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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HBM4 양산 돌입·GDDR 적층 동시 승부…'메모리 전쟁' 판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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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HBM4 양산 돌입·GDDR 적층 동시 승부…'메모리 전쟁' 판도 흔드나

구글 알고리즘 충격에 주가 급락 불구, 2026년 HBM 물량 전량 완판 확인
'HBM=학습·GDDR 적층=추론' 이원 전략으로 삼성·SK하이닉스 측면 공격
Q3 매출 가이던스 335억 달러·EPS 19달러…"AI發 비대칭 호황 진입" 분석
주가 급락 이면에서 마이크론은 조용히 두 개의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하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에 최적화된 HBM4의 세계 최초 대량 양산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용 그래픽 메모리(GDDR)를 HBM처럼 수직으로 쌓는 '적층형 GDDR' 개발 착수다. HBM이 '속도의 전쟁'이라면, 적층형 GDDR은 '경제성의 전쟁'이다. 마이크론은 후자가 더 큰 시장이 될 것에 베팅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주가 급락 이면에서 마이크론은 조용히 두 개의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하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에 최적화된 HBM4의 세계 최초 대량 양산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용 그래픽 메모리(GDDR)를 HBM처럼 수직으로 쌓는 '적층형 GDDR' 개발 착수다. HBM이 '속도의 전쟁'이라면, 적층형 GDDR은 '경제성의 전쟁'이다. 마이크론은 후자가 더 큰 시장이 될 것에 베팅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호실적에도 주가가 떨어졌다. 330(현지시각)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나스닥: MU)322.05달러로 마감, 하루에만 9.81% 급락했다. 2주 전 분기 최고 매출 기록을 발표한 뒤 6거래일 연속 하락해 고점 대비 낙폭은 20%를 넘어섰다. 표면적인 원인은 구글 리서치가 지난 24일 발표한 '터보퀀트(TurboQuant)' 알고리즘으로, 대형언어모델(LLM)의 핵심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AI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를 촉발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시각은 다르다. RBC 캐피털마켓은 "20262분기 D램 가격이 50% 상승하고 이후로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고, 모건스탠리는 "이번 매도세는 실제 리스크를 과도하게 반영한 공포 매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의 2026HBM 물량은 이미 가격·수량 모두 구속력 있는 계약으로 전량 완판된 상태다.

주가 급락 이면에서 마이크론은 조용히 두 개의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하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에 최적화된 HBM4의 세계 최초 대량 양산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용 그래픽 메모리(GDDR)HBM처럼 수직으로 쌓는 '적층형 GDDR' 개발 착수다. HBM'속도의 전쟁'이라면, 적층형 GDDR'경제성의 전쟁'이다. 마이크론은 후자가 더 큰 시장이 될 것에 베팅하고 있다.

마이크론 주가 폭락은 AI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마이크론의 AI 메모리 논리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주가 급락은 오히려 장기 투자자에게는 기회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확인이 필요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론 주가 폭락은 AI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마이크론의 AI 메모리 논리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주가 급락은 오히려 장기 투자자에게는 기회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확인이 필요하다. 이미지=제미나이3

HBM4 대량 양산, '빠른 추격자'에서 '공급 선도자'


마이크론은 316일 엔비디아 개발자 컨퍼런스(GTC 2026)에서 HBM4 36GB 12단 적층(12-Hi) 제품의 대량 출하를 공식화했다. 마이크론 공식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제품은 초당 2.8테라바이트(TB/s)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하며 이전 세대인 HBM3E(동일 규격 기준)보다 대역폭이 2.3배 넓고 전력효율은 20% 이상 개선됐다. 마이크론은 동시에 16단 적층(16-Hi) HBM4 48GB 샘플도 주요 고객사에 출하했다고 밝혔다.

이번 양산 돌입은 마이크론의 시장 위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마이크론은 오랫동안 한국 기업들에 밀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런데 이번에는 HBM4 세대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사실상 동시에, 일부 규격에서는 가장 먼저 대량 양산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와 처음으로 5년짜리 전략적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분기·연간 단위 계약에서 벗어나 중장기 공급 가시성을 확보했다는 것은, 마이크론이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엔비디아 AI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됐음을 뜻한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마이크론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6 회계연도 2분기(20262월 말 기준) 실적에서 매출은 239억 달러(3625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6% 폭증했다. 분기 주당순이익(EPS)12.20달러로, 전년 동기(1.41달러)의 약 8.7배에 달한다. 회사는 3분기 가이던스로 매출 335억 달러(508200억 원), EPS 19.15달러를 제시했다. Wccftech 등 반도체 전문 매체들은 이 수치를 두고 "AI 수요가 만들어낸 구조적 호황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HBM 시장 경쟁 구도를 한국 대 미국의 구도로 단순화하면 현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HBM3E 분야에서 사실상 시장 1위를 유지하며 엔비디아 납품을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6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HBM4 추격과 함께 자사 파운드리(위탁생산)를 결합한 이른바 '원스톱 솔루션'으로 반격을 꾀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이 틈새를 HBM4 조기 양산과 엔비디아와의 밀착 협업으로 파고들고 있다.

