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란발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와 개발도상국에서 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에너지 배급’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동 지역 석유·가스 공급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운송 불안이 이어지면서 각국 정부가 연료 수요 억제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개도국 ‘직격탄’…성장 둔화 우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은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이어지며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은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자체 생산 기반이 취약해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액화천연가스(LNG)의 83%, 원유의 84%가 아시아로 향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수요 파괴’ 현상이 발생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각국 연료 절감 총력…근무시간 단축·에어컨 제한
각국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있다.
태국은 공무원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자전거 이용과 차량 공유를 장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공무원 주 1회 재택근무를 도입했고 국민들에게 연료 절약을 촉구했다.
파키스탄은 연료 절약을 위해 국내 크리켓 리그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잠비아는 연료 공급 위기를 선언하고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소비세를 면제했지만 항공유와 등유 가격은 이달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선택지 제한”…재정 부담 확대
각국은 연료 가격 상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세금 인하와 보조금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브래드 세처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보조금 확대는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공급 부족 상황에서는 가격 신호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레멘스 그라프 폰 루크너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연구원은 “정책 결정자들은 재정 부담과 에너지 위기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가 상승 장기화 시 세계 경제 타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6년 2분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5달러(약 20만2500원) 수준을 유지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기준 전망보다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은 0.75%,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0.95% 감소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오일쇼크처럼 이번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소비 구조 자체가 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크게 낮춘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