지역에서 들여온다. 문제는 국산 나프타의 원료인 원유 역시 90% 이상이 중동산이어서 실질 의존도가 수치보다 훨씬 깊다는 점이다.
2025년 무역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나프타 수입에서 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중동산이 74%를 차지했다. 중동 외 지역으로는 한국 9%, 페루 6%, 미국 4% 순이다.
미쓰이화학은 지바현과 오사카부에서 에틸렌 생산 설비 2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감산 체제로 전환한 상태에서 미국·아프리카산으로 빈자리를 채울 방침이다.
미쓰비시케미컬그룹은 "통상보다 값이 비싸지만 중동 외 지역에서 스폿(현물) 구매를 일부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달 지역과 물량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러시아산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에네오스홀딩스(ENEOSホールディングス)와 이데미쓰코산(出光興産)도 대체 조달 검토를 공식화했다.
일본 석유화학공업협회의 구도 고시로(工藤幸四郎) 회장(아사히카세이 사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조달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29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 조달하도록 전환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각 기업이 추진하는 또 다른 카드는 비축 원유 방출로 정제된 나프타 활용이다. 설비별 편차가 있지만, 일본 전체로는 4월까지 가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관건은 5월 이후다. 에틸렌 생산 설비는 감산 중이라도 설비 보전을 위한 최저가동률이 존재하기 때문에, 원료가 끊기면 무조건 멈춰 세울 수도 없다.
한·일 동시 쟁탈전…가격 2배 폭등에 역마진 쇼크까지
일본이 중동 외 조달에 나선 이 시각, 한국도 같은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지난 27일 "나프타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업들은 이익을 거의 포기한 채 가동률을 조정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국내 나프타 가격은 톤당 1000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해 1월 대비 2배 가까이 치솟은 상태다.
역마진 충격은 더 심각하다. 나프타를 정제해 만드는 에틸렌 가격은 톤당 860달러 수준으로 연초보다 22% 올랐지만, 나프타 가격이 더 빠르게 뛰면서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톤당 250달러를 넘어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LG화학은 지난 23일 여수 2공장(연산 80만 톤 규모) 가동을 멈췄고, 롯데케미칼은 정기 보수 일정을 3주 앞당겼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은 이미 고객사에 불가항력 선언 가능성을 통보한 상태다.
정부가 지난 23일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고 27일부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고시를 시행했지만, 근본적인 대체 물량 확보에는 여전히 난관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0일 국내에 처음 반입된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에 대해 KB증권은 "수입 가능한 러시아산 총량은 22만~25만 톤으로 한국의 2~3일치 수요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해당 계약은 미국의 대러 제재 완화 조치에 기반한 것으로, 그 유효 기한이 오는 4월 11일까지여서 지속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일본 화학 대기업 임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비싼 원료를 구매한다면 고객에게 제대로 가격을 전가하지 못하면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LG화학도 지난 19일 국회 석유화학 업계 간담회에서 "원유나 액화천연가스(LNG)처럼 나프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비축 체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뚫린 구멍이 너무 크다…선박 확보 전쟁까지 3중 압박
나프타를 확보하더라도 실어 나를 배가 없다는 게 또 다른 벽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우회 루트를 택할 경우 수송 비용이 50~80% 오를 전망이다. 일본 업계에서는 조달 지역에 따라 일본 도착까지 한 달가량의 리드타임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물량을 잡아도 운반선을 잡아야 하고, 운반선을 잡아도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3중 악재가 겹친 셈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경제학자는 "유가가 이 수준에 도달하면 금융시장 조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팀슨 센터의 제임스 김 한국 프로그램 국장도 "봉쇄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한국의 제조 및 수출 역량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내 에틸렌 생산 설비 12기 중 적어도 6기가 이미 감산에 돌입했고, 한국에서는 4월 중순 이후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이 30~4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안팎에 퍼지고 있다.
플라스틱·비닐로 시작된 공급망 균열이 자동차·전자 등 전방 산업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비축유 방출, 스폿 구매, 러시아산 긴급 반입 등 한국과 일본이 총동원한 임시방편이 5월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