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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FSD 10년째 공수표… 하드웨어 한계에 뿔난 차주들 집단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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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FSD 10년째 공수표… 하드웨어 한계에 뿔난 차주들 집단소송

9년 전 '완전 자율주행' 믿고 거액 지불한 초기 구매자들, 성능 미달에 글로벌 집단소송 돌입
'하드웨어 3' 장착 400만 대 기술적 한계 봉착… 미국·유럽·호주 등 국제적 연대 투쟁 확산
1달러당 1,472.7원 환율 적용 시 환불 규모 최대 21조 원… 머스크 '자율주행 마케팅' 신뢰도 위기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FSD.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FSD. 사진=연합뉴스
테슬라가 호언장담해 온 '완전 자율주행(FSD)'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전 세계 구매자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어서며 집단적인 법적 투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테슬라의 구형 하드웨어를 장착한 차량들이 기술적 한계 탓에 약속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차주들이 대규모 집단소송에 나섰다고 전했다.

9년 전 1억 4727만 원 줬는데… "테슬라에 속았다" 분노하는 차주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은퇴한 변호사이자 테슬라의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인 톰 로사비오(80)다. 그는 지난 2017년 테슬라 모델 S를 당시 가치로 10만 달러 이상을 들여 구매했다.

오늘날 환율(1달러당 1,472.7원)을 적용하면 약 1억 4727만 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당시 그는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믿고 8000달러(약 1176만 원)를 추가로 지불해 'FSD' 옵션을 선택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의 차량은 운전자의 상시 개입이 필요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로사비오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와 함께 차가 우리를 어디든 데려다줄 미래를 꿈꿨지만, 결국 테슬라가 우리를 이용해 사기극을 벌였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약 3000명의 차주를 대표해 테슬라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의 대표 원고로 활동하고 있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25년 5월 집단소송 지위를 신청해 승인받았으며, 현재 테슬라 측의 항소로 제9연방항소법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적 연대 확산, "하드웨어 3의 한계가 자율주행 발목 잡았다"

테슬라를 향한 분노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유럽 전역의 구매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HW3 클레임' 캠페인이 시작됐으며, 호주에서도 대형 로펌이 주도하는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하드웨어 3(HW3)'로 불리는 구형 온보드 컴퓨터의 성능 부족을 핵심 문제로 지목한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0만 대의 테슬라 차량이 HW3를 탑재하고 있다. 테슬라는 2016년 이후 생산된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갖췄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도입된 최신 AI 모델인 'FSD v14' 등은 연산 능력이 뛰어난 HW4(Hardware 4) 이상에서만 온전히 구동된다.

HW3 차량은 성능이 제한된 이른바 '라이트(Lite)' 버전 소프트웨어만 사용할 수 있어 차별 논란이 거세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에 따른 테슬라의 잠재적 배상 규모를 27억 달러(약 3조 9710억 원)에서 최대 145억 달러(약 21조 32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머스크의 자율주행 약속이 테슬라 주가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었으나, 실제 하드웨어의 성능 결함이 드러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실제 주행'과 '마케팅'의 괴리… 소송 결과가 테슬라 미래 결정


현재 테슬라가 제공하는 'FSD(Supervised)' 기능은 이름과 달리 운전자가 주행 상황을 주시하고 수시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야 하는 '레벨 2' 수준의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테슬라는 최근 텍사스주 오스틴에 이어 지난 18일(현지시각) 달라스와 휴스턴까지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이는 최신 하드웨어를 갖춘 소수의 차량에만 해당할 뿐 기존 구매자들의 소외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의 관건은 테슬라가 판매 당시 하드웨어의 성능적 한계를 인지하고도 '완전 자율주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마케팅을 지속했는지 여부"라고 분석한다.

만약 법원이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테슬라는 전 세계 수백만 대 차량에 대한 하드웨어 무상 교체나 천문학적인 액수의 환불금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테슬라의 이번 사태는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졌던 '기업 윤리'와 '책임'의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 가치를 선제적으로 판매해 온 전략이 거대한 법적 리스크로 돌아온 셈이다. 앞으로의 법원 판결은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물론,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마케팅 기준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