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전쟁 장기화 시 글로벌 GDP 기준선 대비 1.2%p 하락 경고
OECD, 한국 성장률 2.1%→1.7% 하향·물가 0.9%p 상향 조정…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고유가 수혜 라틴아메리카 채권 부상, 유럽 방산주 연초 대비 플러스 수익률 유지
OECD, 한국 성장률 2.1%→1.7% 하향·물가 0.9%p 상향 조정…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고유가 수혜 라틴아메리카 채권 부상, 유럽 방산주 연초 대비 플러스 수익률 유지
이미지 확대보기여전히 불신의 골이 깊고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 개방을 둘러싼 양측 입장 차가 존재해 협상이 안정적으로 타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로이터가 8일(현지시각) 전했다.
호르무즈 40일, 세계 성장률 1.4%대로 추락한 시나리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20% 안팎이 지나는 ‘에너지 동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제 유가는 전쟁 전 대비 두 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해협 봉쇄가 6개월간 이어지는 장기전 시, 2026년 세계 성장률이 기준선 2.6%에서 1.4%로 1.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들은 “충격이 길어질수록 가격 조정에서 물리적 배급으로 전환되며, 이 과정이 가장 경제적 파괴력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해, 호르무즈 교통 마비가 곧바로 나프타·정제 원가 급등으로 연결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50달러(약 22만 2000원)를 뚫고, 두바이유가 160달러(약 23만 6800원) 후반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10달러(약 16만 2700원)대로 내려온 것은 휴전·협상 기대가 반영된 결과지만, 가격 수준 자체는 여전히 경제에 강한 긴축 효과를 주고 있다.
한국의 이중·삼중 충격과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OECD는 유가 쇼크와 공급망 차질을 반영해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7%로 낮추는 대신, 물가 전망은 0.9%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에너지 수입 가격 급등은 석유제품·화학·고무·플라스틱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의 제조 원가를 직접 끌어올리며, 수출 단가 인상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윤 압박과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원가·수출 이중 충격’을 낳고 있다.
정부는 전략비축유 방출, 나프타 수출 통제, 차량 2부제 등 단기 처방을 총동원했지만, 공급망 물리적 제약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단순 조달 이슈가 아닌 산업 경쟁력 문제로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국의 대중동 수출 비중은 2~3% 수준에 그쳐 직접 수요 감소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고유가·고환율·고금리가 동시에 겹치는 ‘삼중 압박’이 내수와 설비투자까지 옥죄면, 저성장 고물가 조합은 통계 이전에 체감 경제부터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게 된다.
미국의 셰일 방어막과 남미·유럽의 엇갈린 풍경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순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하며, 이란발 공급 공백의 일부를 자국·캐나다 증산으로 메울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그 덕에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S&P 500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여 왔고, 연준은 “현재 금리 수준이 대체로 적절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에너지발 물가 충격의 2차 파급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다만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30% 안팎으로 끌어올리고, OECD도 미국 물가 전망을 4%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하며 ‘셰일 방어막 불패 신화’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에너지 수출국이 포진한 라틴아메리카는 정반대 그림이다. 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페루 등 산유·원자재 국의 국채는 고유가와 완만한 달러 약세 조합 속에서 신흥국 채권 중 상위 수익률을 기록하며 ‘위기의 수혜처’로 부상했다. 반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취약 개도국은 고유가·강달러에 동시에 노출돼, 통화가치 급락과 재정 악화를 동반한 복합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보 불안이 실적으로, 유럽 방산주의 역설
트럼프 대통령의 NATO 방위비 압박과 미군 전력의 중동 집중은 유럽 방위산업체에 전례 없는 수주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여러 유럽 국가가 2030년대 중반까지 국방비를 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라인메탈·BAE시스템즈·에어버스 등 주요 방산주의 백로그가 빠르게 쌓이고, 유럽 방위기술 ETF는 연초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며 글로벌 디펜스 섹터 상위권에 올라 있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미 공장 가동률이 높은 상태여서 추가 증설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이에 따라 성장 모멘텀과 마진 레버리지 측면에서 유럽 방산주의 매력이 부각된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국방예산 확대가 실제 발주·수주로 이어지는 속도, 의회 예산 승인 리스크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할 정책 리스크다.
두 갈래 시나리오, 1970년대의 재현 vs 반등의 전야
지금의 위기는 두 개의 상반된 서사가 동시에 설득력을 갖는 드문 국면이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파키스탄 중재로 마련된 2주 휴전과 해협 부분 개방을 발판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 선언 후 협상 철수’라는 정치적 출구를 선택하고, 호르무즈 통항이 정상화되면서 압축된 리스크 프리미엄이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유럽 대비 과도한 조정을 겪은 아시아·태평양·라틴아메리카 신흥국 자산과, AI 투자 사이클의 본류에 있는 미국 빅테크 우량주가 동시다발적 리바운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비관 시나리오는 에너지 공급 차질이 6개월을 넘어 장기화되는 그림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모형은 이 경우 세계 경제가 역성장 구간으로 밀려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2022년 고점에 근접한 7%대 후반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비료·식량·헬륨 등 필수 소재 공급망 교란으로 번질 경우, AI 인프라 확장과 반도체 투자 사이클에도 균열이 생기며,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의 재연을 피하기 어려운 경로다.
이 갈림길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동시에 봐야 할 최소한의 나침반은 세 가지다. 첫째, 브렌트유 110달러선의 추세 유지 여부다. 이 선이 안착·하향 이탈하면 ‘위기 국면의 정점 통과’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 통항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재개되는지다. 일부 유조선의 정기 통과가 관측되면, 에너지 공급망 복구의 초입으로 판단할 수 있다. 셋째,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다. 금리 인하보다 동결·인상이 우위인 국면에서 위험자산 비중을 서둘러 키우는 전략은, 에너지발 실질금리 상단 상향과 함께 또 한 번의 밸류에이션 조정을 부를 수 있다.
호르무즈 위기는 에너지 안보가 곧 경제안보이자 산업안보임을 다시 한 번 냉혹하게 확인시켰다.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이 교훈을 위기 때마다 되풀이하는 ‘반성문’으로 남길지, 산업 구조 전환의 실천 계획으로 바꿀지는 지금 이 분기점에서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