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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니켈 독성 폐기물 2.7억t 경고...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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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니켈 독성 폐기물 2.7억t 경고...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비상

니켈 1t 생산 시 독성 찌꺼기 133t 발생... HPAL 공법의 치명적 이면
테슬라·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ESG 리스크 직격탄... 수질 오염 심각
인도네시아 정부 규제 실효성 의문... 2026년 폐기물 대폭발에 인명 사고 속출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주 소로와코에 있는 한 니켈 제련소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주 소로와코에 있는 한 니켈 제련소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확보전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환경 오염 문제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새로운 ‘공급망 뇌관’으로 부상했다.

저품위 광석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억 톤의 독성 폐기물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주요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8일(현지시각) 글로벌 환경단체 어스워크(Earthworks)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 ‘인도네시아의 필터링된 테일링’에 따르면, 현지의 급격한 니켈 생산 확대가 재앙적인 환경 파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켈 1t당 폐기물 133t 발생... 2026년 2.7억t ‘폐기물 대폭발’ 예고


어스워크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인도네시아가 주력으로 도입한 고온고압침출(HPAL) 공법은 환경 측면에서 극도로 위험한 선택임이 드러났다.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1t을 생산하기 위해 무려 133t에 달하는 고농도 독성 폐기물 ‘테일링(Tailing)’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현재 하리타 니켈(Harita Nickel)과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 등 7개 시설에서만 매년 5700만t의 폐기물이 쏟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확장 속도다.

오는 2026년까지 계획된 24개의 추가 프로젝트가 가동될 경우, 연간 폐기물 발생량은 2억 7500만t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환경 수용 능력을 완전히 벗어난 수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잇따른 붕괴 사고와 발암물질 유출... “통제 불능 위험”


인도네시아의 지형적 특성은 이러한 위험을 가중시킨다. 테일링 전문가 스티븐 에머먼 박사는 “강우량이 많고 지진이 잦은 인도네시아에서 독성 찌꺼기를 쌓아두는 방식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모로왈리 공단 내 화유 니켈 코발트(HYNC) 시설이 붕괴해 독성 물질이 인근 바다로 유입됐으며, 21일에는 QMB 뉴 에너지 머티리얼즈 설비가 무너져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SRK 컨설팅 등 전문기관의 기술 평가 결과, 하리타 니켈의 오비섬 시설은 표준 감시 장비조차 없이 운영되어 붕괴 위험이 ‘통제 불능’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식수원에서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이 기준치의 3배 넘게 검출되는 등 주민들의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처지다.

테슬라·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더러운 니켈’ 퇴출 압박


인도네시아발 환경 재앙은 고스란히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리스크로 전이되고 있다.

어스워크의 젠 모릴 선임 매니저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화유 코발트나 CATL 등 인도네시아 내 운영사로부터 니켈을 공급받고 있다”며 “공급망 실사에서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즉각적인 구매 중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인도네시아 니켈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투자 철회까지 검토하는 분위기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킨 ‘에코 빌리지’ 정책 또한 국제적인 인권 침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그린 모빌리티’를 표방하는 전기차 산업이 광산 현장의 ‘독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탄소중립의 명분마저 잃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환경단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신규 설비 건설 유예(모라토리엄)와 전면적인 독립 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환경 리스크가 부각됨에 따라, 향후 글로벌 시장은 ‘청정 니켈’ 확보를 위한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환경을 외면해온 관행을 멈추지 않는다면, 니켈 수급 불안과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