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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들, 중동 위기에 '러시아산 알루미늄' 회귀 고심… "도덕적 지탄 vs 생존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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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들, 중동 위기에 '러시아산 알루미늄' 회귀 고심… "도덕적 지탄 vs 생존의 기로"

호르무즈 봉쇄로 알루미늄 가격 4년 만에 최고치 육박… 일본 수입량 30% '중동발' 직격탄
러시아 루살(Rusal) 문의 급증… 서방 제재 및 금융 리스크가 최대 걸림돌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로 인한 공급 우려로 알루미늄 가격이 4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로 인한 공급 우려로 알루미늄 가격이 4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사진=로이터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망이 4년 만에 가장 심각한 가격 폭등세에 직면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끊긴 중동발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러시아산 알루미늄으로 눈을 돌리는 '고육지책'을 검토 중이다.

9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복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내 금속 조달 체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 중동발 공급 쇼크… 일본 알루미늄 30%가 ‘경고등’


중동 국가들은 저렴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전 세계 알루미늄의 약 10%를 생산하고 있으며, 일본은 잉곳 수입량의 30%를 이 지역에 의존해 왔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형 생산업체 에미리트 글로벌 알루미늄(EGA)은 최근 이란의 공격으로 정유 시설이 파손되어 복구에 최대 1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카타르와 바레인의 정유소 역시 원료인 보크사이트 수급 차질로 가동이 부분 중단된 상태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톤당 3,476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한 달 사이 10% 급등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22년 3월(4,073달러)에 근접하는 수치다.

◇ 대안으로 떠오른 러시아산… "철도 운송으로 해상 봉쇄 무관"


해상 수송로가 막힌 중동과 달리,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아시아로 직접 연결되는 러시아산 알루미늄이 일본 기업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알루미늄 생산 5%를 차지하는 주요 공급국이다. 루살 일본 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제조업체들로부터 제품 사양과 조달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산은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여부와 상관없이 내륙 운송이 가능해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강점이 있다.

2021년 당시 일본은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양의 알루미늄을 구매했으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에 동참하며 수입량을 90% 이상 감축한 바 있다.

◇ "서방 비판 두렵지만..." 중소기업의 절박한 선택


대기업인 레조낙 홀딩스 등은 호주, 남아프리카 등으로 조달처를 빠르게 옮기고 있으나, 특정 합금을 수입해온 중소기업들은 러시아 외에는 대안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알루미늄은 용도에 따라 정교한 합금 기술이 필요한데, 많은 중소업체가 중동 정제업체의 특정 규격에 맞춰 공정을 최적화해 둔 상태다. 이 규격을 즉각 대체할 수 있는 곳이 현재로서는 러시아 루살 외에 마땅치 않다.

하지만 러시아산 수입 확대는 '전쟁 자금 지원'이라는 서방 국가들의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은행 거래 중단과 같은 금융 제재 리스크는 기업들이 선뜻 계약서에 서명하지 못하는 핵심 장애물이다.

◇ 한국 자동차 업계에 주는 시사점


알루미늄 가격 상승은 자동차 차체, 가전제품 하우징, 음료 캔 등의 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국내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연동하는 장치를 점검하고 수익성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일본 기업들처럼 한국 기업들도 러시아산 조달을 검토할 수 있으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미국 및 유럽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조달처 다변화에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안전한 공급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알루미늄 수급 불안이 상시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알루미늄 스크랩 재활용 비중을 높이고 경량화 플라스틱 등 대체 소재를 적용하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