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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發 폴리에스터 30% 폭등… 자라·H&M 가을옷값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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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發 폴리에스터 30% 폭등… 자라·H&M 가을옷값 오르나

호르무즈 봉쇄로 하루 2000만 배럴 해상로 막히자 아시아 섬유 공급망 직격
인도·방글라데시 공장 줄줄이 가동 축소… 가을·겨울 소비자 가격 인상 불가피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노동자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노동자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지구 반대편 소비자의 옷장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4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기반 원자재값이 치솟으면서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폴리에스터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으며, 자라·H&M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가을·겨울 상품 가격 인상 압박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자재 30% 급등, 인도 섬유공장 절반이 멈췄다
전 세계 섬유 생산의 59%를 차지하는 폴리에스터는 석유 유도체인 정제 테레프탈산(PTA)과 모노에틸렌글리콜(MEG)을 원료로 한다.

두 원료는 정제 석유 제품 가격에 직접 연동돼 있어,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시작된 2월 28일 이후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인도 최대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필라텍스(Filatex India)의 마두 수단 바게리아 대표이사는 로이터 통신에 "PTA·MEG 원료 구매 비용이 거의 30%나 뛰었다"고 밝혔다.

중국 공급사가 가격을 올리는 데다 중동 공급 자체가 막히면서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우드 매켄지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의 폴리에스터 단섬유 가격은 2월 말 ㎏당 100루피(약 1568원)에서 한 달 만에 126.5루피(약 1983원)로 치솟았다.
인도 정부가 석유화학 원자재 수입 관세를 대폭 낮추면서 4월 9일 기준 120루피(약 1881원) 선으로 다소 내려왔지만, 전쟁 이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 최대 섬유 집산지 구자라트주 수라트의 현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폴리에스터 직물 제조업체 라데샴 텍스타일(Radheshyam Textile)은 보유한 200대 산업용 직조기 가운데 절반이 전쟁 발발 이후 가동을 멈췄다.

소유주 카우시크 두닷은 "전쟁 전 하루 생산량이 1만 m였는데 지금은 3500~4000m로 줄었다"며 "원사 가격이 이렇게 오르면 우리도 15% 정도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주요 거래처인 의류 도매상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라트 섬유 직물상 연합 카일라시 하킴 회장은 "염색·날염 공장들이 지금은 주 2회 휴업하고 있다. 전쟁 이전에는 주 1회였다"며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원자재 부족이 본격화하고 공장 폐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H&M·자라 등 글로벌 브랜드에 염색·날염 폴리에스터 원단을 납품하는 빈달 실크밀(Bindal Silk Mills)의 아비찰 아르야 최고경영자는 "에너지 위기로 화학·염료 비용이 급격히 늘었다"며 "이주 노동자들이 요리용 가스 부족을 이유로 수라트를 떠나면서 인력난까지 겹쳐 글로벌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역시 의류의 주원료는 면화이지만 재봉실과 물류비용에서 타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계 실 생산업체 코츠(Coats) 방글라데시 법인은 지난 5일 고객사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석유 유도 원료 비용의 급격한 상승과 운송비 증가"를 이유로 지난 15일부터 15.5%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방글라데시 니트 제조업자 수출협회 무함마드 하템 회장은 "구매자들이 주문 물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라·H&M 가을 시즌 직격탄… 재활용 폴리에스터가 방패되나


소매업체들은 당장은 선구매 재고 덕에 버티고 있다.

영국 소매업체 프라이마크(Primark)의 모기업 어소시에이티드 브리티시 푸즈(ABF) 조지 웨스턴 최고경영자는 로이터에 "봄·여름 물량과 가을·겨울 물량의 상당 부분은 이미 확보돼 영향이 없다"며 "하지만 다시 시장에서 구매해야 할 시점에 가격이 그대로일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H&M은 방글라데시 공급업체들로부터 수 주 내 가격 인상 요청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이를 흡수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ICIS에 따르면 폴리에스터 생산 비용의 약 70%는 석유 기반 원료와 연결돼 있다. 전쟁 발발 이후 원유 가격이 40% 오르자 폴리에스터 섬유 가격도 25% 이상 뛰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가운데 폴리에스터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중국계 쉬인으로, 전체 제품의 80% 이상이 폴리에스터 소재다. 자라·H&M·영국 넥스트(Next)는 제품의 약 4분의 1이 폴리에스터이며, 저가 브랜드 부후(Boohoo)는 절반 수준이다.

자라·H&M은 재활용 폴리에스터(폐 페트병 원료) 비중을 높여 유가 충격을 어느 정도 완충하고 있다.

그러나 우드 매켄지 섬유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브루나 엔젤은 "이 상황이 한 달만 더 지속 되어도 의류 생산이 줄고, 소매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는 '수요 위축'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준으로 재활용 폴리에스터는 전체 폴리에스터 생산의 12%에 불과한 만큼 가격 완충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의류에 그치지 않고 스니커즈 등 신발 산업도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를 비롯한 석유화학 소재를 광범위하게 쓴다.

미국 신발 유통·소매업 협회(FDRA) 매트 프리스트 회장은 "어느 나라에서 신발을 만들든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합성 고무 밑창부터 폴리우레탄 폼, 접착제까지 25가지 석유화학 소재가 신발 한 켤레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나이키(Nike)도 "석유 관련 소재가 제품 비용에 영향을 준다"고 인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동량은 전쟁 전 하루 2000만 배럴(전 세계 해상 원유 거래량의 약 25%) 수준이었으나, IEA에 따르면 3월 이후 하루 200만 배럴 수준으로 급락해 전쟁 전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란이 4월 17일 상선 통행을 일시 허용하면서 국제 유가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9.4% 하락하기도 했지만, 협상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원자재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으며, 가을·겨울 신상품 출시를 앞둔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원가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