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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2차 협상 '안갯속'… 브렌트유 120달러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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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2차 협상 '안갯속'… 브렌트유 120달러 육박

이슬라마바드 2차 종전 협상, 직접 대화 성사 여부 불투명
이란 내 강경파-온건파 권력 암투가 협상 발목… 최고지도자 공백 결정적 변수
호르무즈 봉쇄 56일째, 합의 없으면 배럴당 130달러 돌파 가능성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특사(왼쪽)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특사(왼쪽)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CNBC·로이터·BBC·뉴욕타임스·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은 25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미국과 이란 협상단이 나란히 집결했지만, 두 나라가 실제로 마주 앉을지조차 불확실한 채 25일이 저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 밤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파키스탄 군 총사령관 아심 무니르 원수, 셰바즈 샤리프 총리를 잇달아 만났지만,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과의 회담은 계획되어 있지 않다. 이란의 입장은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 협상단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전 대통령 고문은 25일 아침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전쟁 발발 56일째,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약 17만 7300원)에 육박하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역사상 가장 큰 원유 공급 충격'이라고 규정한 에너지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직접 대화냐, 중재 전달이냐'… 격차 좁히지 못한 양측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로이터 통신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조만간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란 측이 먼저 대면 회담을 요청해왔다"며 윗코프와 쿠슈너가 이란의 이야기를 들으러 이슬라마바드로 향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 계열 타스님통신은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을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 아라그치의 방문은 이란 입장을 파키스탄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BBC 이슬라마바드 특파원은 "보안병력이 여전히 세레나 호텔 일대를 에워싸고 있고, 파키스탄 측은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외무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우선 파키스탄 당국자들과 각각 별도 회동을 갖고, 진전이 있을 경우 일요일 직접 대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차 협상과 비교하면 미국 측의 무게도 달라졌다. 4월 11~12일 1차 협상 때는 JD 밴스 부통령이 직접 이슬라마바드로 날아갔지만, 이번엔 밴스가 본국 대기 상태로 머물렀다.

레빗 대변인은 "우선은 이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번에도 협상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루비오 장관이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곁을 지키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내 '강경파 대 온건파' 균열… 협상 발목 잡는 최고지도자 공백


이번 협상이 더 복잡한 이유는 이란 내부 권력 갈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이란 지도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분열이 표면화하면서 협상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경파인 혁명수비대 계열 인사들은 의회 연단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협상단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이 핵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 자체를 공개 비판하고 있다.

초보수파 의원 마흐무드 나바비안은 "1차 파키스탄 협상에서 핵 문제를 협상 의제로 올린 것은 전략적 실수"라며 "이로써 미국이 더 대담해졌다"고 학생뉴스네트워크에 밝혔다. 혁명수비대 수장 아흐마드 바히디도 지나친 양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제를 책임진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온건파는 피폐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의 물가 상승률을 약 70%로 전망했다.

인터넷은 57일째 전면 차단 상태이고, 테헤란에서 터키 국경까지 식용유를 메고 오는 암거래가 일상이 됐다.

결정적인 문제는 최고지도자 공백이다. 전쟁 초반에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직을 승계했으나,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은 그가 부상을 입은 채 사실상 외부와 단절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이란 연구 책임자 라즈 짐트는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끝낼 때는 루홀라 호메이니 최고지도자가 '독배를 마신다'는 결단을 내렸지만, 지금은 그런 결단을 내릴 인물이 없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봉쇄 56일, '역사상 최대 에너지 공급 충격'


전장과 외교장 밖에서 에너지 위기는 현실이 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3월 4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고, 전쟁 전 하루 135척이 통과하던 이 해협의 통항 선박은 이날 기준 5척 안팎으로 급감했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 상당량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 비톨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전쟁으로 총 10억 배럴의 원유 생산 손실이 예상되며, 현재까지 누적 손실은 6억~7억 배럴에 이른다"고 밝혔다.

브렌트유는 전쟁 전 배럴당 72달러(약 10만 6380원)에서 120달러(약 17만 7300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재무부 스콧 베선트 장관은 24일 AP통신에 "향후 2~3일 내 이란이 원유 생산 시설을 일부 가동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 효과를 자신했다.

미국은 같은 날 이란산 원유를 구매해온 중국 독립 정유사 헝리 석유화학 다롄 정제 법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재무부는 "헝리는 이란 최대 원유 구매처 중 하나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이란 석유를 구매해왔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란의 이른바 '그림자 선단' 유조선 40척과 관련 해운사들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현재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전면 재개방,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 탄도미사일 감축, 약 270억 달러(약 39조 8920억 원) 규모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등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완전 포기를 '레드라인'으로 제시했고, 이란 강경파는 이를 즉각 거부하고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한다. 배럴당 유가가 20달러 상승할 때마다 국내 연간 석유 수입 비용이 약 10조 원씩 늘어난다는 것이 에너지 업계의 추산이다. 이미 서울 도심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다.

레바논-이스라엘 또 불씨… 휴전 연장에도 전선 요동


중동 정세의 불안은 이란과 미국 사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을 3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25일에도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를 타격했고,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군을 향한 드론 공격을 이어갔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3월 2일 이후 사망자는 2491명, 부상자는 7719명에 이른다.

헤즈볼라 의회 지도자 모하마드 라아드는 "이스라엘이 계속 공격하는 한 이번 휴전은 의미가 없다"고 선언하며 레바논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 철회를 촉구했다.

국제위기그룹 레바논 분석가 데이비드 우드는 "이 휴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이란 협상이 깨지면 레바논이 다시 전면전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슬라마바드의 2차 협상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에너지 위기는 장기화하고,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는 시간이 있지만 이란에는 없다"고 압박했지만, 파키스탄 중재로 버티는 이란의 시간 끌기 전략이 협상 주도권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