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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글로벌 제조 현장 잠식 시작… 2035년 시장 56조 원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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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글로벌 제조 현장 잠식 시작… 2035년 시장 56조 원 넘는다

토요타·BMW·현대차, 인간형 로봇 실전 배치 가속… AI와 결합해 단순 노무 대체
골드만삭스 "2026년 5만~10만 대 출하 예고"… 노동 구조 대전환 신호탄
CES 2026서 공개된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CES 2026서 공개된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동차 조립 라인에 속속 실전 배치하면서 제조업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토요타, BMW, 현대차그룹이 잇따라 유료 상업 계약을 체결하며 시범 단계를 졸업하는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380억 달러(약 5조 6,316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 반복 육체 노무를 로봇이 대체하는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노동 시장 재편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도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지난 19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6년 4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영상 시연'에서 '실물 배치'로 전환하는 변곡점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완성차 3사, 유료 계약 체결… 실전 배치 '서막'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성과는 미국 오리건주 기반의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가 올해 2월 19일(현지시각) 토요타 모터 매뉴팩처링 캐나다(TMMC)와 체결한 상업 계약이다.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이날 공식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TMMC 온타리오주 우드스톡 공장에 어질리티의 인간형 로봇 '디짓(Digit)' 7대가 투입돼 RAV4 부품 컨베이어 운반 작업을 맡는다.

로봇서비스(RaaS·Robots-as-a-Service)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진 이번 배치는 1년간의 기술 검증 파일럿을 거쳐 정식 유료 계약으로 전환된 사례다. TMMC는 일본 밖에서 토요타의 최대 생산 거점으로, 2025년 한 해 53만 5000대 이상을 생산한 시설이다.

팀 홀랜더(Tim Hollander) TMMC 사장은 이날 성명에서 "여러 로봇을 평가한 끝에 디짓을 배치하게 돼 기쁘다"며 "직원들의 현장 경험을 개선하고 제조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마포(Semafor)는 2월 18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이번 계약을 "AI로 구동하는 로봇이 생산 병목 지점을 자동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향후 블루칼라 일자리 상당 부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전했다.

BMW와의 협력도 성과를 냈다. 피겨AI(Figure AI)는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각) 공개한 배치 보고서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공장에 '피겨 02(Figure 02)' 2대를 11개월간 운영한 결과, 판금 적재 등 반복 조립 공정을 수행하며 총 1250시간 이상 가동해 차량 3만 대 생산에 이바지했다고 밝혔다.

피겨AI는 해당 경험을 반영해 차세대 모델 '피겨 03(Figure 03)'을 설계했으며,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390억 달러(약 57조 6300억 원)로 평가된다.

BMW 그룹은 올해 2월 27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파일럿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오는 여름부터 본격 파일럿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이 다수 지분을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는 올해 1월 5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전동식 아틀라스(Atlas) 로봇의 상업 생산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6년 출하분은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에 전량 배정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미국 내 260억 달러(약 38조 4090억 원)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로봇 전용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AI가 가장 크게 놀라게 했다"… 2035년 140만 대 출하 전망


시장 전망치는 불과 2년 만에 대폭 상향됐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의 재클린 두(Jacqueline Du) 중국 산업기술 수석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3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를 380억 달러(약 56조 1560억 원)로 제시했는데, 이는 이전 전망치 60억 달러(약 8조 8690억 원)의 6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출하량 전망도 기존의 네 배인 140만 대로 상향됐다. 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AI 발전 속도가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한 요인"이라며, 로봇 언어·행동 대형모델(LLM) 등 기반 기술의 빠른 성숙을 주된 근거로 들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한 해 글로벌 출하량을 5만~10만 대로 내다봤으며, 대당 가격이 1만 5000~2만 달러(약 2210만~2950만 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연간 출하량이 120만 대에 달하며, 대당 가격이 1만 7000달러(약 2510만 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더 장기 시나리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50년 5조 달러(약 739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사 기관 리서치네스터(ResearchNester)는 2025년 전체 시장 규모가 31억 4000만 달러(약 4조 6390억 원)에서 2035년 815억 5000만 달러(약 120조 5060억 원)까지 연평균 38.5%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영상 시연'과 '현장 배치' 사이의 간극… 과장 경계 목소리도


현장에서 확인된 기술 수준과 기업들의 홍보 사이 간극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자동화협회(A3·Association for Advancing Automation)가 올해 1월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제조 업체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 관심을 보인 비율은 전년 8%에서 13%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소수에 그쳤다.

현장에 실제 배치된 로봇도 부품 이송·컨테이너 하역 등 단순 반복 물류 작업에 집중돼 있으며, 자동차 라인 수준의 고속·고정밀 조립 공정을 수행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테슬라는 올해 1월 28일(현지시각)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옵티머스 로봇이 현재 공장에서 실질적인 생산 작업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인정했다.

CNBC는 같은 날(현지시각) 머스크가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S·X 생산 라인을 옵티머스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올해 자본지출을 200억 달러(약 29조 5840억 원) 이상으로 두 배 넘게 늘리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은 물량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니트리(Unitree)는 2025년 한 해 5500대 이상을 출하해 글로벌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아기봇(Agibot)은 올해 3월 말 누적 생산 1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노동 시장 영향에 관해서는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가 자동화로 인해 2030년까지 전 세계 4억~8억 개 일자리에 영향이 미칠 수 있으며, 노동자 최대 3억 7500만 명이 직종 전환을 해야 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업계 안팎에서는 반복·위험 작업 자동화가 로봇 유지보수·AI 훈련·감독 직종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정책이 이 전환 속도를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오리건주 세일럼 RoboFab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1만 대까지 확장하는 동시에, 사람과 안전 장벽 없이 협업하는 것을 허용하는 국제표준화기구(ISO) 기능 안전 인증을 올해 중반~하반기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인증이 완료되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업 배치 가능성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