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發 호르무즈 봉쇄로 세계 20대 항공사 중 19곳 운항 줄여
여름 성수기 앞두고 장거리 노선 줄폐지… 국내 미주 왕복 유류할증료 113만원 육박
여름 성수기 앞두고 장거리 노선 줄폐지… 국내 미주 왕복 유류할증료 113만원 육박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 통신이 18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과 최근 국내외 항공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항공편 감축은 이제 중동 지역을 넘어 글로벌 항공망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세계 20대 항공사 중 19곳 감편… 5월 공급 3%P 감소
항공 데이터 분석업체 시리움(Cirium)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20대 항공사 가운데 19곳이 오는 5월 공급 좌석을 줄였다.
전체 항공편 공급량은 당초 올해 4~6%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시리움은 최근 이 전망을 뒤집고 최대 3% 감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리움의 선임 컨설턴트 리처드 에반스는 18일 보고서에서 "추가 감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5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값은 갤런당 511.21센트, 배럴당 214.71달러(약 31만 5100원)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됐던 2022년 6월 배럴당 155달러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이란전쟁 발발 이전(약 80달러대) 대비 상승폭은 125%에 달한다.
연료비는 인건비에 이어 항공사 운영 비용의 약 27~30%를 차지하는 핵심 변수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 봉쇄를 단행해 이란산 원유 수출이 막히면서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감편 행렬은 전 세계적이다. 네덜란드 국적기인 KLM(로열 더치 항공)은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다음 달 왕복 80편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올해 공급을 5% 줄이되 감축 기간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고, 델타 항공은 약 3.5%의 공급 감축을 단행하면서 에드 배스천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유가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플레이어들을 퇴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델타는 이번 분기 연료비가 전년 대비 약 20억 달러(약 2조 9356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최대 항공그룹인 루프트한자는 산하 시티라인 브랜드를 사실상 일시 폐쇄하고 항공기 27대를 운항 중단했다. 틸 슈트라이헤르트 루프트한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항공유 급등과 지정학적 불안을 감안하면 이번 조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루프트한자 산하 에델바이스는 미국 덴버·시애틀 노선을 중단했고, 에어캐나다는 몬트리올·토론토발 존 F. 케네디 공항 노선 운항을 취소했다.
노르웨이 저가항공사 노르스 아틀란틱은 로스앤젤레스 발착 모든 편을 중단했으며, 버진 애틀랜틱은 런던-리야드 노선을,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는 제다 노선을 각각 폐지했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은 오는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아시아태평양 전 노선에서 2%의 운항 횟수를 줄이고, 저가 자회사 홍콩익스프레스는 6%를 감편한다.
공급난 경고에도 불안한 '봉쇄 해제' 선언
항공유 수급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의 항공유 재고가 "약 6주치 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이번 위기를 "역대 최대 에너지 위기"로 규정하며 물리적 공급 부족에 따른 항공 대란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럽연합(EU)도 "가까운 미래에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지속될 경우를 대비한 공동 행동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언에어, 버진 애틀랜틱, 이지젯은 항공유 공급 가시성이 5월 중순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공표했다.
이란은 18일 해협이 '완전히 열려 있다'고 발표했고 국제유가는 한때 11% 넘게 하락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조심스럽다.
분쟁 당사자 양측이 협상 주도권을 놓지 않으면서 합의 이행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설령 전투가 조기에 멈추더라도 파괴된 에너지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아시아나도 비상경영… 미주 왕복 유류할증료 사상 첫 33단계
국내 항공업계도 비상 체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5월 1일 발권분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역대 최고 수준인 33단계로 적용한다고 16일 공지했다.
인천~뉴욕·애틀랜타 노선은 왕복 유류할증료를 112만 8000원 내야 하며, 지난 3월 19만 8000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약 5.7배 폭등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거리에 따라 각각 편도 기준 7만 5000원~56만 4000원, 8만 5400원~47만 620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2016년 현행 유류할증료 체계 도입 이후 최고 단계인 33단계가 적용된 것으로,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2022년 7~8월의 22단계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제주항공은 6월까지 인천발 하노이·방콕·싱가포르 노선에서 총 110편을 줄이기로 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인천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노선에서 총 10편 운항을 중단하고, 로스앤젤레스 노선 26편, 호놀룰루 노선 6편을 추가 감편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3월 항공유 가격 급등이 대한항공의 2분기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고환율과 신규 기재 도입에 따른 비유류비 증가까지 감안하면 연간 영업이익률은 전년(9.3%) 대비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연료비와 환율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기존 수익 구조로는 대응이 쉽지 않다"며 "당분간 비용 절감과 노선 조정 중심의 보수적인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굿보디의 애널리스트 더들리 샨리는 "항공유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취소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 노선 지도가 빠르게 다시 그려지는 가운데, 적게 날고 비싸게 파는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항공업계 안팎에서 우세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