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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장비 수주 노린 '검은 거래'… 스마트폰이 무너뜨린 TSMC 2나노 철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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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장비 수주 노린 '검은 거래'… 스마트폰이 무너뜨린 TSMC 2나노 철옹성

"스마트폰 카메라에 뚫린 2나노"… TSMC 기술유출 엔지니어 최대 14년형 '철퇴'
대만 검찰, 국가안보법 적용해 '초강경 대응'… 반도체 패권 전쟁 속 산업 스파이와 전쟁 선포
2나노 공정 양산 앞두고 보안 비상…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기술 방어력'이 국가 경쟁력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한계를 돌파할 '인류 미답의 영역' 2나노미터(nm) 기술이 고작 스마트폰 카메라 한 대에 허무하게 노출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전·현직 엔지니어들이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대만 검찰로부터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한계를 돌파할 '인류 미답의 영역' 2나노미터(nm) 기술이 고작 스마트폰 카메라 한 대에 허무하게 노출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전·현직 엔지니어들이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대만 검찰로부터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한계를 돌파할 '인류 미답의 영역' 2나노미터(nm) 기술이 고작 스마트폰 카메라 한 대에 허무하게 노출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전·현직 엔지니어들이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대만 검찰로부터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Wccftech는 지난달 30(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대만 당국이 단순 기밀 유출을 넘어 '국가안보법'을 전격 적용하고 나선 것은 반도체 기술이 국가의 명운을 결정짓는 '전략 자산'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상징적 사건으로 풀이된다.

대만 현지 매체 UDN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의 몸통은 TSMC 출신으로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TEL)에 합류한 천웨이지에(Chen Weijie). 대만 검찰 조사 결과, 천 씨는 202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TSMC에 재직 중이던 전 동료 우빙쥔, 거이핑 등에게 접근해 2나노 공정의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넘겨달라고 끈질기게 회유했다.

이들은 TSMC 내부 보안망의 감시를 피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기밀문서를 직접 촬영하는 원시적이면서도 대담한 수법을 동원했다. 유출된 정보는 2나노 공정의 핵심인 에칭(식각) 기술에 집중됐다. 도쿄일렉트론 측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자사 장비의 성능을 개선해 TSMC의 차세대 2나노 양산 라인에서 장비 공급권을 따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물리적 제품이 아니라 고도의 '공정 레시피' 산업이다. 온도, 압력, 화학물질 배합 비율 등 미세한 조건 하나가 수조 원의 가치를 지닌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도 내부자의 물리적 촬영이나 메모리 저장을 완벽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라는 탄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AI 보안 시스템 대 인간 내부자'의 대결에서 인간의 악의가 시스템을 어떻게 무력화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대만 '국가안보법' 적용의 의미… "기술 유출은 군사적 침공과 동급"


대만 수사 당국이 이번 사건에 국가안보법을 적용해 14년형이라는 중형을 구형한 것은 전례 없는 강수다. 이는 대만 정부가 TSMC의 기술력을 국가 존립을 위한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2나노 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속도전을 벌이는 가운데, 인텔까지 전 TSMC 임원 로웨이런(Wei-Jen Lo)을 영입하며 추격에 사활을 걸고 있는 초격차 영역이다. 기술 격차가 0.1~0.3nm 단위로 좁혀진 상황에서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 남의 것을 훔치는 게 더 빠른'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만의 초강경 대응은 지정학적 생존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대만 검찰은 인텔로 이직한 또 다른 TSMC 출신 엔지니어에 대해서도 기술유출 혐의를 수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의 반도체 규제 및 글로벌 공급망 블록화 현상과 연결된 '지정학적 방어 기제'로 해석한다. , 기술유출 방지는 기업의 이익을 넘어 국가의 안보 역량을 지키는 군사적 작전과 동일한 층위로 격상됐다.

2나노 시대의 승자, '가장 늦게 유출당하는 기업'이 차지한다

반도체 전쟁의 중심축이 공장이 아닌 '엔지니어의 머릿속'으로 이동하면서 기업들의 보안 전략도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을 매개로 한 인재 영입이 사실상 '합법적 기술 거래'로 변질된 현실에서 비경쟁 조항(Non-compete clause)은 이미 힘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향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보안 장벽' 고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물리적 통제 강화다. 사업장 내 전자기기 전면 차단 및 내부자 동선 정밀 추적이다.

둘째, 공급망 보안 심사다. 협력사 장비 개발 과정에서의 데이터 피드백 루프 엄격 제한이 예상된다.

셋째, 핵심 인력 예우 및 감시 병행이다. 기술 가치에 상응하는 보상과 함께 이직 시 엄격한 사법 리스크 고지가 뒤따를 전망이다.

2나노 공정의 진정한 승자는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한 기업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가장 마지막까지 지켜낸 기업이 될 것이다. 대만 당국의 이번 조치는 기술유출이 곧 '패가망신'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시장에 보냈다. 한국 반도체 업계 또한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안전망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