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서 직접 협상 첫발…레바논 공격 지속에 타결 불투명
미국 인플레 2년 만에 최고치, 전쟁 장기화 경제 충격 전방위 확산
미국 인플레 2년 만에 최고치, 전쟁 장기화 경제 충격 전방위 확산
이미지 확대보기그러나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미국 대표단 이슬라마바드 집결, 협상 무대 마련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날 이란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란 측 대표단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수석대표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알리 아크바르 아마디안 국가최고안보회의 사무총장, 압돌나세르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 전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등 핵심 인사들로 구성됐다.
미국 측에서는 조 바이든 부통령 대신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협상단을 이끌기로 했다.
셰흐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번 회담이 "전쟁을 대화로 해결하기로 한 역사적 순간"이라며, 이슬라마바드 개최를 "파키스탄은 물론 이슬람 세계 전체의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협상이 "영구적 휴전을 향한 마지막 갈림길"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현지 소식통들은 양측이 지난 제네바 협상에서 타결 직전까지 갔던 내용을 기반으로 논의를 이어갈지, 아니면 새로운 협상 틀을 짤지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슬람 실무단과 가까운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에서 극적 돌파구를 기대하기보다 추가 협상 지속을 위한 공동 기반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레바논 공격 지속·상호 불신…협상 앞에 놓인 장벽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이 지난 9일 감행한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35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일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된 이후 레바논 내 총 사망자는 1953명, 부상자는 6303명에 달한다.
갈리바프 의장은 레바논 휴전이 선행되지 않으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이날 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 내정자와의 통화에서 레바논 포함이 휴전 합의의 일부라는 점을 미국이 이행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반면 미국 측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주둔 문제 등 일부 사항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리즈완 사이드 셰이크 주미 파키스탄 대사는 알자지라에 "회담 분위기가 협상 성패를 좌우한다"며 "휴전 조건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협상 과정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네가르 모르타자비는 알자지라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확대는 휴전 과정 자체를 좌절시키고 이란을 다시 전선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은 아직 휴전을 깨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전쟁의 시작도 삼각 구도였고, 끝도 그 삼각 구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에 앞서 낙관적인 기대를 내비치면서도, 이란이 미국을 "이용하려 한다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협상이 결렬되면 이전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탑재한 함선으로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풀리지 않는 세 개의 매듭…이번 협상의 진짜 시험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협정으로 알려진 중재안의 골자는 즉각 휴전 후 최대 45일 안에 포괄적 종전 합의를 도출하는 2단계 방식이다. 로이터 통신이 먼저 보도하고 국내 언론이 확인한 이 안의 성사 여부는 세 가지 뇌관에 달려 있다.
첫째, 레바논 전선. 이란의 갈리바프 의장은 레바논 휴전이 선행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설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레바논이 이번 휴전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백히 밝혔다.
이란은 10일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나바티에의 국가보안 시설을 공습해 보안요원 12명이 숨졌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 9일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357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둘째, 핵과 미사일.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란은 "핵비확산조약(NPT)에 이미 서명했으며 핵무기는 만들지 않겠다"면서도 "탄도미사일은 자국 방어를 위해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란 측이 제출한 10개항 요구안에 우라늄 농축권 인정이 포함된 반면, 미국은 이 안을 "쓰레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셋째, 제재 해제. 이란 중앙은행 총재 압돌나세르 헤마티가 협상단에 포함된 것은 제재 해제가 핵심 의제임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란의 테헤란 시민들이 협상 결과를 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제재가 풀리면 이란 경제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거리 곳곳에 번지고 있다고 알자지라 테헤란 특파원은 전했다.
파키스탄 측의 목표치는 애초부터 낮게 잡혀 있었다. 이슬라마바드 협상 현장 인근 취재원들은 "이번 회담에서 극적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양측이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 위한 공동 기반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전쟁 장기화에 미국 물가 2년 만에 최고…세계 경제 충격 이어져
이번 전쟁의 경제적 충격도 심상치 않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3% 올라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의 2.4%에서 큰 폭으로 뛰었다. 에너지 가격이 한 달 만에 21% 폭등하면서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5달러(약 6100원)로 전쟁 전보다 40% 가까이 뛰었다. 이는 1967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오름폭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 국민이 트럼프의 이란 전쟁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연료비, 항공료, 온라인 쇼핑 추가 요금 등을 열거했다.
프랭크 팰론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간사도 "공화당이 트럼프에게 이 재앙적인 전쟁을 계속할 빌미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쟁의 불똥은 개발도상국에도 튀었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연료 가격이 리터당 0.65달러(약 960원)에서 1.50달러(약 2200원)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소말리아는 연료의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에너지 가격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한편 가자지구에서는 지난해 10월 휴전 합의 이후에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이어지며 이달 들어서만 팔레스타인 주민 32명이 숨졌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폴커 튀르크는 "이것이 휴전 상태라고 볼 수 없다"며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살상 행위는 팔레스타인 생명에 대한 지속적인 무시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