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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소 굴기'에 비상 걸린 유럽… "에너지 주권 통째로 뺏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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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소 굴기'에 비상 걸린 유럽… "에너지 주권 통째로 뺏길라"

Peking, 수소 1kg당 2~3유로 '가격 파괴' 선언… 10만 건 특허로 물량 공세
유럽 기업들 '수소 연맹(ERA)' 결성하며 맞불…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
 중국 장쑤성 루가오시 경제개발구에 있는 수소충전소. 국가에너지그룹(CHN ENERGE)이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장쑤성 루가오시 경제개발구에 있는 수소충전소. 국가에너지그룹(CHN ENERGE)이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일의 유력 매체 티온라인(t-online)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중국이 태양광과 전기차에 이어 수소 에너지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이에 위기감을 느낀 유럽 에너지 기업들이 '유럽 수소 연맹(ERA)'을 결성하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과 에너지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2030년까지 수소 가격을 현재 유럽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파격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유럽의 '클린테크'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6하 원칙에 입각해 상세히 분석했다.

중국발 '저가 수소' 공습… 2030년 '에너지 패권' 정조준


중국 정부는 최근 확정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에서 수소를 '미래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산업 생태계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 목표는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수소 판매 가격을 1kg에 2~3유로(약 3460~5190원)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 유럽에서 생산하는 그린 수소 가격이 1kg에 10~20유로(약 1만7310원~3만462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천연가스와 맞먹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유럽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은 수소 생산의 핵심 장비인 '전해조(Electrolyzer)'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생산 규모를 키우고 있다.

티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관영 매체인 차이나데일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수소 관련 특허의 상당수가 중국 소유이며, 그 수가 이미 10만 건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주부터 수소 연료 항공기 시범사업과 산업계 수소 사용 할당제 등 실전 배치 단계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수소판 전기차 신화' 재현을 노리고 있다.

유럽의 반격, '수소 동맹' 결성으로 맞대응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독일의 RWE, 세페(Sefe)를 비롯해 스페인, 벨기에,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 14일 '유럽 수소 연맹(European Resilience Alliance, ERA)'을 공식 출범했다.
유럽 내 수소 공급망의 자립도를 높여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20일(현지시각) 기준 환율 1달러당 1474.2원 적용 시, 2030년 중국 수소 목표가는 약 2.1~3.2달러 수준이다.

안드레아 벡슬러(Andrea Wechsler) 유럽연합(EU) 의회 의원은 창립 행사에서 "유럽의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과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 있는 주권적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요르고 차치마르카키스(Jorgo Chatzimarkakis) 유럽수소협회 회장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독자적인 수소 생태계를 신속하게 구축하지 못하면, 저가 에너지를 무기로 삼은 중국에 모든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정책 지원이 성패 가를 것


유럽 업계는 수소 산업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로 '수요 불확실성'을 꼽는다. 생산 단가가 비싸 수요가 없고, 수요가 없으니 대량 생산을 통한 단가 하락이 이루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철강업계 등은 공공 부문에서 그린 수소로 생산한 '그린 스틸' 사용 비중을 의무화하는 '그린 쿼터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정부가 수소 구매 계약의 보증인 역할을 하는 '국가 보증 장기 공급 계약' 도입도 제안했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의 대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독일 에너지산업연합회(BDEW)는 지난달부터 생산, 운송, 저장, 수요를 통합 관리하는 '중앙 수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으나, 카테리나 라이헤(Katherina Reiche) 경제부 장관 등 당국은 구체적인 입법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태양광 산업을 중국에 내주었던 뼈아픈 실책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유럽 정부가 더 공격적인 자금 지원과 법적 테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자본력과 기술 특허 공세에 맞서 유럽이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향후 2~3년 내 결정될 정부의 정책 지원 강도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