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94%·원유 20% 틀어쥔 자원 무기화에 미국 패권 흔들
동맹 소외시킨 독자 노선이 화근... 기술 연합체 구축이 생존 열쇠
동맹 소외시킨 독자 노선이 화근... 기술 연합체 구축이 생존 열쇠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중국의 자원 통제와 이란의 물류 봉쇄라는 이른바 '경제적 급소(초크포인트)' 전략에 가로막혀 동력을 잃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거대 시장의 지배력을 무기로 상대국을 압박하던 미국의 전통적인 경제 전쟁 방식이 공급망 입구를 장악한 적대국들의 반격에 직면했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휴전을 모색하고 이란과 정전 협정에 합의한 배경에는 관세 폭탄의 효용성을 압도한 상대국의 정밀한 '공급망 타격'이 자리 잡고 있다.
단기 대체 불가능한 자원 독점이 관세 위력 압도
경제 전쟁의 패러다임이 시장 진입을 막는 '관세'에서 공급망의 급소를 틀어쥐는 '초크포인트' 싸움으로 이동했다.
에드워드 피시먼 전 국무부 제재정책관은 저서 '초크포인트'에서 특정 국가가 시장 공급량을 좌우하고 대체재가 없으며 적대국에 비대칭적 피해를 주는 상황을 경제적 급소로 규정했다.
중국은 이 전략을 가장 영리하게 활용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자석 생산의 94%를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파른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전기차와 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 수출 통제로 응수했다. 대체재를 찾지 못한 미국 산업계가 즉각적인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백악관은 무역 전쟁의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란 역시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며 에너지 가격 폭등을 유발했다. 해협 봉쇄 직후 유가와 비료 가격이 급등하자 미국은 6주 만에 이란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우방국 이익 점유율 73%에도 동맹 소외로 협상력 상실
미국의 실책은 압도적인 경제 연합군의 힘을 스스로 저버린 데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테판 브룩스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세계 이익 점유율은 38% 수준이지만, 우방국을 모두 합치면 그 비중은 73%까지 치솟는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합산 점유율은 84%에 달해 중국의 6%를 압도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우방국에 관세 위협을 가하며 단일 대오를 무너뜨렸다.
국내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미국이 동맹과 결속해 강력한 기술 초크포인트를 형성했다면 중국을 압도했겠지만, 각자도생식 관세 전쟁을 벌이며 오히려 중국에 자원 무기화의 명분과 시간을 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 내 달러 비중이 50%에 달하는 강력한 금융 초크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우방과의 공조 실패로 그 파괴력이 반감됐다는 평가다.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이 향후 경제 패권 향배 결정
초크포인트 전략의 무기화는 위협을 느낀 국가들의 필사적인 탈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서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췄고, 중국과 이란은 달러 패권을 우회하는 독자 결제 시스템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또한 서방의 기술 통제에 맞서 반도체 등 핵심 분야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중이다.
향후 글로벌 경제 전쟁의 승패는 단순히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대체 불가능한 핵심 자산과 경로를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한국 역시 핵심 광물과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중 간 초크포인트 분쟁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과의 신뢰를 회복해 강력한 기술 연합체를 재건할지, 아니면 자국 우선주의에 갇혀 공급망 리스크에 계속 휘둘릴지가 2026년 세계 경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