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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마저 두 손 들었다…美 해군 3.7兆 훈련기 사업 ‘통째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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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마저 두 손 들었다…美 해군 3.7兆 훈련기 사업 ‘통째로 흔들’

‘T-7A’ 엔진 사양 못 맞춰 기습 입찰 철회…록히드·KAI 이어 보잉까지 탈락하며 공급망 ‘진공 상태’
시장 일각 ‘KAI T-50 재진입론’ 부상하나…“美 주계약자 없어 제도적으로 원천 차단”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해리 S. 트루먼(CVN 75)’의 비행갑판(Flight deck)에서 캐터펄트 압력을 받아 이륙 중인 훈련기 ‘T-45C 고스호크(Goshawk)’. 사진=미국 해군성이미지 확대보기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해리 S. 트루먼(CVN 75)’의 비행갑판(Flight deck)에서 캐터펄트 압력을 받아 이륙 중인 훈련기 ‘T-45C 고스호크(Goshawk)’. 사진=미국 해군성

미국 공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T-7A 레드호크(Red Hawk)’를 개발 중인 보잉이 미 해군의 차세대 함재기 조종사 훈련 시스템(UJTS) 도입 사업 입찰을 전격 포기했다. 지난 4월 대한민국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마틴 연합의 ‘TF-50N’이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고 사업을 접은 데 이어, 미국 방산의 자존심인 보잉까지 해군의 특수한 엔진 규격을 맞추지 못해 낙마한 것이다.

이로써 미 해군 항공기단의 척추를 바꿀 27억 달러 규모의 대형 조달 사업은 대안 공급망의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직면하게 됐다.

13일(현지 시각)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se)’에 따르면, 보잉은 미 해군 당국에 현재 진행 중인 UJTS 제안요청서(RFP)에 최종 입찰(Bid)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해군 엔진 규격 충족 시 납기 장기 지연 불가피”

보잉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철저한 내부 평가 결과, 현재 공군용으로 생산 중인 T-7A 레드호크 플랫폼은 미 해군의 UJTS 작전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T-7A는 지난 5월 미 공군으로부터 초도낮은비율생산(LRIP) 승인을 획득하고 F404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미 해군 국방 획득국이 요구하는 특수한 함재기용 엔진 자격 요건(Engine qualification)을 충족하려면 대대적인 엔진 재개발 및 장주기 설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이는 해군이 요구한 초기작전능력(IOC)의 정시 달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잉은 공군의 4·5·6세대 전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T-7A 공급에 전념하겠다며 해군 시장에서 발을 뺐다. 이로써 미 해군이 1990년대 초반부터 운용해 온 노후 훈련기 ‘T-45C 고스호크(Goshawk)’ 대체 사업은 거대한 지각변동을 맞이하게 됐다. T-45C는 그동안 미 해군과 해병대 조종사들이 항공모함 데크에서 전술 타격 및 캐리어 랜딩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하드웨어 역할을 해왔다.

‘KAI T-50 재부상론’의 실체는?


미 해군은 지난 3월 RFP를 발간하며 과거 T-45C와 달리, 새로운 차세대 훈련기는 항공모함에 직접 착함(Carrier landing)할 필요가 없다는 파격적인 조건 변경을 선언했다. 지상 활주로에서 항모 착함을 시뮬레이션하는 야전항모착륙훈련(FCLP) 시 실물 접지 공정마저 생략하고, 어프로치 후 복행(Wave off) 능력만을 요구했다. 대신 실제 항모 착함을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체 내부 가상 시뮬레이션 역량’을 입증하라는 조건을 들이밀었다.

방산업계는 당초 미 해군이 제시한 18억 달러의 가격 상한선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고, 해군성은 지난 5월 이 장벽을 27억 달러 규모로 대폭 증액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유력 후보들이 연이어 낙마하자 "가동률과 납기 신뢰성이 검증된 한국 KAI의 T-50(TF-50N)이 다시 후보로 부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팩트에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 연방 획득 규정(DFARS)상 역외 제3국 기업인 KAI가 단독으로 주계약자가 되어 미국 국방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계약자 역할을 맡았던 록히드마틴이 이미 입찰 포기를 확정한 이상, 현행 UJTS 입찰 프로세스에서 T-50 플랫폼의 재진입 경로는 제도적으로 차단된 상태다.

텍스트론(M-346N) vs SNC(프리덤) 압축


보잉의 전격 하차로 미 해군 UJTS 수주전은 이제 두 개의 연합 전선으로 완전히 압축됐다.

텍스트론 에비에이션 디펜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Leonardo)와 손잡고 유럽의 검증된 플랫폼인 ‘비치크래프트 M-346N’을 제시했다.

SNC(Sierra Nevada Corp):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 및 제너럴 아토믹스(GA-ASI)와 동맹을 결성하고 신형 ‘프리덤(Freedom) 트레이너’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미국 안보 학계와 분석가들 사이에서 T-50 공급망의 공백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비하인드 팩트는 현재 남은 미국 대안 기종들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SNC 연합의 프리덤 트레이너는 도면과 시뮬레이션 위주로 설계된 미검증 신형 기체(First-of-class)로 초기 안정화 단계에서 납기 정체를 겪을 위험이 존재하며, 텍스트론 연합의 M-346N은 유럽산 기체를 베이스로 하여 미국 내 생산 공급망을 새로 훈련·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자국 내 비축분 보충을 우선시하며 동맹국들의 무기 인도 순번을 뒤로 밀어내는 등 대외군사판매(FMS) 공급망 정체 리스크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미 해군은 도면 위 스펙이 아닌 ‘약속된 날짜에 훈련기를 활주로에 들이밀 수 있는 실질적 가동률’을 심사해야 하는 가혹한 숙제를 안게 됐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