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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의 역설’… 中 헝이 석유화학, 1분기 순이익 ‘40배’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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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의 역설’… 中 헝이 석유화학, 1분기 순이익 ‘40배’ 폭증

이란 전쟁발 공급망 붕괴에 제품가 급등… 과잉 생산 늪 빠진 유화업계 ‘기사회생’
브루나이 정제 시설이 ‘신의 한 수’… 디젤 마진 10배 뛰며 재무 실적 견인
브루나이에 있는 헝이 공장. 사진=헝이 석유화학이미지 확대보기
브루나이에 있는 헝이 공장. 사진=헝이 석유화학
중국의 주요 민간 석유화학 기업인 헝이 석유화학(Hengyi Petrochemical)이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정학적 위기를 발판 삼아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만성적인 과잉 생산과 마진 악화로 고전하던 중국 유화 업계가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 덕분에 극적인 수익성 회복을 맞이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와 선전 증권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헝이석화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배 가까이 치솟았다.

◇ 순이익 3773% 급증… “3년 치 수익을 한 분기에 벌었다”


헝이 석유화학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및 1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2% 증가한 299억 4,000만 위안(약 43억 9,000만 달러)을 기록했다. 특히 순이익은 19억 9,000만 위안으로 무려 3773% 폭증했다.

지난 3년간(2023~2025년) 누적 순이익을 모두 합쳐도 올해 1분기 한 차례 기록한 이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기록적인 수치다.

유가와 화학제품 가격이 동시에 뛰면서 회사가 보유한 재고 가치는 3월 말 기준 187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급등했다.

◇ PTA·PET 공급 부족의 수혜… “지정학적 위기가 실적 부양”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석유화학 공급망이 마비된 것이 헝이 석유화학에는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의류와 포장재의 원료가 되는 정제 테레프탈산(PTA)의 글로벌 시설 가동률이 3월 이후 지정학적 사유로 급감했다. 시장 선도 기업인 헝이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의 이익을 고스란히 누렸다.

플라스틱 병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역시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사태를 맞으며 헝이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전쟁 전까지 중국 유화 업계는 설비 과잉으로 마진이 매우 얇은 상태였으나, 전쟁이 강제로 공급을 제한하며 시장 가격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했다.

◇ 브루나이 단지의 전략적 가치… ‘디젤 마진’ 10배 폭등


헝이 석유화학이 경쟁사들보다 압도적인 실적을 낸 비결은 브루나이에 위치한 해외 정제 단지에 있다.

연간 800만 톤의 원유 정제 능력을 갖춘 브루나이 단지는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원유를 조달해 중국 내 하류 시설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축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 시장 기준 디젤 제품 가격과 원유 가격의 차이인 ‘디젤 크랙 스프레드’가 지난해 배럴당 15~25달러 수준에서 최근 150달러 이상으로 폭등했다. 헝이 측은 "이 높은 마진이 현재와 미래 재무 성과를 향상시킬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 한국 유화 업계에 주는 시사점


중국 기업의 실적 폭등은 국내 유화 업계(롯데케미칼, LG화학 등)에도 단기적인 제품 가격 상승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원료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동반되므로 정밀한 마진 관리가 필요하다.

헝이가 브루나이 단지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듯, 에너지 도입처와 생산 기지를 해외에 다변화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국내 기업들에게도 절실하다.

헝이의 주가가 단기간에 50% 급등했다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매우 큰 상태다. 글로벌 에너지 섹터 투자자들은 중동 전황에 따른 ‘현금 흐름’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