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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 로봇 자동화, 설치 속도 2배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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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 로봇 자동화, 설치 속도 2배 시대 열렸다

인력난 직격탄 맞은 재생에너지 업계, AI 로봇이 돌파구 제시
맥시모·시브로보틱스·LEBO로보틱스, 현장 투입 확산…노동시장 파급효과는 미지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전 공정에 걸쳐 로봇 자동화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전 공정에 걸쳐 로봇 자동화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력난과 공사비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온 글로벌 재생에너지 업계에서 로봇이 구원투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전문 에너지 미디어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은 지난 19일(현지시각) 태양광 패널 설치부터 풍력 터빈 점검, 전력망 감시까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전 공정에 걸쳐 로봇 자동화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기술 실험 단계를 벗어나 상업 규모에서 검증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흐름은 에너지 산업 판도를 바꿀 변곡점으로 주목받는다.

설치 속도 2배… 로봇이 사막 태양광 현장을 바꾸다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자리한 AES의 벨필드(Bellefield) 태양광 단지는 로봇 자동화가 실제로 얼마나 강력한 성과를 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AES는 로보틱스 기업 맥시모(Maximo)의 3.0 로봇을 투입해 이 단지에서 100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설비 설치를 완료했다. 맥시모 로봇은 사람 한 명당 시간당 평균 24장의 태양광 모듈을 다루는 수준을 넘어, 패널 1장당 약 1분의 조립 속도를 구현했다. 이는 해당 지역 전통 방식 대비 약 2배에 이르는 속도다.

맥시모의 크리스 쉘튼(Chris Shelton) 사장은 "단일 현장에서 100MW에 도달한 것은 맥시모와 태양광 건설에서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며 "지능형 현장 로봇이 대규모 전력 인프라 규모에서 일관된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NVIDIA)의 마크 슈필러(Mark Spiller) 에너지 부문 선임 이사도 "물리적 인공지능(AI)은 실제 세계의 에너지 인프라를 가속화하기 위한 강력한 힘"이라며 "맥시모 같은 플랫폼이 복잡한 환경에서도 높은 신뢰도로 설치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부지 측량 자동화도 같은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기반의 시브로보틱스(Civ Robotics)가 개발한 네 바퀴 자율주행 로봇 '시브닷(CivDot)'은 하루 최대 3000개 지점을 8밀리미터(mm) 이내 오차로 표시한다. 숙련 측량팀 여러 조가 장시간 작업해야 가능했던 일을 로봇 한 대가 해내는 셈이다.

시브로보틱스의 톰 예슈런(Tom Yeshurun) 최고경영자(CEO)는 "측량 장비와 인건비를 합산하면 로봇 임대 비용과 거의 같은 수준이고, 노동력 절감은 그 위에 쌓이는 추가 이익"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브닷 100여 대가 현장에 투입돼 있으며, 대부분이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부지 작업에 쓰이고 있다.

풍력 터빈부터 전력망 감시까지, 로봇 영역 확장


풍력 발전 분야에서는 유지·보수 로봇이 발전소 수명 연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스타트업 LEBO로보틱스(LEBO ROBOTICS)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풍력 터빈 유지·보수 로봇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이 회사에 따르면 풍력 터빈은 누적 손상만으로도 3~5년 사이에 발전 용량이 3~10% 줄어든다. LEBO로보틱스는 블레이드 점검과 보수, 드론과 지상 카메라를 활용한 AI 영상 분석, 전용 도료와 접착제 등 화학제품 개발·적용 등 세 가지 서비스를 로봇 기반으로 제공한다.

LEBO로보틱스의 하마무라 케이타로(Hamamura Keitaro) CEO는 "일본, 미국, 유럽처럼 인건비가 높은 나라에서는 유지·보수 인력 확보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면서 "로봇을 활용하면 발전 용량 저하 원인에 신속히 대응해 설비를 최적 상태로 유지할 수 있고, 운영 기업에 큰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력망 감시 영역에도 자동화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스페인 에너지 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의 미국 자회사 어밴그리드(Avangrid)는 지난해 2월 로봇 기업 레바타스(Levatas),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와 손잡고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변전소 점검에 투입하는 시범사업에 나섰다.

스팟은 정밀 영상과 열화상 장비를 갖추고 AI로 손상 설비를 감지해 자동 점검을 수행한다.

인력난이 불당긴 자동화… 고용 충격은 '현재진행형 물음표’

이처럼 로봇 자동화가 재생에너지 현장에 빠르게 뿌리를 내리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숙련 인력 부족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서 전력 수요가 데이터센터 확장과 전기화 흐름을 타고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시공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공통된 진단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동 제한으로 현장 인력 투입이 막히자, 석유·가스 업계를 중심으로 자동화 전환이 빨라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3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380억 달러(약 55조 9240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며, 이전 예측치인 60억 달러(약 8조 8290억 원)를 6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인구 감소, 인력 부족, 제조 시설 자국 회귀라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자동화 수요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로봇 확산이 에너지 산업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로봇 도입이 위험한 단순 반복 작업을 대체해 산업재해를 줄이고 인력난 해소에 기여한다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로봇과 자동화가 에너지 노동시장에 미치는 장기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미래가 기술과 고용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