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종전 협상 11일 개막…레바논 포함 여부 '핵심 쟁점'
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협상 카드로…미·이스라엘과 3각 충돌
봉쇄 장기화 시 국제 유가 117달러·한국 제조업 생산비 12% 상승 경보
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협상 카드로…미·이스라엘과 3각 충돌
봉쇄 장기화 시 국제 유가 117달러·한국 제조업 생산비 12% 상승 경보
이미지 확대보기알자지라와 뉴스핌 등 주요 외신은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전역에 가한 폭격으로 하루 새 300명 이상이 숨지고 115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레바논은 휴전 밖"…국제사회 '협정 위반' 일제히 비판
미국 백악관은 8일(현지시각)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협상팀이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첫 대면 평화협상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란 대표단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끌며, 9일(현지시각)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그러나 협상 판 자체가 출발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스마일 바게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각) 이란 관영 매체를 통해 "11일 파키스탄 회담은 미국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휴전을 이행한다는 보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10개 항 요구 가운데 공개된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레바논 전선은 휴전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일(현지시각) 성명에서 "레바논 측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직접 협상에 착수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10일에도 레바논 남부 알 샤하비야와 자발 알 바트름 마을에 잇따라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8일(현지시각) 레바논 전역 100곳 이상을 공습했으며, 레바논 보건부는 이 공습으로 최소 182명이 숨지고 900명 가까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알자지라는 10일(현지시각) 현지 취재를 통해 "8일(현지시각) 대규모 공습 이후 24시간 동안 베이루트에서 추가 공습은 없었다"며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최소한 교전 수위를 낮추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이샤크 다르 외무장관과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10일(현지시각) 전화 통화에서 "레바논에서 심각한 정전 위반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정전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아다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도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인근 주요 병원 두 곳에 내린 강제 철수 명령의 즉각 철회를 요청했다.
자파 출신 정치 분석가 아베드 아부 샤헤드는 10일(현지시각)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정부와 협상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실제로는 군사 행동을 정당화하는 '협상을 통한 확전'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호르무즈 카드'…한국 원유 95% 지나는 길목 재봉쇄 우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가 제시한 10개 항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인정, 우라늄 농축권 인정, 모든 제재 해제, 레바논 등 전 전선 종전이 포함돼 있다.
알자지라는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역내 영향력이 약해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주요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9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처음부터 불신 속에서 협상 과정을 지켜봤고, 예상대로 미국은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또다시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대목이 한국 경제에 가장 예민한 대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수입 원유의 약 70%가 중동산이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전쟁이 조기에 끝나도 국제 유가는 전쟁 전 수준인 배럴당 63달러(약 9만 3600원)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종전 시에도 배럴당 90달러(약 13만 3700원), 봉쇄 장기화 시 117달러(약 17만 38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봉쇄가 3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한국 제조업 평균 생산비가 11.8%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다시 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걸프 국가들도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쥔 채 전쟁이 재점화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밴스 대 갈리바프…11일 담판, 출발부터 '가시밭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파키스탄 군부 실세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이번 협상을 준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전쟁 회의론자인 그는 20대 시절 해병대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경력이 있으며, 이번 이란 공격에도 반대 입장이었다. 이란 측도 기존 협상 채널 대신 상대적으로 유연한 밴스 부통령을 협상 상대로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협상 분위기는 출발부터 냉랭하다. 밴스 부통령은 9일(현지시각) 헝가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란 측 갈리바프 의장이 미국의 합의 위반을 주장한 데 대해 "그가 영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의문"이라며 날을 세웠다.
에미리트 정책센터의 에브테삼 알케트비 소장은 로이터 통신에 "이번 휴전은 해결책이 아니라 의도를 검증하는 시험"이라며 "호르무즈와 대리전 전선에서 교전 규칙을 재정의하는 포괄적 합의로 발전하지 않으면 더 위험한 확전에 앞선 전술적 휴지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키스탄은 과거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중국 비밀 방문, 제네바 협정, 미·탈레반 합의를 중재한 외교적 자산을 앞세워 9~10일(현지시각) 이슬라마바드 일대를 공휴일로 선포하고 11일 협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레바논 전선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이란의 평행선, 호르무즈 통제권과 우라늄 농축권을 둘러싼 미·이란의 간극이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 위에 얹혔다.
11일 이슬라마바드 담판이 중동의 총성을 멈추게 할 돌파구가 될지, 한국 에너지 수급의 향방도 이 협상 테이블에 달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