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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간형 로봇 생산 올해 10만 대 돌파 전망…서방과 격차 왜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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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간형 로봇 생산 올해 10만 대 돌파 전망…서방과 격차 왜 벌어졌나

지난해 글로벌 출하 1만3318대 중 87% 독식…테슬라·피겨AI는 각각 150대에 그쳐
2035년 260만 대 시장 선점 경쟁…표준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나
중국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인간형 로봇 대량 산업화 시대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인간형 로봇 대량 산업화 시대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봇 강국을 자처해 온 서방이 지금 당장 생산 라인을 풀가동해도 따라잡기 어려운 숫자가 나왔다.

올해 중국 공장에 쏟아질 인간형 로봇이 최대 10만 대. 공상과학 영화의 대사가 아니라, 복수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이 내놓은 실측 예측치다.

프랑스 과학전문매체 퓌튀라-시앙스(Futura-Sciences)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중국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인간형 로봇 대량 산업화 시대를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글로벌 제조 질서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이미 판가름 났다…1만3318대 중 87%가 '메이드 인 차이나'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가 올해 1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인간형 로봇 출하량은 1만3318대로 전년 대비 약 480% 폭증했다. 이 가운데 중국 기업이 87%를 가져갔다.

선두는 상하이 소재 에이지봇(AgiBot·智元機器人)으로, 5168대를 출하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39%를 차지했다. 항저우 소재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4200대(32%)로 뒤를 이었고, 선전 소재 유비테크(UBTech)가 1000대로 3위에 올랐다.

반면 미국 테슬라(Tesla)와 피겨 에이아이(Figure AI)는 각각 150대 안팎을 출하하는 데 머물렀다. 테슬라는 당초 지난해 5000대 생산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이를 채우지 못했다.

옴디아 분석가 리언 지에 수(Lian Jye Su)는 "중국 기업들이 단기간에 수천 대 출하를 현실로 만들며 대량 생산의 새 기준을 썼고, 이를 발판으로 해마다 수만 대를 배치할 수 있는 체제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격차는 단순한 생산 능력 차이를 넘어선다. 업계에서는 로봇 대수가 쌓일수록 현장 운용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 데이터가 다음 세대 AI 모델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고 본다. 지금의 수량 격차가 내일의 기술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제조 2025'가 깔아놓은 판…160개 기업·1만 협력사의 힘


중국의 독주 뒤에는 10년 가까이 다듬어온 국가 전략이 자리한다.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정책 아래 중국은 160개 핵심 제조사, 600개 부품 공급사, 1만여 개 협력 업체로 짜인 공급망을 구축해 왔다. 시제품을 시장 출시 제품으로 바꾸는 속도가 서방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다.

옴디아의 리언 지에 수 분석가는 중국의 부상 배경으로 "정책 지원, 공공 투자, 성숙한 공급망, AI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동시 발전이 맞물린 결과"라고 짚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는 2년간의 현장 훈련과 테스트를 거쳐 올해가 인간형 로봇의 산업 현장 대규모 도입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올해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500% 추가 증가해 최대 10만 대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그룹은 2035년 전 세계 인간형 로봇 시장이 1540억 달러(약 22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봤고, 옴디아는 같은 해 전 세계 출하량이 26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그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유비테크는 유럽 항공 대기업 에어버스와 인간형 로봇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에이지봇은 말레이시아에 첫 해외 로봇 체험 센터를 열며 아시아·태평양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중국은 AI와 제조업 양쪽에서 강하며, 테슬라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과열 경쟁의 역설…140개 기업 난립, 옥석 가리기 초읽기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중국 업계 자료에 따르면 140개가 넘는 기업이 인간형 플랫폼 개발을 선언하고 330종이 넘는 모델을 쏟아냈지만, 지난해 실제 전 세계 출하량은 1만 3000여 대에 머물렀다. 공급 주체가 수요를 압도하는 과열 양상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대변인 리 차오(Li Chao)는 "중국 내 기업 수가 지나치게 많아 중복 개발이 업계 전체를 압박할 수 있다"며 역량 통합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런저핑 전 헝다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6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AI가 세상을 바꾼다' 강연에서 "AI와 로봇은 인간 대체가 목적이 아니라, 단순 반복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인간형 로봇이 공장과 가정으로 확산되어 사회가 '실리콘 기반 생명'과 공존하는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트라(KOTRA) 베이징 무역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자동차 및 물류 현장을 중심으로 인간형 로봇 초기 수요가 형성되는 만큼, 감속기·모터·정밀 센서 등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부품 기업에게는 공급망 참여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로봇을 발명한 것은 서방이지만, 산업화하는 것은 중국이라는 평가가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올해 10만 대 배치 목표가 달성될 경우, 그 다음 단계는 단순한 수량 경쟁이 아니라 세계 인간형 로봇 산업 표준을 누가 먼저 쥐느냐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