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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휘발유세 폐지 추진, 2028년 기금 고갈에 '무게 기반 수수료'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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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휘발유세 폐지 추진, 2028년 기금 고갈에 '무게 기반 수수료' 부상

현대차·GM 등 참여 자동차혁신연합(AAI), "휘발유세 버리고 차량 중량제 도입" 건의
1993년 이후 동결된 세수 실질가치 60% 하락… 전기차(EV) '도로 무임승차' 논란 정조준
9월 연방 교통법 만료 앞두고 '수익자 부담' 전면 개편… 자동차세 체계 대전환 예고
미국 자동차 업계는 ‘휘발유세’를 폐지하고 차량 무게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파격적인 ‘무게 기반 수수료’ 도입을 연방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자동차 업계는 ‘휘발유세’를 폐지하고 차량 무게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파격적인 ‘무게 기반 수수료’ 도입을 연방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자동차 업계가 100년 넘게 유지된 ‘휘발유세’를 폐지하고 차량 무게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파격적인 ‘무게 기반 수수료’ 도입을 연방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6일(현지시각) 폭스비즈니스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 등을 회원사로 둔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최근 고속도로신탁기금(HTF)의 고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 같은 내용의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는 오는 9월 30일 현행 연방 지표교통법 만료를 앞두고, 전기차(EV) 시대로의 전환에 발맞춰 도로 재원 조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1993년 동결’ 휘발유세의 몰락… 2028년 도로 예산 46% 삭감 위기


미국의 도로 인프라를 지탱하는 고속도로신탁기금(HTF)이 2028년이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비당파 기구인 ‘책임 있는 연방 예산위원회(CRFB)’의 분석에 따르면, 기금이 고갈될 경우 연방 도로 및 대중교통 관련 지출은 현재보다 약 46%나 급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의 핵심 원인은 기금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휘발유세의 노후화다. 현재 연방 휘발유세는 갤런당 18.4센트(약 270원)로, 1993년 이후 30년 넘게 단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세수의 실질 구매력은 1993년 대비 60% 이상 증발했다. 여기에 내연기관보다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와 아예 기름을 쓰지 않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세금 징수 방식은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거운 전기차가 도로 더 파손"… '무게 기반' 과세로 형평성 제고

AAI의 이번 제안은 차량 등록 시 무게에 비례해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이 공평하게 비용을 부담하자’는 취지다. 특히 이는 전기차의 도로 파손 기여도 논란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전기차는 대용량 배터리 무게 때문에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무거워 도로에 가하는 하중이 크지만, 휘발유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아 ‘무임승차’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존 보젤라(John Bozzella) AAI 최고경영자는 “연비 낮은 노후 차량이나 장거리 운전자가 비용 대부분을 떠안는 현재의 구조는 공정하지 않다”며 “무게 기반 수수료는 모든 차량이 사용한 만큼 대가를 치르게 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전기차에 연간 250달러(약 37만 원)의 등록비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책 충돌과 과제: '친환경 장려'냐 '인프라 확보'냐


업계의 제안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친환경 모빌리티 보급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 정책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화 연합(Electrification Coalition)’ 등 시민단체들은 내연기관 운전자가 내는 연평균 휘발유세(약 88달러)보다 높은 수수료를 전기차에 물리는 것은 ‘전기차 징벌적 과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히 세금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모빌리티 시대의 새로운 재정 표준을 세우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2008년 이후 미 의회가 일반 회계에서 2750억 달러(약 415조 2700억 원)를 전용해 도로 예산을 메워온 ‘임시방편’식 처방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차량 무게뿐 아니라 주행 거리(VMT)를 합산하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징수 시스템 구축이 과제로 남아 있다.

오는 9월 새 교통법안에 담길 내용이 향후 글로벌 자동차세 체계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