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美 부통령 직접 협상…핵·제재·유가 '3대 쟁점' 충돌
협상 결렬 시 유가 배럴당 140달러…한국 원유 수급 비상
협상 결렬 시 유가 배럴당 140달러…한국 원유 수급 비상
이미지 확대보기11일(현지시각) 알자지라(Al Jazeera), CNN, CBS 뉴스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측 수석대표 JD 밴스 부통령과 이란 측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끄는 71명 규모의 대표단이 파키스탄의 중재 아래 핵 개발 중단과 해협 재개방을 두고 사상 첫 직접 회담에 나섰다.
휴전 만료(오는 21일)까지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협상의 결과는 에너지 수입 구조에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란이 원한 협상 파트너"…밴스 부통령 직접 등판의 의미
밴스 부통령은 출발 전 기자들 앞에서 "이란이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한다면 우리도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우리를 이용하려 한다면, 협상단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가 협상장으로 향하는 진짜 배경에는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자리한다. CNN 취재를 종합하면,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유조선 통항이 거의 끊긴 상태에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3명 중 2명이 이란전 종식을 원한다는 결과가 잇달아 나왔다.
미국 외교 전문가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CNN에 "선박 한 척당 200만 달러(약 29억 원)로 알려진 통행료를 하루 100척 이상에 부과하면 이란이 자국군 재건에 쓸 막대한 경화(硬貨)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게는 사실상 '현금 자동지급기'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이란 협상 파트너로 밴스 부통령을 선택한 것도 계산된 수순이다. 알자지라 워싱턴 특파원 마이크 하나는 "이란이 기존 협상단인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나 재러드 쿠슈너보다 밴스 부통령을 원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밴스 부통령 자신이 지난 2월 28일 개전 당시 내각에서 가장 강하게 반대한 인물이었다는 점도 양측에 우호적인 조건이다.
미 외교협회(CFR) 중동·아프리카 담당 선임연구원 스티븐 쿡은 "이란의 현 지도부는 이전보다 덜 급진적이지 않고, 협상이 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이란의 10개 요구 조항 vs 미국의 2가지 핵심 목표…간극은 어디까지 좁혀졌나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제출한 10개 항목의 협상안에는 핵 농축 프로그램 인정, 모든 제재 해제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 폐기, 미국의 중동 군사기지 철수, 전쟁 피해 배상금(호르무즈 통행료로 충당), 해외 동결 자산 전액 반환 등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10개 항목 제안을 "협상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의 핵심 요구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무조건 재개방이다.
미 외교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단순히 농축을 제한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 핵물질까지 미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최대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두 요구 사이의 간극이 협상의 최대 난관이다.
전직 미국 국무부 근동담당 차관보 바버라 리프는 알자지라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미국에게 통과냐 실패냐의 문제"라며 "이란이 이 카드를 쉽게 내주지 않겠지만, 미국은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CNN이 분석한 선박 통항 데이터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각) 오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미국의 제재 대상 선박 단 한 척에 불과했다.
한국 원유 수입 95% 이 해협 통과…협상 결렬 시 유가 140달러 직격
이슬라마바드 담판의 결과는 지구 반대편 한국 경제의 경로를 가른다. 국내 원유 수입 구조는 이번 사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율은 2024년 기준 73.7%에 달하며,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는 더 높아 2024년 기준 75.4%였다. 더 심각한 것은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산업통상부는 현재 17개국을 상대로 대체 원유 조달에 나서 4월분 5000만 배럴, 5월분 6000만 배럴을 확보했으나, 이는 평시 도입량 8000만 배럴의 각각 60%, 70% 수준에 머문다 고 밝혔다. 정부 비축유와 민간 재고를 합쳐 약 200일분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약 20만 7900원)를 넘으면 세계 경제가 사실상 정지 상태에 빠지는 '브레이크 포인트'에 진입한다고 경고했다.
경제계에서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이 2%대인데, 유가까지 급등하면 세계 경제 급랭에 따라 한국의 수출과 경기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21일 미·이란 휴전이 만료되는 시점에 이슬라마바드 협상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 이란 최고국가안전보장회의는 이번 협상이 최대 15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협상 테이블 안팎에서 "사실상 합의 초안이 완성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레바논 문제를 둘러싼 미·이란의 해석 차이와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 지속이 막판 변수로 남아 있다.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통과하는 해협 하나의 운명이, 지금 이슬라마바드의 협상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