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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스 넘치는데 세계는 부족…전쟁이 만든 ‘에너지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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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스 넘치는데 세계는 부족…전쟁이 만든 ‘에너지 역설’

중동발 공급 충격에 유럽·아시아 위기 고조…미국은 오히려 가격 급락 압력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장탱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장탱크.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 여파로 전 세계 천연가스 공급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가스가 남아돌아 생산업체가 돈을 주고서라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에너지 시장에서 정반대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가스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연료 부족으로 전력 배급과 정전이 이어지고 있고 유럽 역시 겨울철 에너지 위기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셰일가스 중심지에서는 상황이 정반대다. 생산량이 수요를 크게 웃돌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가스를 인수하는 쪽에 비용을 지급해야 할 정도로 공급 과잉이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 글로벌 공급 차질…아시아·유럽 에너지 압박 확대


전쟁으로 중동 지역 공급이 차단되면서 가스 수급 불균형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연료 부족으로 발전소 가동이 제한되며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유럽도 겨울철 난방 수요를 앞두고 공급 확보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상황은 단기적인 가격 상승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 미국은 ‘과잉 공급’…가격 하락 압력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생산 확대가 이어지며 공급 과잉이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요 대비 생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부 생산업체는 가스를 처리하기 위해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는 저장시설 한계와 수출 인프라 제약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스 부족이 심화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를 충분히 외부로 내보내지 못하는 구조적 병목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러한 공급 과잉은 미국 제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렴한 에너지 가격이 생산 비용을 낮추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에너지 분절화’ 심화…시장 구조 변화 신호


이번 현상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단일 가격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별로 분절되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이 공급망을 흔들면서, 같은 자원이라도 지역에 따라 가격과 수급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분절화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고 국가별 산업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