'적층형 GDDR' 카드, AI 추론 시장의 측면 공격

HBM4 양산이 마이크론의 정면 돌파라면, 적층형 GDDR은 측면 기동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게임용 그래픽카드에 주로 쓰이던 GDDR 메모리 모듈을 HBM처럼 수직으로 쌓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올 하반기 공정 테스트에 진입하고 내년 중 시제품(샘플)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와 유사한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아, 마이크론이 이 분야에서 선발 주자의 이점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 전략의 핵심 논리는 AI 시장의 무게 중심 이동에 있다. AI 산업은 지금 모델을 훈련시키는 '학습(Training)' 단계에서 학습된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활용하는 '추론(Inference)' 단계로 빠르게 이행 중이다. 두 단계는 메모리에 요구하는 조건이 다르다. 학습에는 최고 수준의 대역폭이 필요하기 때문에 HBM이 최적이다. 반면 추론에는 메모리 용량이 크고 비용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데이터센터 H100·블랙웰 계열이 학습을 담당한다면, 추론은 엣지 서버·경량 기업용 AI 등 더 광범위한 시장을 겨냥한다. 마이크론은 바로 이 '추론 시장'을 적층형 GDDR로 공략하려 한다.

적층형 GDDRHBM보다 성능은 낮지만, 핵심 경쟁력은 가격과 패키징 단순성에 있다. HBM은 수백 개의 TSV(실리콘 관통 전극)를 뚫고 CoWoS 같은 복잡한 인터포저 패키징이 필요해 공급 병목이 심각하다. 반면 적층형 GDDR은 이보다 간단한 패키징 공정을 적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과 공급 확대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들은 HBM TAM(전체 시장 규모)2025350억 달러(53조 원)에서 20281000억 달러(151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GDDR 시장은 2023년 약 58억 달러(8조 원)에서 연평균 9.1% 성장하여 2032년에는 126억 달러(19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최신 규격인 GDDR7 시장은 202428.8억 달러(4조 원)에서 2032114.2억 달러(17조 원)까지 연평균 약 18.7%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GDDR은 고유한 고전력·고발열 특성 때문에 적층 시 열 밀도가 폭증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GDDR 적층은 학술 논문 단계를 넘은 대량생산 선례가 전무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수율 확보, 냉각 설계, 인터커넥트 병목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성공하면 HBM과 일반 GDDR 사이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만, 실패하면 '비싸고 뜨거운 메모리'로 전락할 위험도 존재한다.

삼성·SK하이닉스, 한국 메모리 산업의 선택지


마이크론의 이원 전략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던진다. SK하이닉스는 HBM 최강자의 위치에서 HBM4E 선제 양산으로 주도권을 연장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그러나 추론 시장에서 적층형 GDDR이 자리를 잡는다면, HBM에 집중된 수익 구조의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AI 서비스 상용화 단계인 추론에서는 수만 대의 서버를 운영해야 하므로, GB당 가격이 HBM의 약 5~10% 수준인 GDDR 계열이 매우 매력적이고, 초거대 모델 학습에는 HBM의 압도적 대역폭이 필수적이지만, 특정 목적에 특화된 경량 모델(SLM)이나 서비스형 추론에는 GDDR7급의 대역폭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특히, HBMTSV(실리콘 관통 전극) 공정과 인터포저가 필수라 공정 난도가 높고 수율 확보가 어렵지만, 적층형 GDDR은 기존 후공정 기술을 응용해 패키징 단순화와 단가 하락이 가능하다. 추론 시장에서 적층형 GDDR이 충분히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HBM 수율 논란에서 벗어나 HBM4 공급 정상화를 서두르는 한편,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결합한 패키지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메모리 부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과 미국 양측에서 모두 제기된다. 인텔 전 CEO 립부 탄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적어도 2028년까지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최근 "2030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마이크론 CFO 마크 머피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는 상황이 2026년을 넘어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초거대 생산 기지 건설, '메모리 제국' 재건 승부수


마이크론은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다.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캐팩스) 지출을 기존 200억 달러(30조 원)에서 250억 달러(37조 원) 이상으로 상향했고, 아이다호 공장 가동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2027년 중반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미국 뉴욕주 클레이 지역에는 총 1000억 달러(151조 원) 규모의 대형 반도체 생산 단지 건설이 추진된다. 이 공장은 2026년 착공에 들어가 2030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으로, 완공 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시설이 된다. 싱가포르에는 HBM 패키징 공장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이러한 투자 행보는 단기 호황 대응이 아닌 장기 지배력 확보를 위한 구조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역사적으로 경기 사이클을 타는 '주기적 산업'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금의 AI 수요는 성격이 다르다. 모델 복잡도가 커질수록 메모리 수요도 같이 증가하는 구조적 연동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마이크론 관계자는 "세계에서 단 세 곳뿐인 대용량 메모리 제조사로서 AI 인프라 수요를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완충 요인도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효율화가 하드웨어 수요를 대체하기보다는 AI 도입을 가속화해 총 메모리 수요를 오히려 늘려온 것이 역사적 패턴이다. 구글 자신이 2026년 캐팩스를 전년 대비 약 100% 증가한 1800억 달러(273조 원)로 확정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즉 터보퀀트를 발표한 구글 스스로가 메모리 하드웨어 지출을 줄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AI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마이크론의 AI 메모리 논리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주가 급락은 오히려 장기 투자자에게는 기회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확인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지켜봐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오는 624일로 예정된 마이크론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데이터센터 낸드(NAND) 매출이 계속 가속화하는지 여부다. 이것이 터보퀀트 수요 파괴론을 반박하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둘째, HBM4 단가와 가동률 추이다. HBM 가격이 꺾이기 시작하면 메모리 사이클이 피크에 근접했다는 신호다. 셋째, 적층형 GDDR의 공정 테스트 결과가 올 하반기에 확인되면, 마이크론의 '이원 전략'이 실현 가능한 청사진인지 아닌지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HBM이 성능의 극한을 다투는 '속도의 경쟁'이라면, 적층형 GDDR은 누가 더 싸게 더 많이 공급하느냐를 겨루는 '경제성의 전쟁'이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메모리 기업들의 전략 분기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