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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상 안전 보장’ 역할 흔들…트럼프 발언에 글로벌 무역 질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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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상 안전 보장’ 역할 흔들…트럼프 발언에 글로벌 무역 질서 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 역할에서 물러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해상 질서와 에너지 시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페르시아만 항로 보호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며 세계 무역의 핵심 기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보호를 다른 국가들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유지해온 ‘해상 항로 안전 보장’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상품 교역 약 35조 달러(약 5경1300조 원)의 8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이곳의 안전이 흔들릴 경우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 유조선 통행 급감…글로벌 원유 흐름 20% 위협


전쟁 이후 해협 통행량은 하루 약 135척에서 현재는 극히 일부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란이 자국 수출과 연계된 선박 위주로만 통행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영향을 받고 있으며 국제 유가 상승과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초 이번 중동 전쟁이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충격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항행의 자유 위협”…국제 규범 흔들


국제 해상 질서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주요 해협에서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통행을 제한하거나 최대 200만 달러(약 29억3000만 원)의 통과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이같은 체계를 흔들고 있다.

존 W. 밀러 전 미 해군 제5함대 사령관은 “호르무즈에서 항행의 자유가 무너지면 전 세계 해상 질서가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아시아 당국자들도 미국의 역할 약화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안보 불확실성 확대를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다국적 대응 움직임…미국 신뢰도 시험대


미국의 명확한 대응 전략이 부재한 가운데 주요 국가들은 자체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유엔에 해협 재개를 위한 군사적 조치 승인까지 요청했고, 영국은 40여개 동맹국과 비군사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며 항행의 자유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중국 영향력 확대 가능성…지정학적 파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해협 통제에 실패할 경우 중국의 해상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엠마 솔즈베리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에서 항행의 자유를 지키지 못한다면 남중국해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각국은 말라카 해협 등 주요 해상 요충지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제 해상 질서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