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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슈퍼사이클, 꺾이지 않는다… TSMC 실적이 입증한 '수요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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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슈퍼사이클, 꺾이지 않는다… TSMC 실적이 입증한 '수요 열풍'

매출 40% 폭증 넘어 '연간 가이던스' 상향… AI 인프라 공급난 가속화 예고
앤트로픽 연매출 300억 달러 돌파·우버 AI 예산 4개월 만에 소진, 기업 침투 본격화
2026년 빅테크 설비투자 발표 시즌, 'AI 슈퍼사이클' 가속 여부 분수령
기업 현장의 AI 침투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기업 현장의 AI 침투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미지=제미나이3
"AI 수요는 일시적 광풍이 아니라,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른 '슈퍼사이클'의 진행형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은 이 거대한 흐름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지난 17일(현지시각) 디 인포메이션이 보도했다. 시장의 이목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0.6%(359억 달러, 약 52조 9600억 원)) 급증했다는 결과 그 자체보다, TSMC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 안팎'에서 '30% 이상'으로 전격 상향 조정했다는 점에 쏠려 있다.

이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프라 부족' 현상이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TSMC의 호실적은 과거형 데이터가 아니라, 앞으로 닥쳐올 '수요 열풍'을 견디기 위한 생산 체질 개선의 시작점이다.

"공급이 여전히 부족"TSMC가 증언하는 AI 인프라 수요


지난 16일(현지시각)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웨이 CEO는 "엔비디아 등 설계 고객사와 클라우드 기업 양쪽에서 동시에 강한 주문 신호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생성형 AI 쿼리 모드에서 에이전틱 AI 액션 모드로의 전환이 토큰 소비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AI 가속기 관련 매출은 TSMC 전체 웨이퍼 수익의 17~19%까지 올라섰고, 2024~2029년 연평균성장률(CAGR)54~56%로 이전 전망(45%)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TSMC2분기 매출로 제시한 390~402억 달러(57~59조 원)의 중간값은 시장 예상치를 15억 달러(2조 원) 상회한다. 이는 AI 인프라 투자 가속이 현재 수준에 머물지 않고 계속 확장 중임을 뜻한다. 2나노(N2) 공정이 예상보다 높은 수율로 양산에 들어갔고, 설비투자(CAPEX)도 기존 제시 범위인 520~560억 달러(76~82조 원)의 상단에서 집행될 예정이다. 웨이 CEO"수요가 매우 견조해 장비 조달을 최대한 앞당기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빡빡하다"고 말했다.

3월 말 이후 글로벌 기술주는 이 같은 신호를 선반영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8%, 엔비디아는 20%, 나스닥 지수는 16%가량 오르며 연초 부진에서 빠르게 회복했다.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빅테크 1분기 실적 발표가 낙관론을 재확인할지 주목된다.

앤트로픽 연 매출 300억 달러… 우버는 4개월 만에 AI 예산 '증발'


기업 현장의 AI 침투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ARR)20263월 기준 약 300억 달러(44조 원)로 추산된다. 이는 2025년 말(90억 달러, 13조 원))에서 불과 3개월 만에 3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지난 14개월간 10배 이상 성장이 이어지면서 기업용 소프트웨어 역사상 유례없는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성장의 핵심 동력은 AI 코딩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Claude Code)', 공개 9개월 만에 연환산 매출 25억 달러(36600억 원)를 돌파했고 포춘(Fortune) 10대 기업 8곳이 고객사로 합류했다.

기업들의 폭발적 AI 도입은 예산 계획 자체를 흔들기 시작했다. 우버의 프라빈 네팔리 나가 최고기술책임자(CTO)"예산이 이미 바닥났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라고 공개 인정했다. 클로드 코드 사용 급증 탓에 2026년 한 해 AI 예산이 4월 안에 소진됐다는 설명이다. 우버는 사내 리더보드까지 운영하며 엔지니어 AI 도구 활용을 독려했고, 20263월 기준 개발자의 84%가 에이전틱 코딩 사용자로 분류됐다. AI 관련 비용은 2024년 대비 약 6배 급증했다. 앤트로픽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정액제 대신 사용량 기반 과금 체계를 도입했는데, 이것이 기업 예산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업계 컨설턴트들은 비용 부담에도 기업 이탈이 없는 이유로 생산성 향상 효과를 꼽는다. 우버에서 AI 에이전트가 개설한 풀리퀘스트(코드 제안)가 전체의 11%에 달하고, 개발자가 통합개발환경(IDE)에서 작성한 코드의 65~72%AI 생성 코드라는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투자자가 지금 봐야 할 세 가지 지표


낙관론이 지배적이지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첫째, 빅테크 설비투자 증가율이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의 1분기 실적에서 CAPEX 가이던스가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HBM(고대역폭메모리) 단가와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가동률 추이다. TSMC 실적이 AI 수요 체인의 상류 신호라면, 한국 메모리 업체들의 수주 상황은 하류 검증 지표다. 셋째, S&P500 정보기술(IT) 업종 주가수익비율(PER) 밴드다. 현재 기대 이익 대비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상단에 근접해 있어 실적 발표에서 단 하나의 '미스'도 큰 조정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AI는 이제 반도체 공장 가동률 통계와 기업 예산 보고서 양쪽에 동시에 흔적을 남기는 단계에 진입했다. TSMC 실적은 AI 인프라 수요의 현재를 보여주고, 우버 예산 소진 사태는 기업 현장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셈이다. 이 두 신호가 가리키는 방향이 일치하는 한, 수요 사이클 붕괴를 걱정하기보다 비용 관리와 생산성 회수 구조를 먼저 점검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이번 실적 시즌에도 재확인될지 주목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