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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건설사 줄도산 위기…경유값 28% 폭등에 공사 중단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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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건설사 줄도산 위기…경유값 28% 폭등에 공사 중단 속출

산업용 연료비 상승으로 공사비 8% 추가 부담…가펜시, 정부에 가격 현실화 긴급 건의
국영기업 독점 타파와 민간·지역 상생형 인프라 생태계 개편으로 시장 건전성 확보 시급
인도네시아 새 수도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새 수도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신흥국 인프라 시장의 핵심 동력원인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면서 인도네시아 건설업계의 기초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산업용 경유 가격 폭등이라는 직격탄으로 돌아오자,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현지 중소 건설사들 사이에서 폐업 공포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경제 전문 매체 데틱파이낸스(detikFinance) 보도에 따르면, 안디 루크만 누르딘 카룸파(Andi Rukman Nurdin Karumpa) 인도네시아 건설협회(GAPENSI, 이하 가펜시) 회장은 산업용 연료비 급등이 건설 원가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며 정부의 즉각적인 정책 개입을 촉구했다.

경유 리터당 2만 3000루피아 돌파…원자재·물류비 ‘트리플 악재’


가펜시의 분석 결과, 인도네시아 건설 현장의 필수 에너지원인 산업용 경유 가격은 리터당 최대 2만 3000루피아(한화 약 20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리터당 1만 8000루피아 내외였던 이전 가격과 비교해 불과 수개월 만에 27.8% 폭등한 수치다.

이러한 에너지 비용 상승은 단순히 장비 가동비 증가에 그치지 않고 건설 자재 전반의 단가 상승을 촉발하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안디 회장은 지난 2월부터 4월 사이 전체 공사 비용이 최대 8%까지 추가 상승했다며 아스팔트, 시멘트, 철강 등 주요 자재의 생산 및 운송 비용이 동반 상승하면서 업체들의 수익 구조가 사실상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관급 공사비 현실화 절실”…가펜시, 체질 개선 위한 3대 대안 제시


가펜시는 현재의 경영 위기를 타개하고 건설 시장의 건강한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에 세 가지 핵심 정책 대안을 건의했다.

첫째, 입찰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강조했다. 가펜시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정부 직접 시행 방식인 ‘직영(Swakelola)’으로 편중되는 현상을 지적하며, 이를 민간 건설사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개경쟁 입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둘째, 국영기업(BUMN)과 민간 기업 간의 균형 있는 협력 구조 마련을 제안했다. 정부 발주 사업이 대형 패키지 위주로 구성되면서 국영기업이 수주를 독식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온 만큼, 프로젝트 규모를 세분화해 역량 있는 민간 중견 기업들의 참여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건설 생태계 보호를 언급했다. 프로젝트의 낙수 효과가 지방 건설사까지 확산하도록 지역 업체 의무 참여 비율을 제도화하고, 불투명한 공사 대금 지급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중소 업체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로 분석된다.

라 오데 사피울 아크바르(La Ode Safiul Akbar) 가펜시 사무총장은 현재 시장 가격을 반영하지 못한 과거의 단가를 기준으로 계약을 이행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며, 물가 상승분을 계약 금액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물가 연동 조정)’ 제도의 즉각적인 시행을 요구했다.

비용 장벽에 막힌 ‘인프라 드라이브’…한국기업의 대응은?


인도네시아 건설 시장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건설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진출한 한국 건설사들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마진율 저하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며 입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우선 우리 기업들은 '계약 구조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지 대형 플랜트 사업에 참여 중인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향후 신규 수주 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 자동 조정(Escalation) 조항을 관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미 수행 중인 공사에 대해서는 현지 발주처에 원가 상승분을 증빙하고 '고통 분담' 차원의 보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망 다변화 및 국산화' 전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가 상승이 물류비 폭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수입에 의존하던 주요 기자재를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 제품으로 대체하거나 대량 선구매를 통해 단가 상승 폭을 상쇄하려는 움직임이다.

또한, 연료 효율이 높은 최신 전동 장비 도입을 검토하는 등 장기적인 '에너지 저감형 현장 관리' 체계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가펜시의 제안을 수용해 국영기업 위주의 독점 구조를 깨고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을지가 우리 기업들의 투자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원가 상승 압력을 분산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공사비 산정 체계와 상생 생태계 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