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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만료 D-데이… 호르무즈 나흘째 봉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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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만료 D-데이… 호르무즈 나흘째 봉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적신호'

하루 6410억 원 손실에도 이란 강경파 협상 거부… 재공습 시나리오 수면 위
세계 원유 해상 교역 20% 차단 장기화… 5월까지 공급 교란 지속 전망
2차 협상이 시작도 되기 전에 무산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재공격 가능성을 보좌진에게 직접 물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2차 협상이 시작도 되기 전에 무산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재공격 가능성을 보좌진에게 직접 물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이란의 휴전 만료일인 22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이 나흘째 봉쇄된 채 2차 평화협상마저 공전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비상등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공습 가능성을 측근들과 직접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각)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2차 협상이 시작도 되기 전에 무산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재공격 가능성을 보좌진에게 직접 물었다고 보도했다.

밴스 이슬라마바드行 무기한 연기… 파키스탄 중재 흔들


워싱턴 외곽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대기 중이던 전용기 에어포스 투(Air Force Two)는 하루 종일 활주로에서 기다렸지만 끝내 이륙하지 못했다.

21일 오전까지만 해도 백악관은 JD 밴스 부통령이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서면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파키스탄 중재단 또한 이란 협상팀이 같은 날 이슬라마바드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은 정전 시한이 다가오는 순간 돌연 참석을 취소했다.

백악관에서 하루 종일 이어진 긴급회의에서 보좌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정부가 단일한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며, 테헤란의 강경파가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밴스 부통령의 방문은 오후 들어 잠정 연기됐고 저녁에는 무기한 미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계속되는 한 항구 봉쇄를 유지하면서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밝혔다.

MUFG 글로벌 마켓 리서치의 수석 통화 분석가 로이드 찬은 "특히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의 군사 행동은 유가 급등과 광범위한 위험 회피 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봉쇄 9일째 선박 28척 차단… 하루 6410억 원 이란 경제 타격


호르무즈 해협 상황은 이미 18일부터 다시 악화됐다. 이란은 17일 레바논 휴전에 연동해 해협을 잠시 개방한다고 선언했으나,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풀지 않자 하루 만인 18일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 해상봉쇄를 해제하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이전 상태로 엄격하게 통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봉쇄 개시 이후 선박 28척에 회항 또는 귀항을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21일에는 미 국방부가 인도·태평양 작전 구역에서 이란 밀수와 연계된 제재 대상 유조선 M/T 티파니(M/T Tifani)를 추가로 나포했다.

분석가들은 봉쇄가 이란의 수출입을 포함한 하루 경제 활동 4억 3500만 달러(약 6410억 원)를 차단하며, 수 주 안에 유전 가동 중단도 강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 손실과 수입 차질을 합산하면 월 130억 달러(약 19조 172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 연구소의 중동 담당 전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국장 마이클 싱은 "봉쇄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압박 저울추를 맞추는 역할을 한다"면서도 "이란 정권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고 원유 수출 압박을 견뎌온 능력을 입증해 왔다.

봉쇄는 이란이 세계보다 먼저 굴복할 것이라는 도박이지만 위험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베남 벤 탈레블루는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했다.

핵·해협 통제권 '빅딜' 안갯속… 5월까지 공급 교란 지속 전망


이란 강경파가 협상 참석을 거부한 배경에는 봉쇄에 대한 반발과 함께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아내려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항구 봉쇄는 사실상 전쟁 행위이며 휴전 위반"이라고 SNS에서 주장했다.

지난 11~12일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 동안 이어진 1차 협상은 이란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지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란은 동결 자산 60억 달러(약 8조 8506억 원) 해제, 핵 프로그램 보장,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권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호르무즈의 하루 통과 물동량은 전쟁 전 평균 2000만 배럴에서 380만 배럴로 급감했으며, 일일 선박 통행량은 약 95% 줄었다.

전직 주오만 미국 대사 마크 시버스는 "이번이 휴전 만료 전 합의를 이룰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에너지 시황 분석기관 CRU그룹은 호르무즈 공급 교란이 최소 5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불발 시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교량을 폭격하겠다"고 SNS에 경고했다.

협상 공전과 해협 봉쇄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세계 원유 해상 교역의 20%가 묶인 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가라앉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