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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부활'… 북극 오일 러시, 글로벌 에너지 판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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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부활'… 북극 오일 러시, 글로벌 에너지 판도 흔든다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와 대규모 유전 발견 맞물려
대형 정유사들 알래스카로 속속 복귀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일대 송유관.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일대 송유관. 사진=연합뉴스
알래스카 북부 극지방이 15년 만에 다시금 글로벌 석유 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생산량 감소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알래스카 유전 지대가 새로운 유전 발견과 미국 정부의 친(親)에너지 정책 기조가 맞물리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때 생산성 저하로 철수했던 엑손모빌(ExxonMobil)과 쉘(Shell) 등 거대 석유 기업들이 알래스카 연방 토지 임대 경매에 대거 참여하며 '알래스카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다.

20년 만의 최대 전환점, 무엇이 변했나


알래스카 북부 유전 지대인 '노스 슬로프(North Slope)'는 과거 하루 200만 배럴을 생산하던 미국 석유 산업의 심장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생산량이 50만 배럴 수준으로 급락하며 송유관 운영 중단 위기까지 직면했던 곳이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름이 굳어 송유관이 막힐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 2013년 윌리엄 암스트롱(Bill Armstrong)이 이끄는 탐사팀이 '나누슈크(Nanushuk)' 지층에서 대형 유전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이후 수년간 이어진 후속 탐사를 통해 알래스카의 잠재 생산량이 기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 정책은 업계의 확신을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트럼프 정부는 국립석유보전지구(NPRA) 내 시추 제한을 해제하고 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열린 연방 임대 경매에서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엑손모빌, 쉘, 산토스(Santos) 등 주요 기업들이 1억 6400만 달러(약 2467억 원)를 쏟아부으며 대규모 부지를 확보했다.

거대 유전 개발 본격화와 에너지 시장의 셈법


현재 알래스카 북극권에서는 수십억 배럴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산토스와 렙솔(Repsol)이 공동 개발한 '피카(Pikka)' 유전이다.
이 유전은 이달 초 상업 생산을 시작했으며, 하루 8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코노코필립스가 추진 중인 6억 배럴 규모의 '윌로우(Willow)' 프로젝트가 오는 2029년 초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있다.

석유 시장 분석 기관인 우드 매킨지(Wood Mackenzie)의 마크 오버스토터(Mark Oberstoetter) 업스트림 부문 대표는 "알래스카는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수준의 입증된 매장량과 탐사 잠재력을 동시에 갖춘 지역"이라며 "전통적인 방식의 원유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 상황에서 업계에 강력한 투자 매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경단체 반발과 지속 가능한 개발의 과제


물론 이러한 '골드러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바비 맥에나니(Bobby McEnaney) 토지 보전 이사는 "미국 최대의 온전한 생태계가 산업화의 위협에 직면했다"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시점에 대규모 개발은 환경적 균형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주민 사회의 우려도 깊다. 카리부(순록)의 이동 경로와 고래 서식지 등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의 시추 작업이 지역 사회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파괴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댄 설리번(Dan Sullivan) 공화당 상원의원은 "NPRA 관리 계획에 대한 법적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책임 있는 개발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강조하며,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시장의 향후 전망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알래스카 오일 러시가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중동 지역 대신, 미국 내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서 알래스카의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극지방 특유의 혹독한 기후 환경과 짧은 작업 기간, 그리고 복잡한 물류 비용은 여전한 해결 과제다. 앞으로의 관건은 얼마나 비용 효율적으로 시추 기술을 고도화하고, 환경 규제와의 접점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알래스카의 변화는 단순한 생산량 증가를 넘어, 향후 10년간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과 글로벌 석유 수급 균형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