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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2000배 줄인다… ‘뇌 모방 메모리스터 칩’ 데이터센터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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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 2000배 줄인다… ‘뇌 모방 메모리스터 칩’ 데이터센터 해법 될까

소프트웨어 한계 넘은 ‘물리적 신경망’… 데이터센터 전력 대란 해결사 부상
GPU 독주 체제 균열? 저전력 ‘메모리스터’가 바꿀 AI 반도체 패러다임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Loughborough University) 물리 전공 연구진이 인간의 뇌 구조를 물리적으로 복제해 전력 소모를 기존보다 최대 2000배까지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메모리스터 AI 칩’을 개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Loughborough University) 물리 전공 연구진이 인간의 뇌 구조를 물리적으로 복제해 전력 소모를 기존보다 최대 2000배까지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메모리스터 AI 칩’을 개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류가 직면한 인공지능(AI) 열풍 뒤에는 전력 고갈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성능을 높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기료와 탄소 배출은 이제 AI 산업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최대 변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Loughborough University) 물리 전공 연구진이 인간의 뇌 구조를 물리적으로 복제해 전력 소모를 기존보다 최대 2000배까지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메모리스터 AI 을 개발했다고 영국 기술 매체 테크엑스플로어(TechXplore)6(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인텔리전트 시스템즈(Advanced Intelligent Systems)’에 게재되며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코딩 대신 물리 법칙으로 연산… 소프트웨어 장벽 허물다


파벨 보리소프(Pavel Borisov)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현재 AI가 전기를 먹는 하마가 된 근본 원인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연산 구조에서 찾았다. 기존 방식은 물리적인 실리콘 칩 위에서 소프트웨어가 뇌의 기능을 흉내 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이동과 복잡한 계산이 막대한 에너지 손실을 부른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메모리스터(Memristor)’ 소자를 활용했다. 메모리스터는 전류의 흐름을 기억하는 소자로, 뇌의 신경세포 연결 부위인 시냅스역할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니오븀 산화물 박막에 미세한 구멍(나노포어)을 무작위로 설계해 물리적 신경망을 구축했다.

보리소프 교수는 인간의 뇌가 무수한 신경망을 무작위로 연결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칩 내부의 물리적 구조 자체가 인공 신경망의 핵심인 은닉층(Hidden Layer)’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연산에 들어가는 전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 예측 등 복잡한 데이터서 ‘2000배 효율입증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는 단순한 이론 증명을 넘어 실제 데이터 처리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기상 예측이나 생물학적 분석에 필수적인 시계열 데이터(Time-series data)’ 예측 시험을 진행했다.

특히 기상 이변과 같은 혼돈 현상을 설명하는 로렌츠-63’ 모델을 적용한 결과, 기존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보다 전력 소모를 최대 2000배 줄이면서도 정확한 예측에 성공했다. 이는 특정 연산 영역에 한정할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다만 이 수치는 특정 시계열 예측 환경에서 측정된 결과로, 대규모 생성형 AI 모델이나 범용 연산 환경에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공동 저자인 세르게이 사벨리에프(Sergey Saveliev) 이론물리 전공 교수는 복잡한 물리 시스템 자체를 하나의 고차원 연산 필터로 활용한 덕분이라며 기초 물리학이 현대 컴퓨팅의 고질적인 계산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GPU 전성시대 저무나… 이원화되는 AI 반도체 시장


이번 영국 연구진의 성과는 단순히 전기 아끼는 칩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반도체 시장이 고성능 학습용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초저전력 추론용 뉴로모픽(뇌 모방) 칩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 , GPU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학습은 GPU, 추론은 초저전력 칩으로 분리되는 이원화 구조가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전력 소모가 2000배 낮아진다는 것은 클라우드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를 돌리는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개막을 뜻한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오지의 센서나 자율주행차의 실시간 판단 영역에서 이 기술이 핵심 노릇을 할 전망이다. 이는 AI 연산의 중심축이 데이터센터에서 개인 기기로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클라우드 중심의 기존 산업 구조를 뒤흔들 잠재력을 갖는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상용화까지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험실 수준의 성과가 대량 양산으로 이어지려면 ▲나노포어 구조의 균일한 공정 확보 ▲칩 간 성능 편차 극복 ▲기존 소프트웨어 생태계와의 호환성 문제 등 세 가지 허들을 넘어야 한다. 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는 메모리스터 기술은 재현성이 관건이라며 동일한 성능을 반복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공정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성능 경쟁서 '에너지 가성비'로… AI 반도체 흥망 가를 3대 지표


최근 인공지능(AI) 업계의 가장 큰 공포는 '지능의 한계'가 아닌 '전력의 한계'. 천문학적인 연산 비용과 데이터센터의 전기 갈증이 AI 수익성을 갉아먹으면서, 시장의 시선은 이제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얼마나 적은 전기로 돌아가는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산업의 주도권이 '에너지 가성비'를 확보한 기업으로 급격히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독보적인 초저전력 하드웨어 지식재산권(IP) 확보 여부다. 이번 영국의 메모리스터 칩처럼 물리적 구조 자체로 전력을 아끼는 원천 기술이 있느냐가 기업 가치를 결정한다. 둘째는 전력 효율 중심의 데이터센터 설계 능력이다. 단순히 칩만 바꾸는 게 아니라 냉각 시스템과 전력 공급망 자체를 혁신하는 인프라 경쟁력이 필수다. 셋째는 저전력 특화 AI 알고리즘 선점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쏟아붓지 않고도 가볍고 빠르게 추론하는 최적화 기술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전망이다.

AI 경쟁의 중심축은 '지능의 높이'에서 '에너지의 효율'로 이동하고 있다. AI 산업의 승패는 더 똑똑한 모델이 아니라, 더 적은 전력으로 계산하는 구조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이는 향후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전력 인프라, 냉각 기술, 저전력 알고리즘 기업까지 포함한 새로운 가치사슬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이번 연구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전력 셧다운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탈출구를 제시했다. 이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 성능 중심의 제조를 넘어 에너지 패러다임을 선점해야 한다는 묵직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