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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전기의 거인’ 수력의 부활… AI·에너지 안보의 핵심 보루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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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전기의 거인’ 수력의 부활… AI·에너지 안보의 핵심 보루로 부상

태양광·풍력 합친 것과 맞먹는 발전량… 전 세계 전력의 14% 담당
‘물 배터리’ 양수 발전(PSH), 에너지 저장 용량 배터리의 30배 달해
중국 후베이성의 삼협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후베이성의 삼협댐. 사진=로이터
전 세계가 태양광과 풍력 등 가변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오랫동안 ‘잊힌 거인’으로 불렸던 수력 발전이 다시금 에너지 다각화와 안보의 핵심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의 분쟁으로 인한 화석 연료 가격의 급등은 각국 정부가 단일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뢰할 수 있는 청정 전력원으로서 수력을 재평가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19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Oilprice)는 국제 에너지 논의에서 종종 간과되었던 수력 발전의 방대한 잠재력과 기술적 진화를 집중 조명했다.

◇ ‘잊힌 전기의 거인’ 수력, 전 세계 재생 에너지의 중심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수력을 "잊힌 전기의 거인"이라 묘사하며, 국제 에너지 논의에서 수력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수력은 석탄과 천연가스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발전원이다. 연간 약 4500테라와트시(TWh)를 생산하며 전 세계 전력의 14%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특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수력 자원 중 60%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이 자원을 활용할 경우 경제 성장 촉진과 에너지 접근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물 배터리’ 양수 발전(PSH), 재생 에너지의 완벽한 보완재


수력 발전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거대 배터리’ 역할에 있다.

수력 발전소는 필요에 따라 가동과 정지를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 태양이 비치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 그 공백을 즉각 메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양수 저장 수력(PSH)은 과잉 에너지를 이용해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로 퍼 올렸다가 필요할 때 낙하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이는 화학 배터리보다 30배 더 많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현존 최대 규모의 에너지 저장 장치다.

전 세계 장기 에너지 저장(LDES) 용량의 약 90%가 이미 수력(200GW 규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향후 570GW 규모의 추가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

◇ 잠수 수력 발전 등 신기술의 등장과 북미의 변화


최근에는 대규모 댐 건설 외에도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도시 근처 수로를 활용하는 ‘잠수 수력 발전(Submerged Hydro)’ 기술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오션 재생 에너지 회사(ORPC)는 캐나다 몬트리올 세인트로렌스 강에 탄소 섬유 터빈을 활용한 도시형 수력 발전 장치를 도입했다. 이 장치는 조류가 없는 담수에서도 물의 흐름만으로 60~90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소규모 고효율 수력 기술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영국에서도 활발히 개발되며 에너지 자립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한국 에너지 산업 및 정책에 주는 시사점


국내에서도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전력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수원 등이 추진 중인 신규 양수 발전소 건설을 차질 없이 진행하여 국가 전력망의 ‘안전 밸브’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기존 수력 발전소의 터빈과 제어 시스템을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Repowering)하여 추가 부지 확보 없이도 발전 효율과 저장 용량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신흥국의 거대한 미개발 수력 자원 시장에 한국의 우수한 EPC(설계·조달·시공) 역량과 운영 노하우를 패키지로 수출하여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