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大, 8900만 헤알 투입 '모듈형 소형 팹' 공개…2026년 상반기 가동 목표
성숙 공정 기반 자동차·산업용 칩 자립 겨냥…전국 10개 거점 복제 계획
성숙 공정 기반 자동차·산업용 칩 자립 겨냥…전국 10개 거점 복제 계획
이미지 확대보기브라질 현지 매체 스푸트니크 브라질(Sputnik Brasil)과 트리부나 도 아그레스치(Tribuna do Agreste)가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상파울루대학교(USP) 공과대학은 최근 휴대용 반도체 생산 시스템 '포켓 팹(Pocket-Fab)'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특정 국가에 집중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자국 중심의 분산형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USP는 이 프로젝트에 약 8900만 헤알(약 260억 원)을 투입했으며,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고 복제 가능하게"…기존 팹과 정반대 방향
포켓 팹의 핵심 특징은 150㎡(약 45평)의 소형 설비로도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표준화된 모듈 구조를 채택해 지역별 복제가 용이하며, 연간 6000만 개 생산을 목표로 설계됐다. 자동차 한 대에 반도체 약 1000개가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 거점으로도 연간 약 6만 대 분량의 차량용 반도체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이 모델이 실현 가능한 근거는 공정 목표를 의도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포켓 팹은 5나노미터 이하의 최첨단 로직 칩이 아닌,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전력반도체, 산업·의료용 센서 등 성숙 공정(Legacy) 기반의 특수 목적 칩 생산에 집중한다. 이는 전략적으로도 의미 있는 선택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병목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구간이 바로 이 범용·산업용 칩 영역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이 모델을 단일 공장에 그치지 않고 전국 10개 거점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크게 지어 싸게 만든다"는 기존 반도체 산업의 공식 대신, "작게 복제해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전혀 다른 경제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집중형 vs 분산형…두 패러다임의 충돌
포켓 팹 등장은 현재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는 두 가지 모델 간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TSMC로 대표되는 집중형 모델은 초대형 투자와 초미세 공정, 글로벌 공급을 통해 압도적인 단가 경쟁력과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반면 포켓 팹으로 대표되는 분산형 모델은 소형 생산 거점을 여러 곳에 두고, 지역별 맞춤 공급을 통해 공급망 안정성과 전략적 자립을 추구한다.
집중형 모델의 약점은 지정학 리스크와 재난 리스크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는 구조적 문제다. 분산형 모델은 반대로 수율 안정화와 단가 경쟁력, 해외 장비 의존도가 과제로 남는다. 이 경쟁의 본질은 "효율을 극대화할 것인가, 생존을 보장할 것인가"의 선택으로 귀결된다.
냉정한 현실…수율과 단가라는 구조적 벽
다만 업계에서는 포켓 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시각도 적지 않다. 핵심 리스크로는 수율 안정화, 해외 장비 의존도, 단가 경쟁력 세 가지가 꼽힌다.
극자외선(EUV) 같은 첨단 노광 장비 없이 구현 가능한 공정은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AI 반도체나 고성능 컴퓨팅 시장 진입은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다. 이런 맥락에서 포켓 팹은 TSMC를 대체하는 모델이 아닌, 기존 체계를 보완하는 서브 네트워크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I 시대의 역설'…왜 지금인가
포켓 팹이 부상하는 시대적 배경은 명확하다. AI·전기차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폭증,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분절, 에너지·물류 리스크 증가가 맞물리면서, 산업 전반이 '최저 비용'보다 '끊기지 않는 공급'을 더 중시하기 시작한 결과다.
이런 배경 속에서 포켓 팹은 '안보형 반도체 모델'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에 던지는 질문…"초집중 전략의 리스크 관리가 충분한가"
이 실험은 한국 반도체 전략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초집중 전략을 택하고 있다. 효율 측면에서는 최적화된 방향이지만, 전력·재난·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구조적 취약점도 내재한다.
브라질의 시도는 첨단 대형 팹과 성숙 공정 기반 소형 팹의 이중 구조를 구축하는 전략적 선택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첨단은 대형 팹, 내수 공급망 안정은 마이크로 팹'이라는 이중 구조 논의가 국내에서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포켓 팹의 성패는 초기 수율 확보, 10개 거점 확장 속도, 범용 칩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세 가지 지표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 세 조건이 충족된다면, 포켓 팹은 단순한 보완재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포켓 팹은 TSMC를 무너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TSMC가 없는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라며 "효율과 회복력 사이에서 각국의 전략적 선택이 갈리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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